목록

+ 서재에 추가하기

이전 화 다음 화

제7화 싸워보면 알겠죠

  • “...”
  • 고영민은 고민이 됐다.
  • ‘이렇게 작은 꼬마와 내기하라고?’
  • 고영민은 자기와 내기하고 싶다는 소리를 빙빙 돌려 말하는 당승민을 보며 고시목의 아이가 맞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 고영민은 눈앞의 꼬마가 어쩌면 작은 도련님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무릎을 꿇고 당승민과 눈높이를 맞추며 물었다.
  • “작은 도련님, 무슨 내기가 하고 싶은데요?”
  • 당승민은 당차게 말했다.
  • “엄마와 아저씨가 겨루면 누가 이기고 지는지 알아맞혀 봐요!”
  • “그래요...”
  • 고영민은 고시목이 이기는 쪽으로 걸겠다고 말하려는 데 당승민이 먼저 말을 가로챘다.
  • “저는 엄마가 질 거라고 봐요!”
  • “...”
  • ‘어제 늦게 자서 잘못 들었나? 환청이 생긴 건가?’
  • 고영민이 말했다.
  • “그러니까 작은 도련님 엄마가 이기는 쪽으로 걸겠다는 거죠?”
  • 당승민은 두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
  • “아니요! 저는 아저씨가 이기고 엄마가 지는 쪽에 걸겠어요!”
  • “...”
  • 고영민은 벙찐 표정으로 당승민을 보더니 잠시 뒤 물었다.
  •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물어봐도 돼요?”
  • ‘조금 전까지 자기는 엄마가 싸우는 걸 보는 게 제일 재미있다고 하지 않았던가? 게다가 당석예 씨는 진짜 무예가 뛰어나! 아까 우리 중에서 싸움을 제일 잘하는 성우 형도 단번에 제압했잖아! 물론 성우 형은 무방비 상태에서 당하다 보니 그랬을 수도 있어. 아니면 당석예 씨가 도련님 아이의 친엄마라는 생각에 좀 봐줬을 수도 있고.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당석예 씨가 실력이 뛰어난 건 틀림없어! 아까 분명히 솜씨가 빠르고 힘도 셌어! 당석예 씨는 아주 잘 싸울 것 같은데 작은 도련님은 왜 당석예 씨가 질 거라고 생각하는 걸까?’
  • 당승민은 배시시 웃으며 고영민에게 다가갔다. 그러고는 그의 귓가에 대고 작게 속삭였다.
  • “그건... 비밀이에요!”
  • 고영민은 농락당한 기분이 들었다.
  • ‘알려주지도 않을 거면서 왜 가까이 다가와서 속삭이는 거야? 성인인 내가 고작 다섯 살짜리 꼬마에게 농락당하다니...’
  • 하지만 농락당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고영민은 기분이 별로 나쁘지 않았다.
  • 오히려 나쁘기는커녕 당승민이 매우 귀엽게 느껴졌다.
  • 사실 고영민은 여자에게도 관심이 크게 없었고 아이는 더더욱 싫어했다.
  • 그런데 이상하게도 당승권과 당승민만큼은 친숙하고 가깝게 느껴졌다.
  • 특히 두 아이 중에서도 키가 조금 작은 당승민이 자기를 향해 순진무구한 얼굴로 배시시 웃을 때면 심장이 다 녹아내릴 것만 같은 기분이 들기도 했다.
  • 고영민은 당승민을 안아주고 아껴주고 보호해 주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 고영민은 당승민과 눈높이를 맞추며 물었다.
  • “그런데 뭐로 내기할 거예요?”
  • 당승민은 작은 손으로 고영민의 머리카락을 가리키며 말했다.
  • “머리카락 열 개로 해요!”
  • “...”
  • ‘그러니까 지금 자기 형의 머리카락을 뽑은 복수를 하겠다는 거지?’
  • 고영만 대신 고시목이 싱긋 웃으며 답했다.
  • “그래.”
  • “...”
  • ‘그래, 도련님께서 된다고 했으니 해야지 별 수 있나.’
  • 고영만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 “좋아요. 그렇게 해요.”
  • 당승민은 두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 “아저씨는 우리 엄마가 이기는 쪽에 거는 거 맞죠?”
  • 고영민은 고개를 끄덕였다.
  • “그래요!”
  • 당승민은 기분이 좋은지 활짝 웃으며 형에게로 폴짝폴짝 뛰어갔다.
  • “형! 내가 형 복수해 줄 테니까 조금만 기다려! 나 머리카락 되게 아프게 뽑을 수 있어!”
  • 고시목이 물었다.
  • “너는 왜 내가 이긴다고 확신하는 거야?”
  • 당승민은 혀를 홀랑 내밀고 개구쟁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 “알려주지 않을 건데요~”
  • 고시목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 “그래. 조금 지나면 결과를 알 수 있겠지.”
  • ‘누가 이기고 지는지 한번 겨뤄보자고!’
  • 고시목은 당석예에게 말했다.
  • “당석예 씨, 장소는 어떻게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