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아줌마의 머리색을 보세요. 노란색이잖아요! 노란색 머리에 빨간 피가 흐르면 아주 잘 보이겠죠? 그러니까 당황한 아줌마는 그것을 숨기기 위해 급히 어딘가에서 모자를 구해 머리에 썼을 거예요! 자기 머리에 있는 상처와 핏자국을 가려야 했으니까요! 하지만 급하게 모자를 구하느라 자기 옷차림새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은 모자를 구했던 거죠!”
그럴듯한 아이들의 주장에 모두의 시선이 모자를 쓴 여자에게 집중되었다.
그러자 여자는 손으로 머리를 감싸며 다급히 고개를 저었다.
“아... 아니에요! 다들 믿지 마세요! 저건 순 엉터리라고요!”
동방천양이 뭐라고 하기도 전에 두 명의 경찰이 모자를 쓴 여자에게로 향했다.
그러자 여자는 새된 비명을 지르며 서둘러 도망쳤다.
하지만 경찰의 달리기가 훨씬 빨랐다.
경찰은 여자를 단숨에 제압하고 그녀의 모자를 벗겼다.
그러자 정말로 머리에서 시뻘건 피가 흐른 자국이 선명하게 보였다.
그것을 본 구경꾼들이 술렁거렸다.
“정말 저 여자가 범인이야!”
“우와~ 저 아이들 너무 대단한데? 몇 살이지? 저렇게 어린아이들이 범인을 잡아낸다고? 완전히 미쳤는데?”
“그러니까! 족집게야 완전! 아니지, 저 정도면 천재 아니야?”
“지금 무슨 몰래카메라 같은 걸 하는 건 아니겠지?”
그 말에 몇몇은 카메라를 찾겠다고 두리번거렸다.
그리고 몇몇은 아이들의 부모님이 누구인지 찾기 위해 두리번거렸다.
“집의 부모님들이 아이들한테 알려준 거겠지!”
그렇게 아이들 덕분에 범인을 잡게 되었다.
확실한 증거 앞에 범인이 자백했기에 그대로 경찰서에 연행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폴리스라인 테이프는 해제되었다.
두 아이는 웬 차에 폴짝폴짝 뛰어 들어가더니 운전석에 앉은 당석예를 향해 자랑스럽게 말했다.
“엄마, 저희 진짜 대단하죠?”
운전석에 앉은 젊고 아름답게 생긴 여자는 입꼬리를 쓱 올리며 말했다.
“너무 대단해!”
“야호!”
엄마의 칭찬에 아이들은 물개박수를 치며 이를 드러내고 활짝 웃었다.
잠시 후, 포르쉐 한대가 지하 주차장을 벗어났다.
아이 중 한 명이 여인에게 물었다.
“엄마, 서울에 가면 아빠 만날 수 있어요?”
*
다음날.
서울 제일 갑부, 고씨 가문.
고광만은 TV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고 TV에 나오는 두 꼬마를 계속 바라보았다.
TV에서는 어젯밤 발생했던 지하 주차장 살인사건에 관해 다루고 있었다.
어제 마침 길을 지나던 기자가 사건을 밝히는 과정을 모두 찍은 모양이었다.
고광만은 TV에 나오는 두 꼬마 중 키가 조금 더 큰 아이를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그 아이는 쌍둥이 중에서 형인 당승권이었다.
‘저 아이, 내 아들의 어릴 적이랑 너무 똑같이 생겼어!”
방송이 끝나자, 고광만은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 사진첩을 확인했다.
“충재! 이보게 충재!”
고광만은 소리높이 집사를 불렀다.
그러자 집사는 얼른 그에게로 달려가 말했다.
“네, 어르신!”
“충재! 빨리 이거 보게! 내가 TV에서 웬 꼬마를 봤는데 우리 시목이 어릴 적이랑 아주 똑 닮았어! 완전 판박이라니까!”
고광만은 소파에 자리 잡고 앉아 사진첩을 펼치고 텔레비전 다시 보기 방송을 켰다.
그리고 정말 고광만의 말대로 TV에서 나오는 꼬마의 모습과 사진첩 속 고시목의 어릴 적 모습은 같은 사람이라고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똑같았다.
“저... 저...”
집사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저 아이는 설마 도련님의 아이?”
“설마가 아니라 확실해! 아니면 세상에 어떻게 저렇게 똑 닮은 아이가 있을 수 있겠어?”
고광만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말했다.
“시목이 이 자식이! 감히 내 손주를 밖에서 떠돌게 만들어? 안 되겠어! 지금 당장 시목이한테 전화해서 내 손주들 데려오라고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