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잘 모르는 사람이라면 내 겉모습만 보고 연약하다고 생각할지도 몰라. 하지만 저 사람은 이미 나와 한 번 겨뤄 봤잖아. 그런데도 어떻게 연약하다고 표현할 수가 있지? 아... 설마, 저 사람 기준에서 자기한테 진 사람은 다 연약하다고 느껴지는 거 아니야? 내가 진 건 사실이니까...’
당석예는 고개를 돌려 고시목을 바라보며 말했다.
“권이랑 민이는 내 아들이에요! 당신 아이가 아니라고요! 그러니 친아들이네, 양아들이네 그런 소리 하지 마세요! 다시 한번 얘기하지만 내 아이예요!”
“알아.”
고시목은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
“당신한테 아이들이 전부인 거 알아. 그리고 내가 아이들 빼앗아 갈까 봐 걱정하지 않아도 돼. 나 그 정도로 나쁜 사람 아니야.”
‘아이들이 다섯 살이니까 아이들을 이렇게 키우기 위해 그동안 정말 많은 고생을 했을 거야. 혼자 키우느라 무너질 뻔했던 순간도 많았겠지. 그걸 아는데 어떻게 모자 사이를 갈라놓을 수가 있겠어? 나는 절대로 그런 짓 못 해. 정말 내 아들이 맞다면... 흠... 세 사람을 아예 함께 집에 데려가는 한이 있더라도 아이들만 쏙 데려오는 짓은 안 할 거야. 적어도 그러면 세 사람이 헤어질 일은 없잖아.’
당석예는 말없이 고시목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고시목의 표정에서 진심을 읽었다.
‘이 남자는 정말 진실만 이야기하는 것 같아. 게다가 자세히 보니 정말 잘 생겼어. 내가 아는 남자 사람 중에 제일 잘생긴 것 같아. 게다가 잘생긴 것 말고도 뭔가 기품이 넘쳐 보여. 좋은 교육을 받고 귀하게 자란 사람의 태가 난달까? 아무튼... 평범한 사람은 아닌 것 같아. 아주 우아한, 귀족 같은 남자야.’
당석예는 고시목의 언행을 보며 왠지 그를 신뢰해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석예는 그를 향해 작게 웃어 보이며 말했다.
“고마워요.”
한편, 고시목의 시각에서 본 당석예는 아주 아름다웠다.
그녀가 미소를 짓는데 뒤에서 갑자기 후광이 비치고 꽃이 만발하는 느낌이 들었다.
살면서 수많은 미녀를 보아온 고시목이었지만 당석예의 미소에 순간 진심으로 설렜다.
그는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고맙긴.”
고시목은 여전히 바닥에서 뒹굴고 있는 형미진과 경호원들을 보며 말했다.
“아이들 데리고 먼저 돌아가. 나머지는 내가 알아서 처리할게.”
‘아이들을 애비 없는 자식이라고 욕했어. 그러니 정말 내 자식이 맞든 아니든 반드시 용서하지 않을 거야!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처벌받게 하겠어!’
당석예는 그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건넨 뒤 아이들 손을 잡고 그녀의 빨간 색 포르쉐를 향해 걸어갔다.
한편, 당석예의 손을 잡고 한참 걸어가던 당승민은 갑자기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려 고시목을 바라보았다.
눈으로 세 사람을 배웅하고 있던 고시목은 당승민과 눈이 마주치자 아주 부드러운 웃음을 지어 보였다.
한편, 전화를 마치고 돌아온 고성우는 마침 고시목의 미소를 목격하고는 너무 놀라 휴대폰을 떨어뜨릴 뻔하였다.
‘헐? 도련님께서 저렇게 웃기도 한다고? 도련님의 저런 미소는 정말 처음 보는 것 같아. 귀신이 곡할 노릇이야... 저렇게 웃는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둘까? 아니야, 괜히 도련님 심기를 건드려서 좋을 거 없잖아. 참자... 아이들한테는 부드러워도 나한테는 카리스마 넘치잖아.’
고시목의 미소를 본 당승민은 고사리 같은 손을 입가에 가져가더니 있는 그를 향해 있는 힘껏 뽀뽀를 날렸다.
그 모습에 고시목은 심장이 멎을 것만 같았다.
순간, 고시목은 아이들이 친아들이 맞든 아니든 당장 집에 납치해 가고 싶다는 충동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