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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아름다운 여인

  • 고성우는 고시목의 말을 계속 듣다가는 표정 관리에 실패할 것 같아 자리를 피했다.
  • 한편, 어이없기는 당석예 역시 마찬가지였다.
  • ‘나를 잘 모르는 사람이라면 내 겉모습만 보고 연약하다고 생각할지도 몰라. 하지만 저 사람은 이미 나와 한 번 겨뤄 봤잖아. 그런데도 어떻게 연약하다고 표현할 수가 있지? 아... 설마, 저 사람 기준에서 자기한테 진 사람은 다 연약하다고 느껴지는 거 아니야? 내가 진 건 사실이니까...’
  • 당석예는 고개를 돌려 고시목을 바라보며 말했다.
  • “권이랑 민이는 내 아들이에요! 당신 아이가 아니라고요! 그러니 친아들이네, 양아들이네 그런 소리 하지 마세요! 다시 한번 얘기하지만 내 아이예요!”
  • “알아.”
  • 고시목은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
  • “당신한테 아이들이 전부인 거 알아. 그리고 내가 아이들 빼앗아 갈까 봐 걱정하지 않아도 돼. 나 그 정도로 나쁜 사람 아니야.”
  • ‘아이들이 다섯 살이니까 아이들을 이렇게 키우기 위해 그동안 정말 많은 고생을 했을 거야. 혼자 키우느라 무너질 뻔했던 순간도 많았겠지. 그걸 아는데 어떻게 모자 사이를 갈라놓을 수가 있겠어? 나는 절대로 그런 짓 못 해. 정말 내 아들이 맞다면... 흠... 세 사람을 아예 함께 집에 데려가는 한이 있더라도 아이들만 쏙 데려오는 짓은 안 할 거야. 적어도 그러면 세 사람이 헤어질 일은 없잖아.’
  • 당석예는 말없이 고시목을 바라보았다.
  • 그녀는 고시목의 표정에서 진심을 읽었다.
  • ‘이 남자는 정말 진실만 이야기하는 것 같아. 게다가 자세히 보니 정말 잘 생겼어. 내가 아는 남자 사람 중에 제일 잘생긴 것 같아. 게다가 잘생긴 것 말고도 뭔가 기품이 넘쳐 보여. 좋은 교육을 받고 귀하게 자란 사람의 태가 난달까? 아무튼... 평범한 사람은 아닌 것 같아. 아주 우아한, 귀족 같은 남자야.’
  • 당석예는 고시목의 언행을 보며 왠지 그를 신뢰해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 당석예는 그를 향해 작게 웃어 보이며 말했다.
  • “고마워요.”
  • 한편, 고시목의 시각에서 본 당석예는 아주 아름다웠다.
  • 그녀가 미소를 짓는데 뒤에서 갑자기 후광이 비치고 꽃이 만발하는 느낌이 들었다.
  • 살면서 수많은 미녀를 보아온 고시목이었지만 당석예의 미소에 순간 진심으로 설렜다.
  • 그는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 “고맙긴.”
  • 고시목은 여전히 바닥에서 뒹굴고 있는 형미진과 경호원들을 보며 말했다.
  • “아이들 데리고 먼저 돌아가. 나머지는 내가 알아서 처리할게.”
  • ‘아이들을 애비 없는 자식이라고 욕했어. 그러니 정말 내 자식이 맞든 아니든 반드시 용서하지 않을 거야!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처벌받게 하겠어!’
  • 당석예는 그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건넨 뒤 아이들 손을 잡고 그녀의 빨간 색 포르쉐를 향해 걸어갔다.
  • 한편, 당석예의 손을 잡고 한참 걸어가던 당승민은 갑자기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려 고시목을 바라보았다.
  • 눈으로 세 사람을 배웅하고 있던 고시목은 당승민과 눈이 마주치자 아주 부드러운 웃음을 지어 보였다.
  • 한편, 전화를 마치고 돌아온 고성우는 마침 고시목의 미소를 목격하고는 너무 놀라 휴대폰을 떨어뜨릴 뻔하였다.
  • ‘헐? 도련님께서 저렇게 웃기도 한다고? 도련님의 저런 미소는 정말 처음 보는 것 같아. 귀신이 곡할 노릇이야... 저렇게 웃는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둘까? 아니야, 괜히 도련님 심기를 건드려서 좋을 거 없잖아. 참자... 아이들한테는 부드러워도 나한테는 카리스마 넘치잖아.’
  • 고시목의 미소를 본 당승민은 고사리 같은 손을 입가에 가져가더니 있는 그를 향해 있는 힘껏 뽀뽀를 날렸다.
  • 그 모습에 고시목은 심장이 멎을 것만 같았다.
  • 순간, 고시목은 아이들이 친아들이 맞든 아니든 당장 집에 납치해 가고 싶다는 충동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