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

+ 서재에 추가하기

이전 화 다음 화

제8화 내기 결과

  • 당석예가 말했다.
  • “그쪽이 정해요. 저는 여기 지리를 잘 몰라서요.”
  • 고시목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 “좋아, 그러지.”
  • 고시목은 당석예 모자를 데리고 그가 자주가는 도장에 갔다.
  • 준비 동작을 마친 뒤, 두 사람은 정식으로 겨루기 시작했다.
  • 당석예는 아주 체계적으로 배운 사람처럼 동작이 민첩하고 순간적인 폭발력이 좋았다. 게다가 동작이 예쁘면서도 정확하게 급소를 공격하는 방식이라 만만치 않은 상대였다.
  • 당승권과 당승민은 물개박수를 치며 엄마를 응원했다.
  • 그런데 당석예의 생각과 달리 고시목 역시 실력이 아주 뛰어났다.
  • 고시목은 겉으로 보기에 별로 고생하지 않고 곱게 자라기만 해서 아무것도 모를 것 같았지만 힘이 아주 장사였다.
  • 그는 순식간에 당석예를 제압했다.
  • 당석예가 방심한 사이, 고시목은 그녀의 어깨를 잡고 그녀를 업어 메치려고 했다.
  • 두 아이가 걱정되는 마음에 비명을 지르려고 할 때, 고시목은 손으로 그녀의 허리를 잡고 천천히 그녀를 잡아 주었다.
  • 그 덕분에 당석예는 선 자리에서 빙글빙글 돌기만 했지 넘어지지 않았다.
  • 고시목은 신사답게 손을 놓으며 가볍게 웃었다.
  • “어때요? 계속할 거예요?”
  • 고시목과 겨루며 당석예는 속으로 이미 답안이 나왔다.
  • ‘내가 이길 수 없는 상대야. 하지만 이대로 지는 건 싫어! 이 남자가 다시는 내 아들과 만나지 않았으면 좋겠어! 그러니까 이번 경기는 반드시 내가 이겨야 해! 그러니까 이 사람이 내 아들 앞에 다시 나타나지 않을 거야! 이 사람은 아주 강하지만, 내가 이길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야!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니까!’
  • 당석예는 이를 꽉 깨물며 고개를 끄덕였다.
  • “덤벼요!”
  • 두 사람은 엎치락뒤치락 또다시 싸웠다.
  • 결국 경기는 당석예의 패배로 끝났다.
  • 고시목이 손가락 세 개로 당석예의 목을 쥐었을 때 당석예는 이길 가능성이 전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 당석예는 무술을 즐겼고 그 방면으로 재능을 보였으며 그동안 누구와 싸워도 지지 않았다.
  • ‘그런데 그만 지고 말았어! 그것도 전혀 아쉬움 없이, 완전한 나의 패배야! 저 사람은 스피드로 보나 폭발력으로 보나 나보다 한 수 위야!’
  • 당석예는 정말 오랜만에 실패의 쓴맛을 맛보았기에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 하지만 그녀는 패배를 인정할 줄 모르는 사람이 아니었다.
  • 그녀는 솔직하게 자신의 패배를 인정했다.
  • “제가 졌어요.”
  • 그러자 고시목은 손을 내밀어 그녀를 부축하며 말했다.
  • “당신 충분히 대단해.”
  • 그것은 고시목의 진심이었다.
  • ‘나와 함께 겨룰만한 상대가 많지도 않을뿐더러 저 사람은 연약한 여자잖아. 바람이 세게 불면 날아갈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나와 겨뤄서 꽤 잘 버텼어.’
  • 고시목은 겉으로 연약해 보이기만 한 여자의 싸움 실력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 “대단하긴요. 제가 졌어요.”
  • 당석예는 뒤로 몇 걸음 물러난 뒤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 “승권이 머리카락은 가져가도 좋아요. 하지만 친자확인 검사 결과가 어떻든 승권이와 승민이가 내 아들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을 거예요. 저는 그 누구에게도 제 아들을 빼앗기지 않을 거예요. 제 숨이 붙어있는 한 저는 끝까지 아이들을 지킬 거예요.”
  • 고시목은 고개를 끄덕였다.
  • “무슨 말인지 잘 알겠어. 나는 당신한테서 아이들을 빼앗겠다고 한 적 없어. 하지만 만약 검사 결과, 저 아이들이 내 아들이라면 어떻게 된 일인지 나한테 설명해야 할 거야. 어떻게 내 정자를 가지게 되었고 저 아이들을 낳게 되었는지 말이야.”
  • 당석예는 고개를 숙이고 침묵했다.
  • 그건 그녀에게 있어 아주 고통스러운 기억이었다.
  • 그녀는 고통스럽고 굴욕적이었던 그 기억을 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았다.
  • ‘하지만 승권이와 승민이가 정말 이 사람의 아이라면 그런 요구를 하는 것도 이해는 돼.’
  • 당석예는 아이들이 남자와 상관이 없기를 간절하게 바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