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석예는 아주 체계적으로 배운 사람처럼 동작이 민첩하고 순간적인 폭발력이 좋았다. 게다가 동작이 예쁘면서도 정확하게 급소를 공격하는 방식이라 만만치 않은 상대였다.
당승권과 당승민은 물개박수를 치며 엄마를 응원했다.
그런데 당석예의 생각과 달리 고시목 역시 실력이 아주 뛰어났다.
고시목은 겉으로 보기에 별로 고생하지 않고 곱게 자라기만 해서 아무것도 모를 것 같았지만 힘이 아주 장사였다.
그는 순식간에 당석예를 제압했다.
당석예가 방심한 사이, 고시목은 그녀의 어깨를 잡고 그녀를 업어 메치려고 했다.
두 아이가 걱정되는 마음에 비명을 지르려고 할 때, 고시목은 손으로 그녀의 허리를 잡고 천천히 그녀를 잡아 주었다.
그 덕분에 당석예는 선 자리에서 빙글빙글 돌기만 했지 넘어지지 않았다.
고시목은 신사답게 손을 놓으며 가볍게 웃었다.
“어때요? 계속할 거예요?”
고시목과 겨루며 당석예는 속으로 이미 답안이 나왔다.
‘내가 이길 수 없는 상대야. 하지만 이대로 지는 건 싫어! 이 남자가 다시는 내 아들과 만나지 않았으면 좋겠어! 그러니까 이번 경기는 반드시 내가 이겨야 해! 그러니까 이 사람이 내 아들 앞에 다시 나타나지 않을 거야! 이 사람은 아주 강하지만, 내가 이길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야!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니까!’
당석예는 이를 꽉 깨물며 고개를 끄덕였다.
“덤벼요!”
두 사람은 엎치락뒤치락 또다시 싸웠다.
결국 경기는 당석예의 패배로 끝났다.
고시목이 손가락 세 개로 당석예의 목을 쥐었을 때 당석예는 이길 가능성이 전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석예는 무술을 즐겼고 그 방면으로 재능을 보였으며 그동안 누구와 싸워도 지지 않았다.
‘그런데 그만 지고 말았어! 그것도 전혀 아쉬움 없이, 완전한 나의 패배야! 저 사람은 스피드로 보나 폭발력으로 보나 나보다 한 수 위야!’
당석예는 정말 오랜만에 실패의 쓴맛을 맛보았기에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패배를 인정할 줄 모르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녀는 솔직하게 자신의 패배를 인정했다.
“제가 졌어요.”
그러자 고시목은 손을 내밀어 그녀를 부축하며 말했다.
“당신 충분히 대단해.”
그것은 고시목의 진심이었다.
‘나와 함께 겨룰만한 상대가 많지도 않을뿐더러 저 사람은 연약한 여자잖아. 바람이 세게 불면 날아갈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나와 겨뤄서 꽤 잘 버텼어.’
고시목은 겉으로 연약해 보이기만 한 여자의 싸움 실력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대단하긴요. 제가 졌어요.”
당석예는 뒤로 몇 걸음 물러난 뒤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승권이 머리카락은 가져가도 좋아요. 하지만 친자확인 검사 결과가 어떻든 승권이와 승민이가 내 아들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을 거예요. 저는 그 누구에게도 제 아들을 빼앗기지 않을 거예요. 제 숨이 붙어있는 한 저는 끝까지 아이들을 지킬 거예요.”
고시목은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말인지 잘 알겠어. 나는 당신한테서 아이들을 빼앗겠다고 한 적 없어. 하지만 만약 검사 결과, 저 아이들이 내 아들이라면 어떻게 된 일인지 나한테 설명해야 할 거야. 어떻게 내 정자를 가지게 되었고 저 아이들을 낳게 되었는지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