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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연약한 여자?

  • 처량한 모습으로 바닥에서 뒹구는 형미진의 모습을 보며 당승권과 당승민은 통쾌하게 웃었다.
  • 아이들은 단순했는데 화도 금방 내고 또 금방 풀어지기도 했다.
  • 아이들은 자기가 생각하는 못된 사람이 벌에게 쏘이자 마냥 기분이 좋기만 했다.
  • 형미진은 당석예와 아이들을 묶어서라도 데려갈 생각이었기에 경호원 여덟 명을 대동했다.
  • 경호원들은 한창 겉옷을 벗어 형미진 주위에서 알짱거리는 벌들을 쫓는 중이었다.
  • 하지만 이대로 물러설 벌들이 아니었다.
  • 벌들은 자기들의 만찬을 방해하는 경호원들도 함께 공격했다.
  • 결과 경호원들 역시 여러 군데 쏘이게 되었다.
  • 잠시 후, 벌들은 흥미를 잃은 듯 어딘가로 날아가 버렸다.
  • 하지만 남은 사람들의 모습은 처참하기 그지없었다. 형미진과 경호원들은 어느새 얼굴이 퉁퉁 부었다.
  • 당승권과 당승민은 기분이 좋은 듯 손뼉을 치며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 그러자 형미진은 미친 사람처럼 발광했다.
  • “빨리 가서 저 녀석들 잡아 와! 산 채로 잡아서 아예 가죽을 벗겨버릴 거야!”
  • 경호원들은 벌에 쏘여 여기저기가 아팠지만, 형미진의 말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 결국, 여덟 명의 경호원들은 일제히 아이들을 향해 달려갔다.
  • 당석예는 두 아이 앞을 가로막으며 코웃음 쳤다.
  • ‘고작 여덟 명이 이 당석예의 아이들을 납치하겠다고? 꿈도 야무지셔.’
  • 당석예는 그동안 쌓인 것을 여덟 명의 경호원에게 모두 풀 요량이었다.
  • 그런데 당석예가 나서기도 전에 고시목의 데려온 경호원들이 형미진의 경호원 앞을 가로막았다.
  • 고시목은 당석예 곁으로 다가가 싱긋 웃으며 말했다.
  • “남자들이 이렇게나 많은데 굳이 여성분이 나설 필요야 없지.”
  • 고시목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그의 경호원들은 이미 형미진이 데려온 경호원을 쓰러 눕혔다.
  • 아주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 “도련님?”
  • 고성우는 그중 한 명을 발로 밟고 고시목에게 어떻게 하면 좋을지 의견을 물었다.
  • 그러자 고시목은 담담한 말투로 말했다.
  • “내 아들을 납치하려 했다고 경찰에 신고해!”
  • 고성우가 물었다.
  • “하지만 도련님, 아직 친자확인 검사를...”
  • ‘친자확인 검사도 하지 않고 자기 아들이라고 하는 건 좀...’
  • “내 친아들이라고 하지 않았잖아.”
  • 고시목은 씩 웃으며 말을 이었다.
  • “일단 양아들 정도로 해두지.”
  • 고시목은 당승권과 당승민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으며 말했다.
  • “이제 얘들은 내 양아들이야!”
  • ‘나랑 잘 맞는 아이들이야.’
  • 고시목은 천성이 냉담한 편이었다. 그래서 무슨 일에 쉽게 감동하거나 누군가에게 의지하거나 누구를 딱히 좋아하는 편이 아니었다.
  •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 두 아이는 그의 감정을 쥐고 흔들었다.
  • ‘친자확인 검사 결과가 어떻든 이 아이들은 이 고시목의 아들이야! 그러니까 누가 됐든 이 아이들을 괴롭힐 수는 없어!’
  • 확신에 찬 고시목의 표정을 보며 고성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 “네, 도련님!”
  • 그는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다.
  • 한편, 당석예는 미간을 찌푸리며 고시목에게 말했다.
  • “저 혼자 해결할 수 있었어요!”
  • “알아. 하지만 당신이 직접 저딴 놈들 해결하려고 나설 필요는 없어. 남자들이 이렇게나 많은데 연약한 당신까지 굳이 나서야겠어?”
  • 고시목의 말에 고성우는 어이가 없었다.
  • ‘연약하다고? 업어치기로 나를 바닥에 쓰러 눕히는 여자인데... 연약해? 도련님이 언제부터 저렇게 거짓말을 잘하셨지? 참나... 못 들어주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