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화 그만해
- 생전 처음 지능이 떨어진다는 말을 들어본 고시목은 어이가 없었다.
- “...”
- ‘지금 나한테 지능이 떨어진다고 한 거야?’
- 고시목은 귀여운 아이를 보는 순간, 없던 부성애가 마구 생겨 귀여운 아이에게 용돈 삼아 200만 원을 보냈다.
- 사실은 더 주고 싶은 마음도 컸지만, 너무 어린아이에게 큰돈을 주는 건 좋지 못한 것 같아 참았다.
- ‘아이가 너무 귀여워서 용돈을 줬더니... 지능이 떨어진다는 말을 다 듣네. 어린 녀석이 아주 당돌하군.’
- 고시목은 예전에 고광만이 자신에게 했던 말을 떠올렸다.
- ‘나 어렸을 적에 정말 장난기도 많고 말썽도 많이 부렸다고 해서 그때는 안 믿었는데 이 녀석을 보니 정말 그랬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네.’
- 사실 고시목은 예전 기억을 떠올리면 늘 또래보다 뛰어나다고 칭찬받았던 게 떠 올랐다. 하지만 어쩌면 기억하지 못하는 과거의 자신은 아주 말썽꾸러기였을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들기도 했다.
- ‘저 녀석이 정말 내 아들이 맞고 또 나를 아주 닮았다면... 나는 사랑스러운 어린이는 아니었을 것 같아.’
- “민아, 엄마가 너한테 뭐라고 했어?”
- 고시목에 생각에 잠겨있을 때, 당승민을 훈계하는 당석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다른 사람이 어리숙하다고 해서 그 사람의 돈을 뜯거나 괴롭히면 안 된다고 했지? 빨리 가서 돈 돌려주고 와!”
- “...”
- ‘참나, 엄마나 아들이나 똑같네! 저 녀석은 나를 닮은 게 아니라 자기 엄마를 닮은 거였어!’
- 하지만 당승민은 돈을 별로 돌려주고 싶어 하지 않았다.
- ‘내 노력으로 번 돈인데... 왜 돌려줘야 하지? 돌려주기 싫어! 하지만... 하지만 나는 엄마의 말을 잘 듣는 착한 아이야.’
- 결국 고민 끝에 당승민은 고시목 앞으로 달려와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 “아저씨, 제가 왜 엄마는 질 거로 생각했는지 궁금하지 않으세요?”
- “그래.”
- 고시목은 몸을 숙이고 아이와 눈높이를 맞추며 대화했다.
- “아저씨한테 얘기해줄래?”
- “좋아요!”
- 당승민인 배시시 웃으며 말했다.
- “그 답을 듣고 싶으면 199만 9천 9백 원 주세요!”
- “...”
- ‘돈을 돌려주고 싶지 않아서 수를 쓰는구먼.’
- 어차피 고시목은 돈을 돌려받을 생각이 없었다.
- 사실 그는 당승권과 당승민에게 용돈을 더 주고 싶었다.
-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 “좋아. 그렇게 해.”
- 당승민은 매우 기뻐하며 그에게로 다가가더니 귓가에 속삭였다.
- “형이 그러는데요... 저랑 형은 엄마 아빠가 싸워서 태어난 거래요!”
- “...”
- “그런데 책에서는 아이를 낳는 게 매우 아프고 힘든 거라고 했어요. 그러니까 제 생각엔 엄마랑 아빠가 싸워서 진 사람이 아이를 낳게 된 것 같아요. 그런데 아빠가 이겼으니, 엄마가 저랑 형을 낳았잖아요! 그래서 저는 이번에도 엄마가 질 거로 생각했어요!”
- 고시목이 물었다.
- “그럼, 엄마가 질 거라고 생각했으면서 왜 서로 싸우라고 한 거야? 너 아까 엄마가 다른 사람이랑 싸우는 걸 보는 게 제일 좋다고 하지 않았어? 나랑 싸워서 진다고 생각했으면 엄마가 싸우지 못하도록 말려야 하는 거 아니야?”
- 당승민은 두 눈을 깜빡이며 다시 시계를 들이밀었다.
- “한 질문당 199만 9천 9백 원이에요!”
- “...”
- 그때, 당석예가 다가와 당승민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 “당승민, 좋은 말로 할 때 그만하는 게 좋을 거야!”
- ‘상대가 아무리 돈이 많아 보여도 이런 식으로 하는 건 아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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