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목은 호기심이 왕성한 사람이 아니었다. 그래서 당승민이 해답을 해주지 않았지만 딱히 아쉽지 않았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당석예에게 말했다.
“데려다줄게.”
‘내 아이와 내 아이의 엄마일 가능성이 많은 사람들이야. 내 정자를 어떤 경로로 얻어서 아이를 낳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버지가 알아본 데에 의하면 저 여자는 좋은 사람이야. 부드럽고 선량하고 정의감 넘치고 책임감이 있는 그런 여자. 아... 겪어보니 부드럽지는 않은 것 같군. 경호원 중에 실력이 제일 좋은 사람을 업어치기로 메치는 그런 여자에게 부드럽다는 단어는 어울리지 않아. 아무튼 그것 빼고도 참 좋은 사람인 것 맞는 것 같아.’
고시목은 신사답게 그녀를 데려다주려고 했다.
“괜찮아요.”
하지만 당석예는 단호하게 거절했다.
“저 혼자 가면 돼요. 고마워요.
말을 마친 그녀는 양쪽으로 아이들 손을 잡고 도관을 떠났다.
당석예가 도관을 나서 차에 타려는 데 웬 고급 승용차가 갑자기 그녀 앞에 멈춰서더니 안에서 사십 대로 보이는 중년 여성이 나왔다.
중년 여성은 노기등등한 표정으로 당석예 이름을 불렀다.
“당석예!”
한창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당석예는 여자를 보자마자 얼굴에 웃음기를 거두었다.
형미진은 당석예를 향해 삿대질하며 말했다.
“감히 도망쳐? 어디 지구 끝까지 도망가 봐. 네가 어디에 가든 반드시 잡아 올 테니까 말이야! 당씨 가문에서 너한테 그동안 해준 게 얼마인데 도망가? 염치가 있으면 이제는 당씨 가문에 은혜 갚을 생각해야지 그렇게 도망치면 다 야? 당석예, 너 진짜 양심도 없어?”
당승권은 당석예의 손을 놓고 당석예 앞을 가로막으며 차가운 얼굴로 형미진을 노려보았다.
“아줌마는 성이 형씨고 우리 엄마는 성이 당씨예요. 그러니까 우리 엄마가 당씨 가문으로 돌아가든 말든 형씨 성인 아줌마가 상관할 일이 아닌 것 같은데요?”
“뭐라고?”
형미진은 앙칼진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내가 당씨 가문 사모님인데 왜 상관을 못해!”
“흥! 우리 엄마의 삼촌은 당씨 가문의 가주예요!”
당승권은 당돌하게 말을 이었다.
“우리 엄마의 몸속에는 당씨 가문의 피가 흘러요. 하지만 아줌마 몸엔 당씨 가문의 피가 흐르지 않죠? 그러니 뭐로 놓고보다 우리 엄마가 당씨 가문과 가까워요! 그러니까 우리 엄마한테 이래라저래라 하지 마세요! 아줌마가 뭔데 그래요?”
“너... 너... 이 녀석이!”
형미진은 당승권을 향해 삿대질하며 말했다.
“애비 없는 자식이 어디서 훈계질이야! 너는 말할 자격도 없어! 그러니까 썩 물러가!”
“아줌마야말로 애비 없는 자식이에요!”
당승권은 화가 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형씨 가문 사람들은 다 아줌마처럼 이렇게 교양이 없고 수준이 낮나요?”
당승권이 모욕을 당하자 당석예는 몹시 가슴이 아팠다.
그녀는 당승권을 자기 등 뒤로 숨기며 말했다.
“권아, 괜찮아. 엄마가 해결할 테니까 너는 동생 잘 보고 있어.”
당승권은 이제 고작 다섯 살밖에 안 됐지만 벌써 엄마를 지켜야겠다고 생각하는 기특한 아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