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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너 바보야?

  • 당석예는 한숨을 푹 쉬었다.
  • ‘그래, 이제 다섯 살밖에 되지 않은 아이들이니까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어. 하지만... 저 사람이 유전학적으로 정말 내 아이들의 아빠가 맞다고 해도 상관없어! 누가 뭐래도 내 아이들이야. 누구도 나한테서 아이들을 빼앗을 수는 없어!’
  • “엄마, 걱정하지 마세요.”
  • 당승민은 당석예의 손을 잡고 두 눈을 깜빡이며 귀엽게 말했다.
  • “엄마, 저 사람이 정말 우리 아빠라고 해도 상관없어요. 저랑 형을 지금껏 키워주는 사람은 엄마니까요! 그러니까 저 사람이 진짜 아빠라고 해도 우리 마음속에는 길을 지나가다 마주친 행인과 다를 바가 없어요. 굳이 따지자면 행인 1, 행인 2가 아니라 행인 아빠 정도?”
  • 고시목은 어이없는 눈빛으로 아이를 바라보았다.
  • “...”
  • 그러자 곁에서 당승권이 맞장구쳤다.
  • “엄마, 나랑 승민이 마음속에는 엄마가 제일 좋아요! 우리는 엄마 아들이에요! 아빠는 그저 옆집에 사는 아저씨들과 별반 다르지 않아요!”
  • “...”
  • 고시목은 속으로 이 아이들이 자기 아들이 아니기를 바랐다.
  • ‘아이들 치고는 말을 너무 잘해. 너무 잘해서 내가 말싸움을 이기지 못하고 화병에 걸릴 수도 있을 것 같아.’
  • 한편, 함께 따라온 고광만은 목덜미가 뻐근했다.
  • 그는 평소에 늘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는 사람이었는데 아이들 말에 기가 막혔다.
  • ‘세상에... 자기 친아빠일지도 모르는 사람을 옆집 아저씨에게 비유하다니... 아이고, 얘들아...’
  • 당석예는 고개를 숙여 아이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 저 사람은 너희 아빠가 아니니까!”
  • 당석예는 고시목을 향해 손을 내밀며 말했다.
  • “좋은 말로 할 때 뽑은 내 아이 머리카락 당장 돌려줘요! 아니면 신고할 거예요!”
  • 당승민은 고사리 같은 손으로 당석예의 다리를 잡으며 말했다.
  • “엄마, 고작 머리카락을 훔쳤다고 경찰 아저씨가 저 사람들 잡을 것 같지 않아요! 아마 신경도 안 쓸걸요?”
  • “...”
  • 당석예는 속으로 외쳤다.
  • ‘아들아! 제발... 제발 그 입 좀 다물어! 지금 그런 얘기를 할 때가 아니란 말이야!’
  • 한편, 고광만은 어쩐지 매우 평온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 그는 당석예를 바라보며 우아하게 웃었다.
  • “이봐요, 아가씨. 나랑 내기 하나 할래요? 우리가 이기면 머리카락 가지고 가게 해줘요. 대신 우리가 지면 머리카락을 돌려주고 저 녀석이 허리 굽혀 사과할 거예요.”
  • “좋아요! 좋아요!”
  • 당승민은 신이 난 듯 손뼉을 치며 말했다.
  • “엄마랑 싸워요! 저는 엄마가 다른 사람이랑 싸우는 걸 보는 게 제일 재밌어요!”
  • “...”
  • 고시목은 속으로 생각했다.
  • ‘무슨 꼬마의 취미가 이래?’
  • 당석예는 고광만의 제안에 귀가 솔깃했다.
  • 당석예는 어렸을 때부터 여러 가지 무예를 익히기 좋아했는데 누구와 싸워서 져본 적이 없었다.
  • ‘그래, 싸워서 이기면 머리카락을 가져올 수도 있고 저 재수 없는 남자의 사과도 받을 수 있어! 그러니까 나한테 이득이야!’
  • 당석예는 싸우기로 마음을 굳혔다.
  • “조건 하나 추가해요.”
  • 당석예는 고시목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 “만약 내가 이기면 앞으로 나와 내 아들 앞에 다시는 나타나지 말아 주세요. 우리 앞에서 완전히 사라져 주세요!”
  • 고시목은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 “그러지!”
  • 그때, 당승민은 고영민에게 쪼르르 달려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물었다.
  • “형, 그거 알아요? 크게 도박하는 건 해롭지만 작은 내기는 사람의 마음을 즐겁게 만들어줘요.”
  • 고영민은 그게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는 투로 멍하니 서 있었다.
  • 그러자 당승민은 다시 배시시 웃으며 말했다.
  • “형, 오늘 날씨가... 내기하기 딱 좋은 날씨 아니에요?”
  • 고영민은 여전히 의아한 표정이었다.
  • 그러자 곁에서 지켜보던 고성우는 답답한지 손을 들어 고영민의 뒤통수를 퍽 때리며 말했다.
  • “너 바보야? 작은 도련님께서는 지금 너랑 내기하자는 소리를 하는 거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