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바닥에는 웬 사람이 누워 있었는데 하얀색 천을 머리끝까지 뒤덮은 것으로 보아 이미 죽은 듯했다.
주변으로 구경하는 사람들이 가득 모여들었는데 그중 일부는 경찰의 질문에 답하고 있었다.
“아저씨, 저 범인이 누구인지 알아요!”
그때, 네댓 살쯤 되어 보이는 귀여운 꼬마가 사람들 틈을 비집고 나오더니 경찰 중에서도 대장으로 보이는 사람의 옷을 잡아당기며 말했다.
동방천양은 자기 옷을 잡아당기는 꼬마 아이를 보는 순간 흠칫 놀라고 말았다.
아이가 너무나도 예쁘게 생겼기 때문이었다.
아이는 하얀색 옷을 입고 있었는데 옷에는 눈길이 가지 않을 정도로 예쁘장하게 생겼다. 작은 얼굴에 또렷한 눈, 빨간 입술과 핑크빛이 도는 볼까지 한 입 깨물어주고 싶을 정도로 귀여운 아이였다.
동방천양은 몸을 쪼그리고 아이와 눈높이를 맞춰가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뭐라고? 너 뭘 보기라도 한 거야? 아저씨한테 얘기해 봐.”
“전 아무것도 보지 못했어요! 하지만 저는 범인지 누군지 알 것 같아요!”
꼬마는 작고 귀여운 손을 들어 사람들 속에 있는 누군가를 가리키며 말했다.
“범인은 바로... 저기 하얀색 모자를 쓰고 있는 아줌마예요!”
동방천양은 아이가 가리키는 곳을 바라보았다.
그곳엔 사오십 살쯤 되어 보이는 여자가 있었는데 꼬마의 말을 듣고는 몹시 당황한 듯 두 눈을 부릅뜨며 꼬마에게 으름장을 놓았다.
“이 자식이! 어른에게 못하는 말이 없어!”
여자는 곧이어 동방천양쪽을 바라보며 말했다.
“선생님, 꼬마가 하는 허튼소리를 설마 믿으시는 건 아니겠죠? 아직 머리에 피도 안 마른 꼬마일 뿐이에요. 그러니 신경 쓰지 마세요.”
“제 동생은 거짓말을 하지 않았어요!”
그때, 또 다른 귀여운 꼬마가 사람들 속에서 비집고 나왔다.
두 꼬마 아이는 똑같은 디자인에 색상만 다른 옷을 입고 있었다.
동생으로 보이는 아이는 하얀색 옷차림이었고 형으로 보이는 아이는 검은색 옷차림이었다.
“아저씨,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당승권이고 제 동생 이름은 당승민이에요.”
아이는 동방천양 앞으로 다가서더니 그에게 손을 내밀며 자기와 동생을 야무지게 소개했다.
네댓 살밖에 안 되는 아이였지만 인사하는 모습이나 말하는 말투가 영락없는 어른 아이 같았다.
그 모습에 동방천양은 피식 웃으며 그에게 오른손을 건네 꼬마와 악수했다.
“그래, 안녕.”
“아저씨, 제 동생은 거짓말하지 않았어요. 하얀 모자를 쓴 아줌마가 범인이에요!”
당승권은 아주 진지한 표정으로 동방천양에게 말했다.
사실 동방천양 역시 모자 쓴 여자를 수상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동방천양은 두 아이가 무엇 때문에 그 여자를 범인이라고 확신에 차서 말하는지 아주 궁금했다.
동방천양은 아이들에게 물었다.
“너희들은 왜 저 사람이 범인이라고 확신하는 거야?”
당승민이 말했다.
“오늘은 날이 흐렸는데도 저 아줌마는 썬캡을 쓰고 있잖아요. 게다가 여기는 주차장 안이라서 어두운데도 아줌마는 모자를 꼭 쓰고 있어요!”
그러자 이번에는 당승권이 말을 보탰다.
“저분은 아주 신경 써서 옷을 입었어요. 그렇다는 건 자기 이미지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고 옷차림을 신경 쓰는 사람이라는 뜻이죠. 하지만 아줌마는 선녀들이나 입을 법한 원피스 입어놓고는 투박한 썬캡을 쓰고 있어요. 이미지를 신경 쓰고 옷을 조화롭게 입는 사람들이라면 절대로 저런 실수를 하지 않죠. 투박한 썬캡과 원피스는 전혀 어울리지 않으니까요! 그러니까 아줌마는 원래 썬캡을 쓰지 않았다가 무슨 일이 생겨서 급하게 썼다는 얘기에요!”
당승민은 시신 옆으로 다가가더니 시신의 오른발에 신은 구두를 가리키며 말했다.
“시신의 오른발에 신은 구두를 보세요. 왼쪽 발에 신은 구두보다 아주 깨끗하죠? 이건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구두 굽을 닦았다는 거예요.”
그러자 이번에는 당승권이 모자를 쓴 여인을 가리키며 엄숙하게 말했다.
“제가 보기엔 돌아가신 분과 모자를 쓴 아줌마 사이에 다툼이 있었던 것 같아요. 돌아가신 분은 어쩌면 자기 구두를 무기 삼아 아줌마의 머리에 휘둘렀을 수도 있어요. 그래서 아줌마는 머리에 피가 났겠죠. 그 바람에 아줌마는 홧김에 살해한 게 아닌가 싶어요. 그러고 나서 저분이 돌아가시니까 구두를 닦아주고 서둘러 발에 신겨주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