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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쌤통이야!

  • 당석예는 당씨 가문의 덕을 본 게 맞았다.
  • 그래서 그동안 형미진이 과분한 언행을 해도 당씨 가문의 체면을 생각해서 줄곧 참았고 그러다 그녀를 피해 서울까지 오게 된 것이다.
  • 하지만 그래도 형미진은 당석예를 좀처럼 놓아주지 않고 계속 괴롭혔다.
  • 당석예는 삼촌과 두 사촌오빠의 체면을 생각해 형미진이 뭐라고 하든 계속 참고 양보했지만, 형미진은 이제 하다 하다 그녀의 아들까지 욕보였다.
  • ‘내가 어쩌다 두 아이를 낳게 되었는지 제일 잘 아는 사람이 정말... 내 아들을 애비도 없는 자식이라고 욕하다니! 이건 못 참아!’
  • 당석예는 두 아이를 자기 등 뒤로 감추고 형미진을 무섭게 노려보며 말했다.
  • “비켜요! 좋은 말로 할 때 비키라고요!”
  • “흥!”
  • 형미진은 가소롭다는 듯 허리춤에 팔을 두르고 말을 이었다
  • “당석예, 잘 생각해! 나는 네 삼촌이 위풍당당하게 맞이한 부인이야! 내 손가락 하나라도 건드렸다가는 두고 봐!”
  • 당석예는 코웃음을 치며 무언가 말하려고 했다.
  • 그런데 그때, 웬 드론 한 대가 날아오더니 형미진의 머리 위에서 멈추었다.
  • 그리고 윙 하는 소리와 함께 드론에 달려있던 박스가 열리면서 안에서 웬 액체가 형미진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
  • 끈적이는 노란 색 액체를 뒤집어쓴 형미진은 사색이 되었다.
  • “어머나!”
  • 형미진은 새된 소리를 지르며 서둘러 액체를 만져보았다.
  • ‘황산 같은 건 아니겠지?’
  • 하지만 만져본 결과 끈적하고 달콤한 냄새가 났다.
  • ‘설마... 이건 꿀?’
  • 형미진은 틀림없이 당석예의 아이들 짓이라고 생각했다.
  • 그녀는 바락바락 악을 쓰며 말했다.
  • “당승권, 당승민! 이 자식들 아주 못된 짓만 골라 하는구나? 하긴, 애비도 없이 컸으니 잘 커봤자 얼마나 잘 컸겠어! 내가 오늘 너희들 아주 제대로 혼을 내줘야겠어!”
  • 아이들이 형미진을 골려 주는 모습을 흥미진진하게 보고 있던 고시목의 표정이 굳었다.
  • ‘애비도 없이 컸다고? 혼을 내주겠다고? 하...’
  • 고시목은 아이들이 자기 친자식이 맞든 아니든 귀여운 아이들을 괴롭히는 형미진이 매우 밉고 싫었다.
  • ‘게다가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저렇게 치욕스럽게 욕하다니... 정말 몰상식한 여자야!’
  • 고시목은 앞으로 성큼성큼 다가가 당석예 대신 일을 해결해 주려 했다.
  • 그런데 그가 나서기도 전에 당승권과 당승민이 행동을 개시했다.
  • 두 아이는 당석예의 차에서 작은 박스를 꺼내더니 형미진 앞으로 그것을 옮겨왔다.
  • 두 아이 모두 화가 난 탓인지 얼굴이 잔뜩 달아올라 있었다.
  • 아이들은 섬광이 번뜩이는 눈빛으로 형미진을 바라보더니 그녀 앞에서 박스를 열었다.
  • 그러자 윙윙하는 소리와 함께 수많은 벌이 안에서 나왔다.
  • 벌들은 꿀 냄새를 맡은 듯 망설임 없이 형미진 쪽으로 달려들었다.
  • 얼마 지나지 않아 형미진은 돼지 멱 따는 소리를 내며 바닥에서 굴렀다.
  • 당승민은 드론 조종기를 들고 얼른 당승권 옆에 섰다.
  • 그러고는 장난기 가득한 표정을 지으며 중얼거렸다.
  • “흥! 아줌마야말로 교양이 없어! W국에나 있을 것이지 왜 여기에 찾아와서 우리를 괴롭히는 거야! 그러니 쌤통이야!”
  • “...”
  • ‘생각보다 대단한 아이들인데?’
  • 형미진은 벌들에게 쏘여 얼굴상태가 말이 아니었다.
  • 그러자 고시목은 굳이 자기가 나설 필요가 없게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 ‘녀석들이 점점 마음에 드는군.’
  • 고시목은 친자확인 검사를 굳이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 ‘나를 쏙 빼닮았을 뿐만 아니라 아주 영리해. 내 아들이 분명한 것 같아!
  • 고시목은 당석예 모자 뒤에 서서 여유롭게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 한편, 벌에 쏘인 형미진은 무척 괴로웠다.
  • 그녀는 새된 비명을 지르며 벌을 쫓아내려고 안간힘을 쓰며 몸을 버둥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