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화 머리카락 쟁탈전
- ‘이건 사실이 아닐 거야!’
- 그때, 구석에 앉아 있던 고시목이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성큼성큼 다가와 당승권과 당승민 곁에 섰다.
- 고시목은 한쪽 손을 바지춤에 넣고 원홍파와 눈을 마주치며 말했다.
- “얘 말 사실이야.”
- 고개를 들어 남자의 얼굴을 확인한 원홍파는 돌처럼 굳어버리고 말았다.
- 그는 한참이나 고시목의 얼굴을 바라보다 고개를 돌려 바로 옆에 있는 당승권의 얼굴을 확인했다.
- 그의 마음은 찢어질 듯 아팠다.
- 고시목과 당승권은 서로 판박이였다.
- ‘부자 사이가 맞는 것 같아. 휴... 이렇게 허무하게 내 사랑이 끝나버리다니...’
- 원홍파는 당석예를 보는 순간 그녀에게 첫눈에 반했다. 그래서 머릿속으로는 그녀와 자식까지 낳고 이름을 짓는 상상까지 다 했더랬다.
- ‘그런데 내 여신님이 이미 다른 남자와 결혼했고 아이도 있다니! 게다가 그 남자는 나보다 더 젊고, 잘 생겼고, 차림새를 보니 능력도 더 있어 보여. 돈도 많은 것 같고. 게다가... 인상을 보아하니 만만치 않은 상대인 것 같아!’
- 원홍파는 실연의 아픔을 겪는 사람처럼 가슴을 움켜쥐더니 여자 친구를 찾지 않아도 된다며 상처받은 얼굴로 뛰쳐나갔다.
- 당석예는 뛰쳐나가는 그의 뒤에 대고 소리쳤다.
- “이봐요! 그럼 의뢰하신 건은 어떻게...”
- “안 찾아도 돼요!”
- 원홍파는 고개도 돌리지 않고 소리쳤다.
- “아주 못생긴 여자여서 찾을 가치도 없을 것 같아요! 정 속이 내려가지 않으면 사람을 찾아 암살해 버리려고요!”
- “...”
- ‘미친놈인가?’
- 당석예는 곁에 서 있는 남자를 힐끗 바라보더니 생각했다.
- ‘참, 그런데 갑자기 튀어나온 이 남자는 뭐야? 뭔데 승권이랑 이렇게 똑같게 생겼지?’
- 당석예는 어쩐지 불길한 예감과 함께 이상한 위기감 같은 게 들었다.
- 그녀는 경계 태세를 취하며 작은 아들의 손을 잡고 큰아들을 향해 말했다.
- “권아, 이만 가자.”
- 당승권은 고개를 끄덕이며 당석예와 함께 커피숍을 걸어 나갔다.
- 당승민이 웬 젊은 남자의 곁을 지나가고 있는데 그 남자가 갑자기 손을 들어 당승민의 머리카락을 잡아당기려고 했다.
- 그 남자는 바로 고시목의 경호원 고성우였다.
- 어제, 고시목은 고광만의 성화에 못 이겨 다른 곳에 있다가 서둘러 서울로 돌아왔다.
- 그는 몇 명의 경호원과 함께 고씨 가문을 찾았는데 고광만으로부터 엄청난 소식을 듣게 되었다.
- 고광만은 고시목에게 네 아들 같아 보이는 천재 꼬마를 찾았노라며 얘기했다.
- 하지만 고시목은 그럴 리가 없다고 부인했다.
- 그러자 고광만은 언성을 높이며 어떻게 해서라도 꼬마의 머리카락을 가져오라고 엄포를 놓았다.
- 그는 당장 친자확인 검사를 해야 마음이 놓일 것 같으니 당장 실행하라고 했다.
- 그러면서 친자확인 검사를 하지 않는다면 뒷 목 잡고 쓰러져 입원할 것이라고 협박하기도 했다.
- 고광만의 성화에 못 이겨 고시목은 결국 꼬마 아이를 찾아 머리카락을 뽑아오기로 했다.
- 고시목은 인맥과 돈을 이용해 당석예와 두 꼬마가 우기 커피숍에 나타날 것이라는 정보를 미리 입수하고 고광만 그리고 몇 명의 경호원과 함께 와서 기다렸다.
- 고성우가 당승민의 머리를 잡기도 전에 누군가 그의 손목을 잡았다.
- 그리고 눈 깜빡할 사이에 고성우는 누군가에 의해 업어치기를 당했고 허무하게 바닥에 넘어졌다.
- “...”
- 바닥에 누운 고성우는 어안이 벙벙했다.
- ‘내가... 지금 업어치기를 당한 거야? 고씨 가문에서는 도련님 빼고 나보다 운동신경이 뛰어난 사람이 없는데... 누가 감히 나를?’
- 고성우는 멍하니 있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 고성우를 업어 메친 사람은 바로 당석예였다. 그녀는 작은 아들을 품에 안고 차가운 눈빛으로 고성우를 쏘아 보며 물었다.
- “지금 뭐 하자는 거예요?”
- “앗!”
- 그때, 당승권이 소리쳤다.
- 당석예는 서둘러 당승권도 자기 쪽으로 바짝 잡아당기며 긴장한 말투로 물었다.
- “왜 그래?”
- 당승권은 머리를 움켜쥐고 바로 자기 곁에 선 젊은 남자를 손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 “저 사람이 내 머리카락을 잡아당겼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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