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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화 세상에서 제일 사랑해요!

  • 고시목 본인 역시 자기가 아이들을 이렇게 좋아하는지 처음 알았다.
  • ‘하지만 친척 아이들에게 이런 느낌을 받은 적은 한 번도 없어. 아이들이랑 놀아주려면 항상 인내심을 가져야 했는데 오늘처럼 이렇게 푹 빠져드는 경험은 처음이야.’
  • 지금 고시목의 머릿속에는 온통 아이들에게 잘해주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 ‘저 귀여운 아이들에게 사랑을 마음껏 주고 싶어! 좋은 것들도 마구마구 사주고 정말 예뻐해 주고 싶어! 사랑해 주고 싶고, 보호해 주고 싶어! 그 누구도 감히 저 아이들을 함부로 대하지 못하게 꼭 감싸주고 싶어! 아이들이 다치지 않게 막아주고 싶고 아이들 눈에서 눈물 흐르지 않게 해주고 싶어. 아이들이 건강했으면 좋겠고 늘 웃었으면 좋겠어. 잠깐... 나 왜 이러지? 지금 나 너무 이상하잖아.’
  • 당승민은 차에 오르기 전 고시목에게 뽀뽀를 날리느라 한발 늦게 차에 올라탔다.
  • 그는 당승권과 함께 뒷좌석에 얌전히 앉아 있었다.
  • 차가 출발하자 당승민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 “엄마, 나 저 아저씨 좋아요.”
  • 당승권은 당승민을 힐끗 바라보더니 맞장구쳤다.
  • “나도 좋아요.”
  • 당승민이 말했다.
  • “아저씨는 당씨 가문 사람들보다도 좋아요. 웃을 때도 아주 멋지고. 아저씨는 마치... 태양 같아요. 아주 따뜻한 사람이잖아요.”
  • 당승권은 입을 삐죽이며 말을 이었다.
  • “당씨 가문 사람들은 형미진 아줌마랑 당금희만 예뻐해요!”
  • 그러자 당승민은 마음이 아픈 듯 작은 목소리로 맞장구쳤다.
  • “맞아요! 그 사람들이 매번 엄마를 괴롭히는 데도 계속 그 사람들 편만 들고 엄마를 힘들게 해요...”
  • ‘이 세상에 엄마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은 나랑 형뿐이야. 엄마는 다른 사람들한테 사랑을 받지 못해. 불쌍한 우리 엄마...’
  • “맞아요!”
  • 당승권은 콧방귀를 뀌더니 당석예를 위로하기 시작했다.
  • “하지만 엄마, 너무 슬퍼하지 말아요. 나랑 승민이는 언제나 엄마 편이고 세상에서 엄마를 제일 사랑해요! 엄마는 저랑 승민이의 우주에요! 세상 그 누구도 엄마보다 더 좋을 순 없어요!”
  • “맞아요!”
  • 당승민은 자리에서 뛰어내리더니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에 있는 틈으로 비집고 들어가 당석예 얼굴로 뽀뽀하며 살인미소를 지었다.
  • “엄마, 저랑 형은 엄마를 제일 사랑해요! 영원히요!”
  • ‘다른 사람들이 엄마를 사랑하지 않아도 괜찮아! 나랑 형이 사랑해 주면 돼! 나랑 형은 빨리 클 거야! 빨리 커서 힘 있고 멋진 남자가 되어 엄마를 괴롭히는 사람들을 다 무찌를 거야! 그 누구도 엄마를 괴롭히지 못하게 막을 거야!’
  • 아이들의 사랑 고백에 당석예는 코가 시큰거리고 눈시울이 붉어졌다.
  • 그녀는 애써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 “귀여운 내 강아지들, 엄마도 권이 민이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 하지만 민아, 일단 자리에 가서 앉을래? 그리고 안전띠 꼭 해야 해! 이대로는 위험하단 말이야!”
  • “알겠어요, 엄마!”
  • 당승민은 당석예의 얼굴에 다시 한번 뽀뽀한 뒤 얌전히 자리에 가서 돌아가 앉고 안전띠를 했다.
  • 당석예는 백미러로 당승민이 안전띠를 잘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한 뒤에야 안심했다.
  • 아이들의 사랑 고백을 들어서 그런지 당석예는 갑자기 힘이 마구 솟구치는 것 같았다.
  • ‘아이들이 태어나기 전 나는 어쩌면 세상에서 제일 불행한 여자가 아닐지 생각했었어. 하지만 아이들이 태어나고 난 뒤로 엄청난 행복을 느끼고 있어. 아이들은 내 목숨이자 나를 구원하러 온 천사야! 죽음 말고 아이들과 나를 갈라놓을 수 있는 건 없어! 감히 내 아이를 건드리는 자는 목숨을 걸고서라도 싸울 거야.’
  • 반 시간 뒤, 당석예는 아이들과 함께 임시로 머무는 집에 돌아왔다.
  • 당석예는 서울에 온 지 며칠 안 되었기에 아직 집을 사지 못한 상태였다.
  • 당석예는 짬 날 때마다 집을 둘러보고 마땅한 게 있으면 집을 사서 아이들과 안락하게 살고 싶은 마음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