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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뭉치 4둥이 아빠가 재벌

사고뭉치 4둥이 아빠가 재벌

아리송송

Last update: 2024-04-20

제1화 뼈에 사무친 원한

  • “음…”
  • 잠에서 깬 남연아는 온몸이 부서질 것처럼 아팠다. 그녀는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이불 속에 누워 있었다.
  • 새하얀 피부에 생긴 얼룩덜룩한 키스 자국은 감히 눈을 뜨고 볼 수 없을 정도였다.
  • ‘어떻게 된 거야?’
  • 갑자기 어젯밤 그 야했던 장면들이 하나하나 그녀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 그녀는 의식이 분명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 방에 왔다가 낯선 남자한테 온밤 미친 듯이 괴롭힘을 당했다.
  • 그녀가 목이 쉬도록 울었지만, 그 남자는 아랑곳하지 않고 모질게 그녀의 몸을 가졌다.
  • 남연아는 옷을 갈아입고 후들거리는 다리로 침대에서 내려 자신의 정조를 앗아간 나쁜 놈부터 찾으려고 했다. 하지만 스위트룸을 다 뒤져보아도 남자의 그림자는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침대 위에서 은색 십자가 귀걸이를 찾아냈다.
  • ‘그 남자가 두고 간 걸까?”
  • 남연아가 그 귀걸이를 주머니에 넣고 방에서 나가려고 하는데 누군가가 방문을 걷어찼다.
  • 오십에 가까운 남도진이 화난 얼굴로 성큼성큼 들어왔다. 그리고 그 뒤에는 남연아의 쌍둥이 여동생 남수아도 있었다.
  • “아빠, 수아야…”
  • 놀란 남연아는 얼굴이 순식간에 하얗게 질렸다.
  • 남도진이 남연아를 가리키며 욕설을 퍼부었다.
  • “온밤 안 들어오길래 무슨 일이 생긴 줄 알았더니 너 남자랑 호텔에서 놀아났구나!”
  • 남수아도 원망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 “언니, 이번에는 언니가 너무 했어! 아빠랑 아줌마, 그리고 내가 언니를 얼마나 찾아다녔다고 그래!”
  • 남연아는 한사코 고개를 저었다.
  • “아니에요. 아니라고요.”
  • “창피한 줄도 모르고! 목이며 팔에 있는 흔적들은 다 뭐야? 아직도 발뺌할 거야!”
  • “아빠, 난 모함을 당했어요. 나도 어떻게 된 건지 잘 모르겠어요.”
  • 남연아가 말도 안 되는 변명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 남도진은 옆에 있던 재떨이를 들어 그녀한테 던졌다.
  • 탁!
  • 남연아는 미처 피하지 못하고 재떨이에 이마를 맞았다. 피가 줄줄 흘러나와 그녀의 얼굴을 적셨다.
  • “남연아, 내가 너와 강 사장의 혼사를 허락한 지 얼마나 됐다고 이렇게 창피한 일을 저질러! 너의 이 더러워진 몸을 어떻게 강 사장한테 설명할 거냐고!”
  • 남연아는 믿어지지 않아 눈이 휘둥그레졌다.
  • “그 강상수라는 사람은 예순이 다 되잖아요! 세 번째 마누라까지 죽었고. 나 보고 그 사람한테 시집가라고요?”
  • “왜? 억울해? 그한테 시집가는 게 너한테는 영광인 줄이나 알아.”
  • 남도진은 남수아의 손을 당기면서 안쓰러운 표정을 지었다.
  • “너와 수아는 생긴 것만 닮았지, 품행이 전혀 닮지 않아서 참 다행이야! 네가 이렇게 스스로 망가지는 바람에 우리 남씨 가문 체면이 다 구겨졌어!”
  • 남수아가 경멸하듯 남연아를 힐끔 보았다.
  • “아빠, 잊으셨어요, 언니는 시골에서 자랐잖아요!”
  • 남도진은 매몰찬 시선으로 그녀를 보았다. 남수아도 다친 그녀한테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다.
  • ‘하! 이 사람들이 어떻게 내 아빠와 여동생이지!’
  • 남연아의 이마에서는 피가 흘렀지만, 속에서는 피눈물이 떨어졌다.
  • 10개월 후, 교외에 있는 한 아파트에서 아기의 우렁찬 울음소리와 함께 남연아는 순조롭게 두 아기를 출산했다.
  • 남수아가 온몸이 핏덩어리인 두 아기를 안고 출산 때문에 탈진한 남연아를 독살스럽게 바라보았다.
  • “아이를… 돌려줘…”
  • 얼굴빛이 종이처럼 창백한 남연아는 억지로 몸을 지탱했다.
  • “돌려달라고? 언니가 쌍둥이를 키울 수나 있겠어?”
  • “난 너의 언니야… 친언니라고!”
  • 남연아는 자신과 똑같이 생긴 남수아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 “왜… 왜 나를 해치려는 거야?”
  • “그 여자는… 언니 엄마야! 내 엄마가 아니라고! 그때 언니와 나, 둘 중 언니를 선택했고, 나를 짐승들만 있는 가문에 남겨두어 나 혼자 그 더러운 사람들을 상대하게 했어! 내가 고통받고 있을 때 언니는 어디 있었어?!”
  • 남수아는 소름 끼치는 웃음을 지었다.
  • “남연아, 이 세상에서 이 얼굴을 가진 사람은 나 남수아 하나만 있으면 돼!”
  • “너 어쩌려고?”
  • “너를 불태워 죽일 거야!”
  • 남수아는 미리 준비해 온 휘발유를 방 안에 붓고 라이터에 불을 붙인 후 바닥에 던지고는 쌍둥이를 안고 떠났다.
  • 불꽃이 휘발유에 닿자 아파트 안에는 삽시간에 불길이 번졌다.
  • 아파트에서 나온 남수아는 불바다를 한번 돌아보고는 품에서 울어대는 쌍둥이를 힐끗 보았다.
  • 그녀는 10개월 전에 남연아를 해친 증거를 없애려고 호텔로 갔다가 박시현이 보낸 사람을 만났고, 그때 그녀는 남연아와 잠자리를 가진 사람이 그녀가 찾아온 망나니가 아니라 서울을 쥐락펴락하는 박시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 놀라움 속에서도 그녀는 빠른 결정을 내렸다. 그녀는 박시현에게 자신이 바로 그날 밤에 박시현을 치료해준 사람이라고 알려줘야 했다!
  • 남연아와 쌍둥이 자매인 그녀는 생김새와 몸매가 거의 비슷했기 때문에 남연아만 이 세상에서 사라진다면 아무도 그녀가 남연아를 대신했다는 비밀을 알지 못했다.
  • 그리고 이 쌍둥이는 그녀가 앞으로 박시현에게 다가갈 수 있는 유력한 도구였다.
  • “울긴 왜 울어! 박시현의 아이만 아니었어도 너희들도 불태웠을 거야.”
  • 남수아는 잠깐 멈췄다가 말을 이었다.
  • “그래도 너희들의 뒷받침만 있으면 박씨 가문에 시집가는 건 정해진 일이지.”
  • 상상 속에 잠긴 남수아는, 불길이 치솟을 때 남연아가 전력을 다해 창문을 통해 밖으로 도망친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 남연아가 힘겹게 발걸음을 옮기고 있을 때 갑자기 익숙한 통증이 또 느껴졌고 이어서 새끼고양이 울음소리 비슷한 소리가 들렸다.
  • 알고 보니 그녀는 쌍둥이만 임신한 게 아니었다…
  • 남연아는 떨리는 두 손으로 자신의 세 번째, 네 번째 아기를 받쳐 들었다.
  • 이 두 아기를 위해서는 아무리 힘들어도 버텨야 했다.
  • 남연아는 이를 악물었다. 그녀의 눈에는 뼈에 사무치는 원한이 서렸다.
  • “너희들이 나한테 빚진 건 하나하나 빼앗아 오고야 말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