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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너의 검증이 필요해

  • 갑자기 차 안에 쓰러진 남연아는 깜짝 놀라며 반격하려고 했지만, 상대방은 그녀보다 더 빠른 속도로 움직여 그녀의 팔을 뒤로 비틀었다. 그녀의 귓가에서는 뜨겁고 촉촉한 숨결이 느껴졌고, 남자의 얇은 입술이 그녀의 귀 변두리에 살짝 닿기까지 했다.
  • “안 놔? 당신 남자 맞아? 어떻게 기습을 할 수 있어.”
  • 남연아가 벗어나려고 할수록 남자는 더 꽉 껴안았다. 그녀는 자신의 등이 남자의 가슴에 찰싹 맞닿아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 남자의 목소리는 분위기가 있었다. 나지막한 웃음소리가 그녀의 귀에 들렸다.
  • “내가 남자 맞냐고요? 직접 확인해볼래요?”
  • “그럼 이거 놔 줘야지.”
  • 남연아는 눈동자를 몇 바퀴 굴렸다.
  • “당신이 내 손을 비틀고 있는데 내가 무슨 수로 확인해?”
  • 남자는 말없이 남연아의 팔을 풀어주었다. 풀어주기 바쁘게 남연아는 몸을 돌리며 남자를 향해 주먹을 날렸다. 하지만 남자는 그녀의 주먹을 식은 죽 먹기로 잡더니 그녀를 자기 쪽으로 끌어당겼고, 두 사람 사이의 거리는 다시 좁혀졌다.
  • “당신은 참으로 날카로운 발톱을 가진 들고양이군요.”
  • 고개를 들어 남자를 쳐다본 남연아는 깜짝 놀랐다.
  • 그의 차가운 얼굴은 흠잡을 데 없이 완벽했고 그윽한 눈은 천 년 된 우물처럼 바닥이 보이지 않았다. 오른쪽 눈 밑에 있는 눈물점은 요염함을 더해주었다. 그의 입가에 머금은 간사하고 차가운 미소는 선의와 악의가 뒤섞여서 종잡을 수 없을 정도로 신비로웠다.
  • 남연아는 25년이라는 세월을 살면서 잘생긴 남자들을 수도 없이 보았지만, 눈앞의 남자는 완벽했다.
  • 멍해 있는 남연아를 보면서 박시현의 눈빛도 부드러워졌다.
  • “줄곧 남연아 씨와 밥 한 끼 먹으려고 요청했는데 자꾸 거절하시니까 방법이 이것밖에 없었어요.”
  • 박시현은 그녀의 주먹을 놓아주면서 입을 열었다.
  • “박시현, 저의 이름입니다.”
  • 이 이름을 듣고서야 남연아는 제정신으로 돌아왔다.
  • “당신이 박시현인가요?”
  • 남연아는 몸을 차 문에 잔뜩 기대며 박시현에 대한 경계를 풀지 않았다.
  • “저와 아는 사이도 아니잖아요. 이렇게 저를 납치한 게 저와 밥 한 끼 먹기 위해서라고요?"
  • 박시현은 각양각색의 여자들을 만나보았다. 고귀하거나 건방지거나 온순하거나 부드럽거나… 그녀들은 전부 자신과 엮이고 싶어 했다. 하지만 눈앞의 이 맑은 눈매를 가지고 있는 여자만은 그한테 경계심을 드러내고 있었다.
  • 얼굴은 비록 못생겼으나 이성을 잃지 않고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있는 여자한테 그는 호기심이 생겼다.
  • 이 여자를 더 똑똑히 보기 위해 박시현은 몸을 기울이며 점점 그녀를 향해 다가갔고 남연아는 끊임없이 뒤로 물러났다. 곧 그녀의 몸은 차 문에 붙어서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게 되었다. 그녀가 뒤에 감춘 새끼손가락 사이에는 은 바늘이 있었다. 그가 1센티미터만 더 가까이 오면 은 바늘이 그의 목에 있는 사혈을 찌를 판이었다.
  • 남연아가 손을 쓰려고 할 때 박시현은 더 이상 다가가지 않고 커다란 손을 그녀 뒤로 뻗어 그녀가 은 바늘을 감추고 있는 손을 끄집어냈다.
  • “당신.”
  • 박시현의 솜씨와 관찰력이 이 정도일 줄은 생각지도 못한 남연아는 어리둥절해졌다.
  • “남연아 씨, 깊이 생각하지 마세요.”
  • 박시현은 남연아 손에서 은 바늘을 가져다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 “저는 박진아 아빠예요. 공항에서 남연아 씨가 우리 딸을 돌봐준 일이 고마워서 식사 초대하려는 거예요.”
  • ‘박진아?’
  • 남연아는 공항에서 만났던, 실어증에 걸린 그 꼬마를 떠올렸다.
  • “고마워할 필요는 없어요. 진아는 귀여운 아이여서 다른 사람이라도 그렇게 했을걸요.”
  • 말랑말랑한 그 녀석이 생각난 남연아는 표정이 순식간에 부드러워지면서 입가에 가벼운 미소를 지었다.
  • “그 꼬마는 잘 지내나 모르겠네요. 하도 착해서 진심으로 아껴주고 싶어요…”
  • 박시현은 남연아의 얼굴을 뜯어보았다. 생김새는 평범했지만, 그녀의 날렵한 눈매는 그의 호기심을 자아냈다.
  • 남연아는 그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박진아를 예뻐하는 것 같았다. 그한테 아첨하기 위해서, 혹은 다른 목적이 있어서가 아니라 진심인 것 같아서 박시현은 생모인 남수아보다 오히려 남연아 쪽이 박진아를 더 사랑한다는 착각까지 생겼다.
  • 바로 이때 차가 급히 오른쪽으로 방향을 바꾸는 바람에 남연아의 몸은 그녀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박시현을 향해 넘어졌다.
  • 하지만 하필이면 그녀의 얼굴이 마침 남자의 아랫배 아래에 있는 그 부위에 꽂히고 말았다.
  • 칸막이 앞에서 운전하고 있던 상호는 차 안에 있는 통신 시스템을 통해 말을 전했다.
  • “도련님, 죄송해요. 방금 앞에서 차 한 대가 갑자기 차선을 바꾸는 통에 미처 브레이크를 밟지 못했어요.”
  • 에피소드가 있고 난 뒤 지프는 계속해서 앞을 향해 달렸다.
  •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뒷좌석에서 남연아와 박시현은 애매모호한 자세를 유지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