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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못 된 짓을 할 사람

  • 그녀가 A국언어를 할줄 안다니. 만약에 이전에 그녀가 그날 저녁의 그 여자란 확신이없었다면 이번에는 확신했다.
  • “백비서?”
  • 부하직원은 그녀가 왜 발걸음을 멈췄는지 몰라서 다시 한번 일깨웠다.
  • “회의가 곧 시작합니다.”
  • 백주영은 손안의 파일을 부하에게 쥐여주며 말했다.
  • “먼저 파일을 정대표한테 보여줘요, 곧갈게요.”
  • “내일 그럼 출근하러 와요.”
  • 이언어를 하는 사람이 지극히 적으니 비록 임세연이 별 경력이 없었지만 A국언어를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임세연은 의자에서 일어나 살짝 몸을 굽힌뒤 말을 꺼냈다.
  • “감사합니다!”
  • 그녀는 홀가분히 면접장을 나왔다, 그 뒤로 백주영이 걸어들어갔다.
  • “아까 그 여자는 지원자격이 안돼서 받으면 안돼요.”
  • “경력은 부족해도 A국언어를….”
  • “내가 한말 못 들었어요?”
  • 백주영이 소리를 높였다. 그녀는 정민준의 비서이자 여자친구였다. 아마도 정씨 가문사모님이 될 사람인데 누가 밉보이고 싶겠나? 면접관은 아쉽다는듯이 응했다.
  • “네.”
  • 건물안에서 걸어나온 임세연은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한끗의 희망이 보였으니깐. 한 걸음한걸음 천천히 이생활에 적응해가고 있었다. 그녀는 길에서 택시를 타고 임가로 향했다. 얼마안가 차는 임씨의 별장앞에 멈췄고 그녀는 비용을 지불하고 내렸다. 그녀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들어갔다. 거실에는 심수정이 실크로된 잠옷을 입고 섹시하게 소파에 앉아있었다. 그녀는 임세연을 보고 정리가 잘된 눈썹을 들썩였다.
  • “어이구, 임세연 아가씨 아니세요?”
  • 임세연의 눈길은 심수정의 팔찌에 머물렀다. 그것은 어릴때 엄마의 보석함에서 보던것이었고 어릴때 엄마가 그건 외할머니가 주신거라고 말한것이 떠올랐다. 하지만 지금은 심수정의 팔목에 걸려 있다니. 임세연은 열불이 나는 속을 참고 입을 열었다.
  • “임국안 씨 찾으러 왔는데요?”
  • 심수정은 이쁜 아트가 그려져 있는 네일을 보며 말을 꺼냈다.
  • “절름발이한테 시집을 가니 못살겠지?”
  • “그건 그쪽이 걱정하실 일은 아닌거 같네요.”
  • 임세연은 또 한번 물었다.
  • “임국안 씨 계시나요?”
  • 심수정은 그제야 눈을 똑바로 뜨고 임세연을 한번 훑어보다 말했다.
  • “넌 생긴 것도 못생겨서 정씨 집안 그 절름발이도 싫어하지?”
  • 임세연은 어이없단듯이 풋 하고 웃었다. 이 순간, 그녀는 정민준이 걷지 못하는 척 연기를 한것에 감사하고 있었다. 그의 열연덕에 그녀도 돌아올 수 있었으니깐. 만약에 정민준이 연기였단걸 알았다면 심수정은 자신의 딸을 시집보내지 않은 걸 후회하지 않았을까? 남자로서 정민준은 확실히 잘생겼고 능력도 좋고 돈도 많았다. 많은 여자들의 이상형이 확실했다.
  • 임국안이 없으니 그녀는 심수정과 무의미한 대화를 이어나가기 싫었다. 그녀는 바로몸을 돌려 출구로 걸어온 순간 한대의 차량이 문앞에 멈춰섰다. 임세연은 임국안의 차란것을 알아보았다. 얼마안가 기사가 내려서 차문을 여니 임국안이 내려왔다. 그는 임세연을 보고 그녀가 아마도 장자영의 혼수를 가지러 온것임을 짐작하며 먼저 말을 꺼냈다.
  • “네 엄마 혼수 가지고 싶으면 내가 시키는 일부터 해.”
  • 임세연은 눈을 찡그리며 물었다.
  • “정씨 가문에 시집가면, 엄마물건들 돌려준다면서요!”
  • 임국안은 차갑게 말했다.
  • “왜 너를 정씨가문에 시집보내려 했는 지 몰라서 물어? 임씨가문한테 도움되니깐, 사업상에!”
  • 임세연은 화가 나 몸이 떨렸다.
  • “어떻게 한입으로 두말해요, 그러고도 남자에요?”
  • “싹수없는 년!”
  • 임국안의 낯색은 어두웠다.
  • “내가 네 아버지다, 말을 그따위로 밖에 못해?”
  • 임세연은 싸늘하게 식어가고 있음을 느꼈다. 몸도 마음도. 임국안이 이렇게 나올줄 몰랐으니깐!
  • “물건들 가지고 싶으면 정민준한테 천수만 개발권 넘겨라 그래, 그러면 줄게.”
  • 말이 끝난 뒤 임국안은그녀를 지나쳐 정원으로 들어갔다. 그러다 임세연과 얼마 안 떨어진곳에서 또 멈춰섰다.
  • “그자리 나한테 엄청 중요해, 정민준만 동의한다면 그때 너희엄마가 들어올 때 가져온 물건들 다 돌려줄게, 너희 엄마가 네생일선물로 준 피아노도 함께.”
  • 임세연은 몰랐다, 임국안이 이토록 염치 없었는지! 이렇게 약속을 어긴다니 임세연은그를 더이상 믿을수가 없었다. 그물건들을 돌려받기 위해서 다른방법을 생각해야만 한다. 임세연은 생각했다. 그가 원하는 토지가 정민준손에 있으면…. 만약에 그녀가 임국안의 약점을 쥐고 싶다면 아무래도‘새신랑’한테 손을 좀 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어떻게 할것인가? 비록 지금은 부부지만, 오히려 낯선 사람보다 더 서먹했다. 임세연은 거처로 돌아가 방법이 생각나기도 전에 갑자기 탈락했다는 통보를 받았다.
  • “그때는 내일부터 출근 하라면서요?”
  • 임세연은 급했다.
  • “죄송합니다, 우린 합격시켜 드릴 수 없어요. 합격요구에 적합하지 않거든요.”
  • 말이 끝난 뒤 전화는 끊어졌다. 임세연은 폰을 보며 한참 멍을 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