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

+ 서재에 추가하기

이전 화 다음 화

제9화 형제

  • ‘내가 사라져서 엄마랑 형이랑 동생이 걱정하고 있는 거 아니야? 날 못 찾으면 엄청 조급해할 텐데 왜 지금까지도 연락이 없는 거지?’
  • 그 생각에 윤시후는 그제야 자신의 휴대폰을 들여다보았다.
  • 배터리가 없었던 것이었다...
  • “꼬마 도련님, 얼른 와서 먹어요!”
  • 음식을 들고 올라가려던 찰나에 마침 윤시후가 내려오자 집사는 냉큼 그를 불렀다.
  • “네!”
  • 윤시후는 재빨리 달려가 식탁 의자에 민첩하게 앉았다. 무척이나 배가 고팠던 윤시후는 식탁 위에 차려진 음식을 보며 얼른 젓가락을 들고 먹기 시작했다.
  • 집사는 입이 멈출 줄 모르는 데다가 대충 몇 번 씹고 꿀꺽 삼키는 윤시후를 보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 ‘꼬마 도련님 평소에는 항상 오래오래 씹고 천천히 삼켰는데...’
  • “천천히 먹어요. 그러다 체할라!”
  • “네, 네!”
  • 대답을 마친 윤시후는 계속하여 맛있게 먹었다. 음식이 어찌나 맛있던지 두 눈이 반짝거릴 정도였고 이 순간을 마음껏 즐기고 있었다. 만약 막내도 이 자리에 있었다면 무척이나 좋아했을 것이다.
  • ‘난 지금 이렇게 맛있는 걸 먹고 있는데 엄마랑 형이랑 동생은 밥 먹었는지 모르겠네.’
  • 갑작스럽게 밀려온 미안함 때문에 먹는 속도가 점점 늦어졌다.
  • “집사 할아버지, 너무 맛있어요!”
  • “하하, 꼬마 도련님 매일 먹는 음식이라서 질릴까 봐 걱정했는데 맛있으면 많이 먹어요.”
  • 윤시후의 칭찬에 기분이 좋아진 집사는 계속 음식을 집어주었다.
  • 윤시후는 눈을 굴리더니 구현승이 다가오는 걸 발견하고는 조용하게 밥을 먹었다.
  • “도련님.”
  • 집사는 구현승에게도 밥 한 그릇을 챙겨주었다. 구현승은 의자에 앉아 윤시후와 함께 식사했다.
  • 아들이 몇 번 씹지도 않고 꿀꺽 넘기는 걸 본 구현승은 얼굴을 잔뜩 찌푸렸다.
  • “한 입 먹고 서른 번은 씹어야지.”
  • 화들짝 놀란 윤시후는 멍한 얼굴로 그를 쳐다보았다.
  • ‘서른 번이나 씹으면 턱이 다 빠지겠어.’
  • “저 배가 고프단 말이에요!”
  • “아무리 배가 고파도 서른 번 씹으면서 천천히 먹어. 어떤 상황이든 밥을 급하게 먹어선 안 돼.”
  • 구현승은 아들에게 규칙을 정해두었다. 하지만 그가 집을 비운 지 며칠이나 됐다고 아이는 밥을 제대로 먹지 않았다. 구현승이 집사를 힐끗 쳐다보자 집사는 고개를 숙이고 예의 바르게 말했다.
  • “도련님, 꼬마 도련님 밥 계속 잘 먹었어요. 그런데 오늘은 아마 배가 많이 고파서 빨리 먹는가 봐요.”
  • 윤시후는 그들을 쳐다보며 작은 입으로 천천히 씹어서 삼켰다.
  • ‘먹는 것마저 반드시 몇 번을 씹어야 한다는 규칙이 있다니, 정말 너무 엄격해. 우리 엄마도 이렇게 엄하게 가르치지 않는데.’
  • 그 후, 씹는 횟수가 서른 번이 채 안 될 때마다 윤시후는 구현승에게 혼나곤 하였다. 엄청난 스트레스에 그 맛있던 음식도 맛없어졌고 가장 힘든 한 끼가 돼버렸다.
  • 식사를 마친 뒤 윤시후는 위층으로 올라가 쉬었다. 그는 방문을 걸어 잠그고 이리저리 뒤지기 시작했다. 혹시나 구준호의 연락처라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해서 말이다.
  • 그나마 다행인 것은 구현승이 구준호에게 전화를 걸지 않았다는 것이다. 만약 걸었더라면 무조건 들통날 게 뻔했다.
  • 윤시후는 구준호에게 연락하여 그의 안전을 확인해야 했다. 하지만 한참을 찾아도 찾질 못했다.
  • 그때 집사가 그를 찾으러 올라오자 윤시후의 두 눈이 반짝이었다. 그는 냉큼 달려가 문을 열었다.
  • “집사 할아버지, 무슨 일이세요?”
  • “꼬마 도련님, 여기요. 도련님이 해주라고 해서요. 앞으로 먹고 싶으면 이 집사 할아버지한테 말해요. 할아버지가 해줄게요.”
  • 집사는 손에 들고 있던 솜사탕을 윤시후에게 건넸다. 그러자 윤시후는 환한 얼굴로 받았다.
  • “고마워요, 집사 할아버지.”
  • 앞으로는 매일 솜사탕을 먹을 수 있게 되었다. 솜사탕을 한입 먹은 그때 집사가 내려 가려 하자 윤시후는 다급히 집사를 불렀다.
  • “집사 할아버지, 휴대폰 좀 빌려주시겠어요?”
  • “여기요.”
  • 집사는 뭘 하려는지 묻지도 않고 그냥 주었다.
  • 윤시후는 집사가 휴대폰을 보지 못하도록 살짝 높이 쳐들고 재빨리 연락처를 훑었다.
  • “집사 할아버지, 휴대폰 글자가 너무 작아서 제가 크게 해드릴게요!”
  • 집사는 피식 웃었다. 전에도 꼬마 도련님이 글자를 크게 설정해준 적이 있어서 이상함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 그는 문 앞에서 기다렸다. 집사 휴대폰 안에 연락처가 많지 않아 윤시후는 꼬마 도련님의 연락처를 냉큼 찾아내 외웠다. 그러고는 또 재빨리 글자 크기를 설정한 다음 집사에게 돌려주었다.
  • “솜사탕 너무 맛있어요!”
  • 어찌나 맛있었던지 윤시후는 눈을 가늘게 뜨며 웃었다. 그러자 집사가 사랑 가득한 얼굴로 미소를 지었다.
  • “다 먹고 꼭 양치질 하고 자요.”
  • “네, 이따가 양치질하고 잘게요. 집사 할아버지도 안녕히 주무세요!”
  • 윤시후는 손을 흔들며 인사를 한 후에야 문을 닫았다. 문이 닫힌 걸 확인한 집사도 일을 보러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 윤시후는 휴대폰을 충전하며 솜사탕을 먹었다. 다 먹고 난 후 양치질과 샤워를 하고 나왔다. 충전이 다 된 걸 확인한 윤시후는 침대에 누워 구준호에게 문자를 보냈다.
  • 구준호가 윤사랑과 함께 있는지 아니면 밖에서 헤매고 있는지 확인해야 했다.
  • “너 혹시 구준호야? 난 윤시후라고 해!”
  • 거의 잠들뻔했던 구준호는 갑작스러운 벨 소리에 문자를 확인하고는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 윤시후가 연락한 것이었다!
  • 얼마 지나지 않아 윤시후도 구준호가 보낸 문자를 받았다.
  • “그래, 맞아. 너 지금 우리 집에 있지?”
  • 윤시후는 얼굴을 살짝 찌푸렸다.
  • ‘내가 자기 집에 있는 걸 어떻게 알았지?’
  • 윤시후:“응, 어떻게 알았어? 너 지금 어디야? 안전해?”
  • 구준호:“엄마 집에 있어. 아빠한테 들키진 않았지?”
  • 윤시후는 살짝 놀랐다. 그래도 구준호가 윤사랑과 함께 있다는 말에 한시름을 놓았다.
  • ‘이 자식 엄마라는 소리 빨리도 부르네.’
  • 윤시후:“우리 혹시 다섯쌍둥이야?”
  • 구준호:“그런 것 같아, 우리 완전 똑같게 생겼어! 아빠한테 들키진 않았지?”
  • 윤시후:“응, 그런데 내 손에 있는 점을 봤어. 나중에 올 때 가짜로 점 하나 찍어놓는 게 좋겠어. 안 그러면 들켜!”
  • 구준호:“엄마도 내가 너 아니라는 걸 눈치 못 챘어. 나 지금 돌아가고 싶지 않아. 조금만 더 나 대신 거기에 있어. 아빠 평소에 바쁘니까 아빠 앞에 자주 나타나지 말고 말 너무 많이 하지 않으면 돼!”
  • 두 녀석은 문자를 주고받으며 서로의 정보를 교환했다.
  • 그때 윤시형은 아직도 잠들지 않은 구준호를 보고는 이렇게 말했다.
  • “안 자고 뭐 해? 휴대폰 그만 보고 얼른 자!”
  • “응, 알았어!”
  • 대답을 마친 구준호는 휴대폰을 내려놓고 화장실로 갔다.
  • 윤시형은 눈을 가늘게 뜨며 허리를 굽혀 구준호의 휴대폰을 가져왔다.
  • 화장실에서 나온 구준호는 자신의 휴대폰을 뒤지고 있는 윤시형을 보고는 화들짝 놀라 하였다.
  • “넌 시후가 아니야!”
  • 윤시형은 그를 뚫어지라 쳐다보았다.
  • 이미 들킨 마당에 우겨봤자 소용이 없다는 걸 안 구준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 “난 구준호라고 해!”
  • 윤시형은 둘이 조금 전 주고받은 문자를 봤던 것이었다. 윤시후를 정말 잃어버렸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게다가 아빠라는 사람과 같이 있는 것 같았다.
  • ‘이 녀석, 얘한테는 연락하면서 나한테는 안 하네.’
  • 윤시형은 구준호를 아래위로 훑어보았다. 형제들과 거의 똑같게 생긴 구준호의 모습에 윤시형은 다섯쌍둥이일 것이라 확신했다.
  • ‘엄만 왜 우리한테 얘기하지 않았지?’
  • 윤시형이 뚫어지라 쳐다보자 구준호는 어쩔 줄을 몰라 하였다. 혹시라도 자신을 따돌릴까 봐 다가가서 사과했다.
  • “일부러 속이려 했던 건 아니야. 난 그저... 너희들을 알고 싶어서... 엄마가 왜 날 버렸는지도 알고 싶어서 그랬어.”
  • 하지만 엄마와 함께 지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구준호는 윤사랑이 친자식을 버릴 만큼 못된 엄마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 ‘엄만 엄청 다정하고 우리한테도 잘해줘. 무조건 무슨 오해가 있을 거야.’
  • “우리 엄만 자식을 버릴 엄마가 아니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