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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화 오해

  • 안미영은 경멸스러운 표정으로 코웃음을 치더니 살짝 이해할 수 없다는 눈빛으로 말했다.
  • “꺼져!”
  • 윤사랑은 화가 부글부글 끓어올랐지만 안미영을 힐끗 쳐다보고는 돌아서서 나가버렸다.
  • 그녀는 약혼녀한테 밉보인 바람에 이 회사에 들어와도 기회가 별로 없을 것이고 게다가 채용될 가능성도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 “아무리 대표님의 약혼녀라도 이렇게 사람을 무시해서는 안 되죠!”
  • 안미영의 위협 따위 두려워하지 않았던 윤사랑도 조롱 섞인 한마디를 내뱉었다. 갈 땐 가더라도 자존심은 지켜야 했다.
  • “당신!”
  • 그녀의 조롱에 안미영은 너무도 화가 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졌다. 윤사랑의 뒷모습을 노려보는 안미영의 눈빛에 독기가 가득했다.
  • 구현승의 사무실에서 나온 윤사랑은 곧장 엘리베이터 쪽으로 걸어가 엘리베이터를 탔다.
  • 바로 그때 대표 사무실 내부의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더니 구현승이 걸어 나왔다.
  • 훤칠한 키의 남자는 잘생긴 얼굴이 한없이 도도해 보였고 타고난 분위기는 사람을 설레게 할 정도였다.
  • 안미영을 그런 그를 보자마자 심장이 두근거렸다. 흠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완벽한 그의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그녀의 모습은 살짝 미쳐 보이기까지 했다. 마치 자기 남자를 건드리면 당장이라도 죽여버릴 것처럼 말이다.
  • 구현승의 기다란 눈매는 무척이나 날카로웠다. 주변을 둘러봤지만 면접을 보러오겠다던 사람은 없고 안미영이 기다리고 있자 그는 얼굴을 잔뜩 찌푸렸다.
  • “현승씨 왔어요? 저 아침 좀 해왔어요!”
  • 안미영은 부드러운 얼굴로 살랑살랑 걸어가 구현승의 팔짱을 끼려고 했다. 하지만 구현승은 자연스럽게 피해버렸다.
  • 사무실 책상 쪽으로 걸어가는 그의 표정은 한없이 냉랭했다.
  • “네가 왜 여기에 있어?”
  • 남자의 목소리는 어찌나 차가운지 온기라곤 전혀 찾아볼 수가 없었다.
  • 그의 행동에 상처를 받은 안미영은 내팽개쳐진 손을 보며 얼굴이 점점 굳어졌다. 그러나 이내 다시 미소를 지으며 다가갔다.
  • “아침을 안 먹은 것 같아서 왔죠. 이거 제가 한 건데 따뜻할 때 얼른 먹어요.”
  • 그녀는 도시락을 꺼내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그러자 구현승이 도시락을 힐끗 쳐다보고는 이렇게 말했다.
  • “그만 가, 나 바빠.”
  • 구현승은 의자에 앉아 일하기 시작했다. 한없이 차가운 그의 태도에 안미영은 가슴속에 돌덩이 하나가 막혀있는 것처럼 답답했다. 시간이 오래 지났지만 그는 여전히 그녀를 용서할 생각이 없는 것 같다.
  • “현승씨...”
  • 한없이 매정한 남자를 보며 그녀는 코끝이 찡해졌고 가슴이 아팠다.
  • 특히 아까 윤사랑을 본 순간 그녀는 더욱 두려워졌다. 만약 구현승이 모든 진실을 알게 된다면...
  • “아까 집에서 먹었어. 여기 놓고 가. 나 바빠.”
  • 구현승은 쌀쌀맞게 그녀의 말을 잘라버리더니 쳐다보지도 않고 돌려보냈다.
  • “그럼 이따가 배고프면 먹어요.”
  • 안미영은 끝까지 아쉬워하는 눈빛으로 그한테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 구현승이 전화를 들고 문혁수를 부르려 하자 문혁수한테 무엇을 물어볼지 뻔히 알고 있었던 그녀는 재빨리 이렇게 말했다.
  • “아 참, 현승씨. 아까 제가 들어올 때 어떤 여자를 만났었는데 다른 회사의 면접 전화를 받은 것 같더라고요. 그 회사에서 제시한 조건이 GK 그룹보다 좋다면서 GK 그룹은 돈이 적어 싫다고 그대로 가버렸어요.”
  • 구현승의 잘생긴 얼굴이 삽시간에 굳어졌고 차가운 기운이 더욱 짙어졌다.
  • 안미영은 그가 지금 무척 화가 났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녀는 속으로 일이 마음 먹은 대로 돼간다면서 우쭐거렸다.
  • ‘윤사랑, 너 GK 그룹에 올 기회는 없을 거야. 현승씨가 약속을 안 지키는 사람을 얼마나 싫어하는데. 약속한 일을 제멋대로 취소하는 걸 현승씨가 제일 싫어하거든.’
  • “알았어.”
  • 구현승은 전화를 내려놓더니 더는 안미영을 신경 쓰지 않고 일에 집중했다.
  • 안미영은 이 완벽한 남자 옆에 더 있고 싶었지만 화가 난 구현승의 심기를 괜히 건드릴까 봐 그냥 순순히 가는 수밖에 없었다.
  • 안미영은 문 앞에서 문혁수와 딱 마주쳤다. 그녀를 본 문혁수는 화들짝 놀랐다.
  • “안미영씨!”
  • “네!”
  • 안미영은 도도한 얼굴로 고개를 빳빳하게 든 채 엘리베이터 쪽으로 걸어갔다.
  • 문혁수는 그런 그녀를 보며 속으로 투덜거렸다.
  • ‘정말 좋게 보려해도 좋게 볼 수가 없다니까.’
  • 그는 시선을 거두어들이고 사무실로 들어갔다. 하지만 윤사랑의 모습이 보이질 않자 순간 어찌 된 영문인지 어리둥절해졌다.
  • ‘혹시 화장실이라도 가셨나?’
  • “대표님, 윤사랑씨 만나셨어요?”
  • 그는 구현승의 사무실 책상 앞으로 다가가 물었다. 하지만 구현승이 날카롭게 쏘아보는 눈빛에 움찔하고 말았다.
  • 어찌 된 영문인지 알 리가 없었던 문혁수는 화가 잔뜩 난 남자를 보며 다시 한번 조심스럽게 물었다.
  • “만나셨어요?”
  • “앞으로 우리 회사를 하찮게 여기는 사람은 내 앞에 데려오지도 마. 시간 아깝게.”
  • 구현승이 큰소리로 쏘아붙였다.
  • ‘대체 어떤 회사가 우리 회사보다 돈을 더 준다고 한 거야?’
  • “윤사랑이라는 이 여자 말이야. 당장 블랙 리스트에 올려. 앞으론 기회도 주지 마.”
  • 구현승은 아쉬울 게 없었다.
  • 당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지 못했던 문혁수는 눈만 깜빡이었다.
  • ‘정말 겨우 어렵게 연락이 닿아서 모셔온 분인데 왜 저러시지? 그것도 마침 귀국할 생각이 있으셔서 우리 제안을 받아들인 건데... 사람을 스카우트하는 게 원래 어렵다는 걸 대표님 설마 모르는 건 아니겠지?’
  • “대표님, 이유가 뭔지 여쭤봐도 될까요?”
  • 한 소리를 듣는 한이 있더라도 그 이유는 알아야겠다.
  • “그걸 왜 나한테 물어?”
  • 구현승은 사나운 눈빛으로 책상 위에 놓여있는 도시락을 쳐다보았다. 그 순간 기분이 훨씬 더 안 좋아진 것 같았다.
  • ‘대표님한테 묻지 그럼 누구한테 물어요? 대표님이 만나셨잖아요.’
  • 문혁수는 이렇게 말하고 싶었지만 그저 입술만 삐죽거리며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전에 윤사랑의 이력서를 보고 구현승도 괜찮다고 했었다.
  • “저거 가져가!”
  • “아, 네!”
  • 문혁수는 도시락을 들고 구현승을 조심스럽게 쳐다보았다.
  • “안미영씨 대표님한테 엄청 잘해주시네요. 오자마자 이렇게 음식도 싸 오시고.”
  • 문혁수는 비록 안미영을 싫어했지만 대표가 좋아하는 사람이라 싫어하는 티를 낼 수가 없었다. 어느 날 갑자기 대표님이랑 결혼하여 사모님이 될지도 모르니 좋은 얘기를 해서 나쁠 게 없었다.
  • 구현승의 매서운 눈빛에 움찔한 문혁수는 침을 꿀꺽 삼키고는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
  • “싫으시면 제가 가지고 나갈게요. 그리고 윤사랑씨는 정말 어렵게 모셔온 인재란 말이에요. 정말 이대로 포기하실 건가요? 혹시 무슨 오해라도 있는 거 아닐까요?”
  • 그가 화장실에 다녀온 사이에 윤사랑이 사라진 것이다.
  • 만약 문혁수가 그 자리에 있었더라면 절대로 이런 결과는 없었을 것이다.
  • “우리가 제시한 조건이 별로래.”
  • 구현승은 어이가 없다는 듯 말했다.
  • “다른 볼일이 더 남았어?”
  • 구현승의 기분이 별로인 것 같아 문혁수는 고개만 절레절레 저을 뿐 다른 일은 보고하지 않았다. 아무래도 구현승의 기분이 나아진 뒤에 다시 보고하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사무실을 나서는 그의 얼굴이 잔뜩 찌푸려졌다.
  • ‘전에 윤사랑씨랑 통화할 땐 GK 그룹의 조건을 받아들였었는데... 왜 갑자기 마음이 바뀐 거지?’
  • 마음이 내키지 않았던 문혁수는 문 앞에서 다시 구현승에게 물었다.
  • “대표님, 윤사랑씨가 직접 그렇게 말씀하시던가요? 우리 조건이 별로라고?”
  • 문혁수는 계속 뭔가 찜찜했다. 면접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이렇게 대놓고 싫다는 소리를 하지 않는데 말이다. 특히 구현승 같은 사람 앞에서는 무서워서라도 그렇게 얘기하지 못할 것이다.
  • ‘바보가 아닌 이상 그렇게 얘기하진 않겠지.’
  • “걔가 나한테 그렇게 얘기했어.”
  • 구현승은 그를 포기시키려고 싹둑 잘라 말했다. 그러고는 계속하여 서류를 들여다보았다.
  • 문혁수는 잠깐 놀라는가 싶더니 구현승이 말한 걔가 안미영이라는 걸 알아채고는 입꼬리를 실룩거렸다.
  • ‘아침 댓바람부터 하필 이때 왔다고? 그리고 윤사랑씨는 인사도 없이 그냥 가버렸어. 설마 안미영이 내쫓은 건 아니겠지?’
  • 문혁수는 구현승을 쳐다보았다. 아직 화가 덜 풀려 더는 뭐라 얘기할 수 없었다. 그는 자신의 사무실로 돌아와 아무래도 윤사랑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확인해야겠다고 생각했다.
  • 윤사랑은 그가 직접 모신 분이기에 첫 만남부터 이렇게 불쾌하게 헤어질 순 없었다. 그의 직감에 의하면 윤사랑이 GK 그룹을 싫어하는 것이 아니라 무조건 다른 원인이 있을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