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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집사 할아버지 저 사람이 날 꼬집었어요

  • 아이들은 윤사랑을 걱정하면서 대신 화를 내줬고 윤사랑은 더없이 행복함을 느꼈다.
  • “그만해. 난 괜찮으니까. 엄마 다시 일 찾으면 돼.”
  • 윤사랑은 웃으며 말했고 윤시형은 그녀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 “엄마, 걱정하지 마세요. 저희가 엄마를 책임질 거예요.”
  • 윤사랑은 첫째의 말에 크게 감동했고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 “아직은 엄마 책임지지 않아도 돼. 엄마가 너희들을 책임져야지.”
  • 아이가 그런 마음을 가진 것만으로도 고마웠지만 그녀는 아이들이 일찍이 삶의 무게를 견디는 걸 원하지 않았다. 아이들은 아직 어렸으니 말이다.
  • “엄마, 저 이제 프로그램 하나 더 작성해서 팔면 돈 엄청 많이 벌 수 있어요.”
  • 둘째 윤시오가 말했다.
  • “엄마, 엄마. 저도요. 저 모델하면 돈 많이 벌 수 있어요.”
  • 넷째 윤정민은 그녀를 안으며 말했다. 아이는 엄마가 힘든 걸 원하지 않았다.
  • “엄마, 저도 돈 있어요. 제가 엄마 책임질게요.”
  • 구준호도 말을 보탰다. 그 역시 엄마가 일자리 걱정을 하지 않았으면 했다.
  • 윤사랑은 아이들이 저마다 의견을 내는 것을 보고는 그들을 품에 안았다.
  • “엄마가 고마워. 그런데 엄마는 너희가 책임지지 않아도 돼. 그 돈은 남겨 둬. 둘째야, 이제 프로그래밍은 하지 마.”
  • 프로그래밍은 머리를 많이 써야 하는 일이었고 윤사랑은 아이가 머리를 너무 많이 쓰지 않았으면 했다.
  • 둘째 윤시오는 그녀의 경고에 목을 움츠리더니 어색하게 웃어 보였다.
  • “알았어요, 엄마.”
  • “넷째 너도 제멋대로 모델 일 하지 말고.”
  • 윤사랑은 넷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 돈이란 건 쉽게 벌 수 있는 게 아니었고 가끔은 아이들이 어른들보다 더 힘들 때도 있었다.
  • “엄마 말 들을게요.”
  • 넷째가 웃자 이빨이 빠진 곳이 보였는데 그 모습은 귀엽고 장난기 가득해 보였다.
  • 구준호는 넷째가 그들보다 훨씬 더 하얗고 예쁘게 생겼다고 생각했다.
  • 웃을 때면 엄마랑 똑같이 보조개 두 개가 생기는 게 아무리 봐도 여자아이 같아 보였다.
  • 넷째가 여동생이었으면 좋았을 텐데.
  • 넷째는 그의 시선을 느끼고는 그를 향해 웃어 보였다.
  • 구준호는 애정 가득한 미소를 지어 보이면서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 “넷째는 정말 귀여워.”
  • 윤사랑도 넷째를 보면서 아이가 귀엽다고 생각했다.
  • 넷째는 남자아이처럼 자라서 머리도 짧았고 입는 옷도 오빠들이랑 비슷했기에 모르는 사람이 봤으면 남자아이인 줄로 알았을 터였다.
  • 그녀는 넷째를 안더니 아이의 얼굴에 뽀뽀했고 아이는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
  • “우리 넷째 정말 귀엽네. 엄마 뽀뽀 한 번 해보자. 뽀뽀...”
  • 윤사랑은 웃음기 띤 얼굴로 아이에게 장난을 쳤다.
  • “하하... 엄마, 간지러워요...”
  • 넷째는 목을 움츠리면서 활짝 웃어 보였고 다른 세 아이도 따라 웃었다.
  • 윤시형은 옆에 앉아서 셋째에게 메시지를 보내 구현승이 엄마를 뽑지 않은 사실을 얘기했다.
  • 윤시후는 첫째가 보낸 메시지를 받고는 미간을 구겼다.
  • 구현승이 엄마를 고용하지 않았다니?
  • 그리고 아이는 윤사랑이 안미영에 의해 쫓겨났다는 걸 알고는 더욱 화가 났다.
  • “진짜 너무 괘씸해!”
  • 아이는 성질을 참지 못하고 손에 들고 있던 책을 내던지며 욕을 내뱉었고 집사 임재순은 경악한 얼굴로 아이를 바라보았다.
  • 아이는 잔뜩 화가 나서 씩씩거리고 있었는데 그가 뭐에 화가 난 건지 몰랐던 집사는 얼른 그에게로 다가가 그를 달래며 말했다.
  • “꼬마 도련님, 왜 그러세요?”
  • 윤시후는 임재순을 쳐다보더니 눈알을 데굴데굴 굴렸다. 이곳에는 자신과 구현승 두 사람만 살고 있었고 안미영은 그들과 함께 있지 않았다. 그래서 아이는 임재순에게 구현승과 안미영이 어떤 관계인지를 묻고 싶었다.
  • 바로 그때 도우미가 들어와서 얘기를 전했다.
  • “집사님, 안미영씨께서 찾아오셨습니다.”
  • 안미영은 도우미의 뒤를 따라서 걸어왔다. 그녀는 구준호를 찾아온 것이었다.
  • 윤시후는 때마침 화가 나 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안미영을 보자마자 악에 받쳐 그녀를 단단히 노려봤고 안미영은 아이의 시선을 느끼고는 미간을 구기면서 속으로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 ‘저 잡것은 크면 클수록 날 존중하지 않네.’
  • 저딴 눈빛으로 자신을 노려보다니, 안미영은 오늘 그를 단단히 혼쭐낼 생각이었다.
  • “안미영씨.”
  • 임재순은 공손히 인사를 건넸다.
  • “그래요, 집사님. 가서 일 보세요. 전 준호랑 잠깐 있을게요.”
  • 안미영은 속에서 끓어오르는 화를 억누르면서 손을 내저어 집사를 물리려 했고 웃는 얼굴로 아이의 앞에 섰다.
  • 집사는 꼬마 도련님의 화가 난 얼굴에 도저히 마음이 놓이지 않았지만 한쪽으로 물러났다.
  • 안미영은 미소 띤 얼굴로 아이를 바라보며 말했다.
  • “준호야, 아직도 엄마한테 화가 나 있어? 엄마가 미안해. 엄마랑 같이 밖에 나가서 맛있는 거 먹을까?”
  • 집사는 그녀를 바라보기만 할 뿐 뭐라 말하지는 않았다.
  • 안미영은 꼬마 도련님의 어머니였고 꼬마 도련님을 데리고 밖에 나가본 적이 없는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그녀를 제지할 수는 없었다.
  • “누가 당신이랑 같이 먹을 걸 먹어요? 뻔뻔하긴.”
  • 윤시후는 화가 난 목소리로 말했다. 아이는 안미영의 안색 따위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 “당신만 보면 토하고 싶으니까 당장 꺼져요.”
  • 아이는 격분해서 성질을 부렸지만 그를 말리는 사람은 없었다.
  • 집사는 단 한 번도 구준호가 안미영에게 이런 소리를 한 모습을 본 적이 없던 터라 깜짝 놀랐다.
  • 안미영의 눈빛이 순간 음험한 기운을 띄었고 그녀는 아이의 몸에 손을 올렸다.
  • 그녀는 마치 아이에게 외면당한 엄마처럼 당황과 슬픔이 버무려진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남몰래 손에 힘을 주면서 아이의 팔뚝 안쪽을 세게 꼬집었다.
  • 그러나 눈앞의 아이는 구준호가 아니었고 그것을 참고 있을 리가 없었다.
  • 그녀가 아프게 꼬집자 아이는 안미영에게 발길질했다.
  • 아이는 눈가가 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는데 아픔 때문이기도 했고 화가 나서이기도 했다.
  • “구준호!”
  • 안미영은 미처 반응하지 못해서 아이에게 발길질을 당했고 호된 목소리로 아이를 다그쳤다.
  • 잡것이 힘은 꽤 셌다.
  • 윤시후는 그녀의 분노 어린 시선을 마주하고는 깜짝 놀라 몸을 떨었고 뒤이어 큰 소리로 목놓아 울기 시작했다.
  • “엉엉...”
  • 집사는 얼른 아이를 품에 안았지만 감히 안미영에게 화를 내지는 못했다. 집사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아이를 어르고 달래며 말했다.
  • “무서워하지 마세요.”
  • “집사 할아버지, 저 사람이 절 꼬집었어요. 왜요, 전 잘못한 게 없는데... 엉엉... 저 사람은 저의 엄마가 아니에요. 우리 엄마는 절 이렇게 대한 적이 없는데. 저 사람은 절 남몰래 꼬집었다고요…”
  • 아이의 말을 들은 집사의 얼굴에 화가 난 기색이 스쳤고 그는 안미영을 바라보았다.
  • “안미영씨.”
  • 안미영은 아이가 고자질할 줄은 몰랐기에 당황했다. 집사의 의문 어린 시선에 그녀는 다급히 해명했다.
  • “전... 전 안 그랬어요. 집사님, 저 애가 거짓말하는 거예요. 준호야, 왜 거짓말을 해? 엄마가 그렇게 가르쳤니? 사람을 속이면 안 돼. 난 네 엄마 맞아.”
  • “당신은 제 엄마가 아니에요. 절 꼬집고 몰래 때리고 제가 거짓말했다고 하는데 나쁜 사람은 당신이에요! 당신은 우리 엄마가 아니라고요!”
  • 윤시후는 임재순의 몸에 얼굴을 파묻으면서 억울한 듯이 울었다.
  • 안미영은 대담하게도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 자신을 몰래 꼬집었으니, 만약 사람들이 없었다면 자신은 더욱 험한 꼴을 봤을 것이다.
  • 아이는 순간 안미영의 잔인한 손이 머릿속에 떠올라 몸을 부르르 떨었다.
  • 그는 구준호가 불쌍했다. 구준호도 그와 마찬가지로 안미영에게 괴롭힘을 당했을 것이니 말이다.
  • 심지어 구준호는 그녀에게 반항조차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에 윤시후는 저도 모르게 자신의 ‘동생’을 불쌍하게 여겼기에 그런 말을 내뱉었다.
  • “구준호!”
  • 안미영은 단단히 화가 났는지 표정이 잔뜩 일그러져 있었다. 그녀는 당장이라도 아이를 매질하고 싶었다.
  • 이 잡것을 데려와도 구현승이 자신과 결혼하지 않았을 거라는 걸 미리 알았더라면 그녀는 아마도 아이를 아무렇게나 쓰레기통에 버려 아이가 개에 먹히기를 바랐을 것이다.
  • 게다가 아이는 지금 그녀의 앞에서 바락바락 악을 쓰면서 고자질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