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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바뀐 두 아이

  • “시오 왜 아직도 안 나오는 거야? 시형아, 네가 들어가서 봐봐. 시오가 혹시 배탈이 났는지.”
  • 윤사랑은 갑작스러운 귀국 때문에 아이가 이곳의 기후와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것이 아닐까 걱정되었다.
  • “네!”
  • 첫째 윤시형이 냉큼 들어가서 동생을 재촉했다. 윤사랑은 주변을 아무리 두리번거려도 솜사탕 가게가 보이질 않자 옆에 있는 막내에게 물었다.
  • “정민아, 시후 솜사탕 사러 어디로 갔어?”
  • “엄마, 저쪽이요! 파란 비행기가 있는 저기!”
  • 윤정민은 손으로 방향을 가리키며 말했다. 앞니 하나가 빠진 바람에 말할 때 소리가 샜다.
  • 윤사랑은 두리번거리고 나서야 막내아들이 가리키는 곳을 찾았지만 윤시후는 보이질 않았다.
  • 그쪽에 다니는 사람이 많아 정확히 보이지 않는 탓에 윤시오가 오면 윤시후를 찾으러 가는 수밖에 없었다.
  • 그때 첫째 윤시형과 둘째 윤시오가 나왔다. 한참을 기다려도 셋째 윤시후가 돌아오지 않자 그녀는 세 아이와 함께 캐리어를 끌고 그쪽으로 걸어갔다.
  • 하지만 솜사탕 가게 앞에 도착해서 아무리 찾아봐도 아들 윤시후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질 않았다.
  • 윤사랑은 걱정이 확 밀려왔다. 어찌 됐든 이곳은 아들한테는 낯선 곳이니까.
  • “얘 어디 갔어?”
  • “시후 혹시 다른 걸 사러 간 게 아닐까요?”
  • 윤시형도 얼굴을 찌푸리며 걱정하였다.
  • “조금만 더 기다려보자.”
  • 그녀는 아이들을 위로하는 동시에 자신도 위로하면서 윤시후가 빨리 돌아오길 바랐다.
  • 하지만 시간이 흘러도 아이는 나타나지 않았다.
  • ‘우릴 찾으러 다시 화장실에 간 거 아니야?’
  • 윤사랑이 다시 원래 자리로 돌아가야 하나 고민하고 있던 그때 익숙한 모습이 쓱 스쳐 지나갔다. 그녀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아이를 와락 끌어안았다.
  • 깜짝 놀란 구준호는 동그래진 두 눈으로 낯선 윤사랑을 쳐다보았다. 갑자기 그녀한테 안겨서 그런지 몸이 딱딱하게 굳어버렸다.
  • “깜짝 놀랐잖아. 엄마가 기다리라고 했는데 대체 어딜 갔다 온 거야?”
  • 윤사랑은 그를 엄하게 꾸짖었다.
  • “그러니까 말이야, 널 잃어버린 줄 알았잖아! 조금만 더 늦었더라면 방송으로 널 찾을 뻔했다고!”
  • 윤시오도 셋째를 혼냈다.
  • ‘엄마?’
  • 엄마라는 소리에 어린아이는 마음에 잔잔한 물결이 일렁이는 것만 같았다.
  • 자신과 똑같게 생긴 윤시오의 얼굴을 본 순간 구준호는 어안이 벙벙해졌다. 게다가 옆에 있는 두 아이도 전부 다 똑같은 얼굴이었다.
  • ‘얘네들은 누구야? 왜 나랑 똑같게 생겼지? 설마...’
  • 마음속으로는 몹시 놀랐지만 얼굴은 멍한 표정이었다.
  • 방금 그 한마디 때문에 아이가 놀란 줄로 착각한 윤사랑은 구준호를 끌어안으며 그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고 말투도 한결 부드러워졌다.
  • “엄마는 널 잃어버린 줄 알고... 아까는 어디 갔었어?”
  • “저...”
  • 아직도 놀란 마음이 진정되지 않은 구준호는 말까지 더듬었다.
  • “아까는 찾지 못해서...”
  • 알고 보니 솜사탕 가게를 한참 찾아도 찾지 못해 다른 사람에게 물어봐서 찾은 순간 그녀가 구준호를 확 끌어안았던 것이었다.
  • 아이는 뛰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윤사랑을 멍하니 쳐다보았다. 사랑 가득한 그녀의 눈빛을 보는 순간 아이는 흥분을 금치 못하였다.
  • ‘이 사람이 엄마라고?’
  • 구준호는 자신과 거의 똑같게 생긴 세 아이를 본 순간 마음속으로 자신의 생각이 틀림없다고 확신했다.
  • ‘그 엄마는 친엄마가 아니고 이 사람이 바로 친엄마구나. 내 생각이 무조건 틀림없어. 게다가 형제도 있었어.’
  • 구준호는 마음이 끓어올라 놀랍기도 하고 흥분되기도 했다.
  • 아이의 이상한 점을 발견하지 못한 윤사랑은 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 “됐어, 돌아왔으면 됐어. 솜사탕 먹고 싶어? 엄마가 사줄게.”
  • 윤사랑은 아이들에게 솜사탕을 사주러 갔다. 하지만 뭔가 이상함을 눈치챈 윤시형은 구준호를 자세히 훑어보았다.
  • ‘눈앞의 이 애는 시후 같지 않은데?’
  • 윤시형은 갑자기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것 같았다.
  • “너 아까 어디 갔었어?”
  • 조금 전 찾지 못했다는 구준호의 말을 듣는 순간부터 의심했던 윤시형은 그에게 다가가 낮은 목소리로 떠보았다.
  • “그게... 사람이 너무 많아서!”
  • 구준호는 놀란 마음이 아직 진정되지 않았지만 겉으로는 윤시형보다 훨씬 더 침착해 보였다. 무뚝뚝하고 윤시후보다 활발하지 않은 모습에 윤시형은 더욱 의심이 커졌고 아무리 봐도 윤시후 같지 않았다.
  • 옷에 그려진 캐릭터를 보고 원래 입고 있던 그 옷이 아니라는 걸 확인한 윤시형은 눈을 가늘게 뜨며 구준호 곁으로 다가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 “넌 시후가 아니야!”
  • 윤사랑과 함께 솜사탕을 사던 윤시오와 윤정민은 너무도 기쁜 나머지 이쪽 상황에 신경 쓸 새가 없었다.
  • 윤시형의 한마디에 구준호는 화들짝 놀라 하였다.
  • ‘들켰다!’
  • 사실은 저들이 사람을 잘못 본 것이었다!
  • 그렇다면 구준호와 비슷하게 생긴 아이가 하나 더 있단 말인데... 그 아이가 없어지는 바람에 구준호를 그 아이로 착각했던 것이었다.
  • 그렇다면 이들은 원래 다섯쌍둥이인 걸까?
  • “자, 하나씩 받아.”
  • 윤사랑은 솜사탕 네 개를 사서 네 아이에게 나눠주었다.
  • 윤정민은 냉큼 한입을 물었다. 그 바람에 작은 얼굴에 솜사탕이 가득 묻었다.
  • “맛있어!”
  • 윤시오는 막내의 귀여운 모습을 보며 키득키득 웃었다.
  • “정민이 얼굴에 다 묻었어.”
  • “천천히 먹어.”
  • 윤사랑도 피식 웃었다. 그녀는 윤정민의 얼굴을 깨끗하게 닦아준 뒤 윤시형과 구준호에게도 솜사탕을 건넸다. 솜사탕은 저마다 각기 다른 색깔이었다.
  • “꼭 쥐고 먹어.”
  • 파란 솜사탕을 받아든 구준호는 활짝 웃는 얼굴로 달콤하게 말했다.
  • “고마워요, 엄마!”
  • “엄마한테 고맙다는 말을 할 줄도 아네?”
  • 윤사랑은 잠깐 놀라는가 싶더니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고는 아이들과 함께 밖으로 나갔다.
  • 윤시형은 그런 그를 빤히 쳐다보았다.
  • 윤시후는 파란색을 싫어하고 녹색을 가장 좋아했지만 그런 그에게 파란색을 주었다.
  • 하지만 구준호의 만족스러운 웃음을 보니 윤시후가 맞는지 아닌지 확신할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구준호의 웃는 모습이 윤시후와 똑같았고 익숙한 웃음이었기 때문이다.
  • 윤시형은 여전히 마음속의 의심을 거두지 않았다. 계속 이 아이가 윤시후와 뭔가 다르다고 생각했다. 윤시형은 캐리어를 끌고 구준호한테 바짝 다가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 “옷은 어떻게 된 거야?”
  • 윤시형이 자신을 의심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는 구준호는 일부러 이렇게 답했다.
  • “이 옷이 좋아서 다른 애랑 바꿨어!”
  • 구준호는 아이들이 입고 있는 옷의 디자인은 다 같았지만 캐릭터가 다르다는 걸 발견했다. 하지만 구준호는 모자를 쓰지 않았다.
  • 윤시형이 계속하여 캐물었다.
  • “모자는?”
  • “모자는 그 애가 좋아해서 걔한테 줬어! 안 그러면 나랑 바꾸지 않겠다고 해서.”
  • 솜사탕을 한입 베어 무는 구준호의 모습은 윤시후와 별반 다를 게 없었고 솜사탕이 무척이나 입맛에 맞는 모양이었다.
  • 그때 구준호의 눈빛에 한 줄기의 빛이 쓱 스쳐 지나갔다.
  • ‘경호원도 사라진 윤시후를 나로 착각해서 집에 데려갔을 거야. 그러면 위험하진 않을 테고 잠깐 시후인 척해도 되겠는데?’
  • 구준호는 윤사랑이 친엄마인지 아닌지 확인하고 싶었다.
  • 만약 친엄마라면 왜 넷만 데려가고 자신을 아빠 옆에 남겨둔 채 다른 여자를 엄마라고 부르게 했는지 물어보고 싶었다. 구준호는 지금 엄마라고 부르는 그 여자를 무척이나 싫어하고 있었다.
  • “얼굴 한 번 만져봐, 난 가짜가 아니야!”
  • 윤시형의 의심을 지우기 위해 구준호는 작은 얼굴을 내밀었다.
  • 윤시형은 그런 그를 빤히 쳐다보며 답답해했다.
  • ‘내가 착각한 건가? 우리랑 이토록 비슷하게 생긴 아이가 없을 텐데... 게다가 옷과 신발도 똑같아. 이런 우연이 있을 리가 없어.’
  • 익숙한 구준호의 얼굴을 보고 있자니 윤시형 마음속의 의심이 조금은 사라진 것 같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