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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엄마, 슬퍼하지 마요

  • 윤사랑은 문혁수의 답장을 받지 못해 안달이 나 있었다.
  • ‘설마 아까 태도가 좋지 않아서 무시하는 걸까?’
  • 그녀는 잠시 망설이다가 전화를 걸었고 두근대는 심장을 부여잡고 그가 전화 받기를 기다렸다. 전화벨소리가 끊기고 사람 목소리가 들려왔다.
  • “윤사랑씨?”
  • 전화 건너편에서 문혁수의 놀란 목소리가 들려왔다.
  • “문 실장님, 제가 궁금한 게 있어서요.”
  • 윤사랑은 휘몰아치는 감정을 다스리면서 말했다.
  • “네, 편히 물어보세요.”
  • “저기, 구 대표님 약혼녀 이름이 뭐죠?”
  • 윤사랑은 숨을 죽이고 대답을 기다렸다.
  • “안미영입니다.”
  • 문혁수는 조금 놀랐다. 윤사랑이 안미영을 모른다니?
  • “아, 감사합니다. 별 건 아니었고 그냥 궁금해서 물었어요.”
  • 윤사랑은 태연한 목소리로 감사 인사를 전했고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뒤이어 인터넷에 안미영의 이름을 검색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의 정보들이 떴다.
  • 안미영. AM 그룹의 외동딸로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났으나 연기를 좋아해서 유명한 연기자가 되었고 팬들은 그녀를 여신님이라고 불렀다.
  • 그것을 본 윤사랑은 미간을 좁혔다. 그때 공항에서 들었던 여신님이라는 게 이 여자였던 건가?
  • 윤사랑은 안미영의 화보를 빤히 쳐다봤다. 우아하고 아름다웠으며 친절하고 털털한 미소를 띤 모습은 그녀가 마주쳤던 안미영과는 전혀 상반된 모습이었다.
  • 조금 전 그녀를 직접 만나지 않았더라면 그녀도 안미영의 겉모습에 속았을지 몰랐다.
  • 윤사랑은 화면에 뜬 정보를 쳐다보면서 사색에 잠겼다. 만약 이 여자가 그 일의 진범이라면 그녀를 조사하는 게 몹시 어려울 것이었다. 안미영의 집안이라면 그때 당시 그녀가 저질렀던 일들을 아예 덮어버릴 수도 있었다.
  •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 만약 그 여자가 정말 안미영이 맞다면 그녀는 지금 적 앞에 노출된 거나 다름없으니 앞으로 조심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복수를 하기도 전에 죽임을 당할지도 모른다.
  • “아가씨, 도착했어요!”
  • 택시 기사가 고개를 돌리며 그녀를 불렀고 윤사랑은 정신을 차렸다. 아파트 앞에 도착한 걸 본 그녀는 얼른 택시비를 지불하고 차에서 내려 집으로 향했다.
  • 집에 도착해서 문을 열자마자 네 아이가 쪼르르 달려와서 윤사랑의 두 다리에 달라붙었고 넷째는 그녀에게 안기려 하면서 말했다.
  • “엄마, 왔어요?”
  • 아이의 앳된 목소리에 윤사랑은 기분이 풀렸고 미소 띤 얼굴로 대꾸했다.
  • “응, 왔어.”
  • 둘째도 그녀의 몸에 오르려 했고 윤사랑은 얼른 주춤거리며 뒤로 물러나면서 아이들을 보호하려는 듯이 문을 닫았다.
  • “조심해, 엄마 넘어지겠어. 얼른 내려와!”
  • “싫어, 나 엄마한테 안길 거야.”
  • 넷째는 이빨 두 개가 빠져서 말을 하면 발음이 샜는데 그 모습은 너무도 애교 있고 사랑스러워 보였다.
  • 윤사랑은 애정 가득한 손길로 넷째의 말랑한 볼을 꼬집으면서 말했다.
  • “우리 귀여운 아가, 엄마가 안아줄게.”
  • 윤사랑은 똑바로 서서 넷째를 안아 들었고 아이의 볼에 입을 맞췄다.
  • “헤헤, 엄마. 저도 엄마한테 뽀뽀할래요!”
  • 넷째 윤정민은 윤사랑의 목을 끌어안고 여기저기 뽀뽀했고 그 바람에 얼굴에 침이 가득 묻어 뺨이 축축해졌다.
  • “엄마, 저도 뽀뽀할래요!”
  • 둘째 윤시오는 넷째가 뽀뽀하는 걸 보고는 자기도 뽀뽀하고 싶어졌다.
  • 둘째가 윤사랑의 몸을 타고 오를 때 안경이 콧대를 타고 내려왔는데 그 모습이 너무도 귀여워 윤사랑은 저도 모르게 웃음을 터뜨렸다.
  • 다른 두 아이도 윤사랑을 보고는 매우 기뻐했으나 둘째나 넷째처럼 윤사랑의 몸을 타고 오르지는 않았다.
  • 윤시형과 구준호는 각각 윤사랑의 다리를 붙잡고 있었다.
  • “응, 다 뽀뽀해줄게.”
  • 윤사랑은 둘째를 안아 들고는 아이의 뺨에 뽀뽀했다.
  • 활기 넘치는 네 아이를 바라보니 윤사랑은 마음이 몽글몽글해졌다. 그녀는 허리를 숙여서 첫째와 셋째를 끌어안고는 그들에게도 뽀뽀했고 셋째는 얼굴이 붉어졌다.
  • “엄마 먼저 화장실 갔다 와서 놀아줄게.”
  • 그녀는 네 아이를 안아주고는 방 안으로 들어가서 화장실로 향했다. 네 아이는 그녀가 급히 화장실로 달려가자 웃음을 터뜨렸다.
  • 윤사랑이 나왔을 때 네 아이는 자기들끼리 놀고 있었는데 모두 예쁘고 잘생겼고 심지어 무척이나 닮아있었다. 윤사랑은 그들이 노는 모습을 애정 가득한 얼굴로 한쪽에서 바라봤다. 모두 자신이 낳은 아이들이었고 그중에 첫째도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그 아이가 떠오르자 윤사랑의 얼굴 위로 착잡함이 떠올랐다. 그 아이는 어떻게 지내고 있을지 궁금했다.
  • 그 여자가 아이를 빼앗아 가서 자기가 키우려는 건지 아니면 어떻게 하려는 건지 윤사랑은 감히 상상하지 못했다. 만약 키우고 있다면 다정하게 잘 대해줬을까?
  • 윤시형과 구준호는 그녀가 서글픈 표정을 짓고 있자 눈빛을 주고받았다.
  • ‘엄마가 왜 저러는 걸까? 설마 면접 결과가 좋지 않았던 걸까?’
  • 두 아이는 윤사랑에게 다가와 걱정스레 물었다.
  • “엄마, 면접은 잘 봤어요?”
  • 윤사랑은 슬픔을 거두면서 미소 띤 얼굴로 두 아이를 바라보며 말했다.
  • “면접 못 봤어.”
  • “네?”
  • 윤시형은 경악한 표정을 짓더니 미간을 좁혔다. 엄마처럼 유능한 사람이 면접을 못봤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 일이었다. 아이는 고개를 돌려 구준호를 바라봤다.
  • ‘아빠는 대체 뭐 하고 있는 거지?’
  • 아침에 윤시형에게서 윤사랑이 GK 그룹으로 가서 면접을 본다는 소식을 접한 구준호는 매우 신났었다. 엄마가 아빠 회사에 간다니, 그렇다면 윤사랑은 반드시 면접에 붙을 것이었다.
  • 그래서 지금 면접을 못 봤다는 엄마의 말에 구준호는 얼른 물었다.
  • “엄마, 왜 면접을 못 봤어요?”
  • “그러니까요, 엄마. 그 실장님이랑 얘기됐다고 하지 않았어요? 왜 면접에 못 붙은 거예요?”
  • 윤시형은 의문이 풀리지 않는 얼굴로 그녀를 보며 물었다.
  • “누가 엄마를 면접에서 떨어뜨렸어요?”
  • 구현승인가?
  • 구준호도 궁금한 얼굴로 윤사랑을 바라봤다.
  • 윤시오와 윤정민은 그녀에게 다가와 그녀의 손을 잡고 흔들며 그녀를 위로했다.
  • “엄마, 슬퍼하지 마요. 엄마를 뽑지 않았으니 그 회사가 손해를 본 거죠. 우리 더 좋은 회사 찾아가요. 그 사람들 열받게 만들어야죠!”
  • 윤사랑은 웃는 얼굴로 네 아이를 데리고 거실 한편에 앉았다.
  • “사실 얘기는 다 돼 있었고 그래서 난 내가 붙을 줄 알았어. 그런데 구현승씨를 기다리는데 한 여자를 만났고 그 여자한테 내쫓겼어.”
  • 사람 일은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구현승을 만나기도 전에 윤사랑은 쫓겨났다.
  • 구준호는 눈을 가늘게 뜨더니 표정을 잔뜩 굳히면서 싫은 티를 냈다.
  • “엄마, 그 여자 뭐 하는 사람이래요?”
  • ‘설마 안미영인가?’
  • 구준호는 현재 윤사랑을 자신의 엄마로 여겼기 때문에 안미영을 좋아하기는커녕 극도로 혐오했다.
  • “구현승씨의 약혼녀래.”
  • 윤사랑은 네 아이를 보면서 하소연했다.
  • 구준호의 입가가 떨렸다. 그 여자는 아빠의 약혼녀도 아닌데, 정말 뻔뻔하기 그지없는 사람이었다. 안미영이 자신을 그렇게 칭한다고 해도 아빠는 그녀를 인정한 적이 없었고 그녀와 결혼할 생각도 없었다.
  • 아빠가 정말 그녀와 결혼할 마음이 있었다면 4년 전 그녀가 자신을 데리고 찾아 왔을 때 이미 두 사람은 결혼했을 터였다.
  • 그런데 여기저기 자신이 아빠의 약혼녀라고 떠들고 다니니 정말 낯짝 두꺼운 사람이었다.
  • “엄마, 속지 마세요. 전 약혼녀가 있다는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어요.”
  • 구준호는 윤사랑이 오해하지 않았으면 했다.
  • 윤시형은 그를 보더니 코웃음을 치면서 반박했다.
  • “네가 없었으면... 그 여자가 자신이 구현승의 약혼녀라고 떠들고 다닐 일도 없었겠지.”
  • 윤사랑은 마음 한구석이 따뜻해지는 기분에 작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