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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이 남자가 바로 아빠?

  • 윤시형은 정색한 얼굴로 동생을 혼냈다.
  • “솜사탕만 사고 바로 오겠다던 애가 오지 않아서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 앞으로 절대 이러면 안 돼. 또 그랬다간 한 대 맞을 줄 알아!”
  • 어린아이한테 혼난 게 처음인 구준호는 순간 멍해졌다. 집에서 그를 때릴 수 있는 사람은 구현승 말고 아무도 없었다.
  • 바로 그때 공항의 한편에서 사람들이 들끓기 시작했다.
  • “여신님, 여신님!”
  • “여신님. 우와, 나의 여신님. 너무 예뻐요!”
  • 윤사랑은 고개를 돌려 쳐다보았다. 팬들은 미친 듯이 환호하였고 출구까지 사람들로 붐볐다.
  • “정말 극성팬들이야. 아까 내 캐리어를 부딪쳐놓고도 사과 한마디 없어!”
  • 화가 난 윤정민이 투덜거렸다. 네 아이 중에서 윤정민의 목소리만 가장 여자아이 같았다.
  • “대체 누구길래 다들 저렇게 열광하는 거야?”
  • 윤시형이 시큰둥하게 말했다.
  • “어디 다쳤어?”
  • 윤사랑은 화들짝 놀랐다. 아이가 얘기하지 않았더라면 그녀도 몰랐을 것이다.
  • “아니요. 그냥 우리 캐리어를 뒤집어놓고 도망쳤어요!”
  • 윤시형은 씩씩거리며 저쪽을 노려보았다.
  • “예의가 없군. 내가 가서 혼내줄게.”
  • 이제야 알게 된 윤시오가 당한 걸 다시 갚으려 하자 윤사랑이 흥분한 녀석을 잡아당겼다.
  • “이리 와.”
  • 구준호는 정색한 얼굴로 팬들을 혐오스럽게 쳐다보았다.
  • “엄마, 빨리 가요. 저 사람들 싫어요!”
  • 정말로 싫어하는 눈치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 여자가 자신을 알아볼까 봐 마주치기 싫었다.
  • “그래, 얼른 나가자.”
  • 윤사랑은 아이들과 함께 밖으로 나갔다. 연예인이든 뭐든 아무런 관심이 없었다.
  • 구준호는 롤스로이스 자동차가 서 있는 쪽을 힐끗 쳐다보았다. 차 안에 어린아이의 모습이 어렴풋이 보이자 구준호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구준호의 예상대로 저 아이를 구준호라고 착각한 것이었다.
  • “엄마, 여긴 사람이 많아서 저쪽으로 나가요!”
  • 구준호는 경호원들한테 들킬까 봐 윤사랑의 손을 잡고 다른 쪽으로 걸어갔다. 윤사랑은 구준호가 향하는 쪽이 사람이 더 많은 걸 보고 피식 웃었다.
  • “저쪽에 사람이 더 많은데?”
  • “아니에요, 많지 않아요. 저쪽에서 차 타기 더 쉬워요.”
  • 구준호는 마음에도 없는 말을 했다.
  • 아들이 가리키는 방향에 마침 택시가 서 있는 걸 본 윤사랑은 나머지 셋을 데리고 그쪽으로 걸어갔다.
  • 그때 늘씬한 몸매의 한 남자가 경호원들과 함께 출구에서 걸어 나왔다.
  • 그는 준수한 이목구비에 검은 선글라스를 끼고 있었고 넘치는 카리스마에 많은 이들의 시선을 끌었다.
  • 남자의 옆에 늘 붙어있는 문혁수는 주변의 이런 시선이 이미 익숙한지 오래였다.
  • 대표님은 어디를 가든 항상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기 때문이다.
  • 그가 주변을 훑어보던 그때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아이들에게 눈길이 갔다. 아마도 구준호 때문에 같은 또래의 아이가 다 귀여워 보이는 것 같다.
  • 네 아이는 똑같은 옷차림에 가방을 메고 있었고 한 여자를 둘러싸고 있었다.
  • 문혁수는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자꾸만 힐끗 쳐다보았다.
  • ‘네쌍둥이인가?’
  • 그는 등지고 있는 여자의 뒷모습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 문혁수 쪽을 힐끗 쳐다보던 구준호는 문혁수를 보자마자 재빨리 고개를 돌렸다.
  • ‘아빠다!’
  • 멀리서 아이의 옆모습을 본 문혁수는 경악하였다.
  • “대표님, 꼬마 도련님이...”
  • “얼른 타, 시간 끌지 말고.”
  • 남자는 호통을 치고는 허리 굽혀 차에 올라탔다.
  • 고개를 돌린 문혁수는 차에 앉아있는 익숙한 녀석을 본 후에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사람을 잘못 봤다는 생각에 웃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 “꼬마 도련님!”
  • 문혁수는 아이와 인사를 나눈 후 조수석에 올라탔다. 아까 그쪽을 다시 한번 쳐다봤지만 여자와 네 아이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 경호원과 함께 온 윤시후는 롤스로이스를 보자마자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자동차를 싫어하는 남자아이는 없을 것이고 게다가 고급 자동차이니 더욱 좋아했다.
  • 그리하여 윤시후도 도망가지 않고 솜사탕을 먹으며 롤스로이스를 이리저리 만지고 있었던 것이었다.
  • 그 모습을 본 경호원들이 수상쩍게 생각했다.
  • ‘꼬마 도련님이 갑자기 왜 저러지? 늘 타던 차라 익숙하겠는데?’
  • 그들과 눈이 마주친 윤시후는 동작을 멈추고 ‘아빠’를 만날 준비를 하였다.
  • 경호원들조차 헷갈릴 정도라면 그와 똑같게 생긴 아이가 있다는 말이었다.
  • ‘그래, 내 생각이 무조건 맞을 거야. 그럼 그때 엄마가 낳은 게 네쌍둥이가 아니라 다섯쌍둥이였단 말이야?’
  • 얼마 지나지 않아 윤시후는 구현승을 만났다. 윤시후는 차에 탄 남자를 쳐다보았다. 도도하고 준수한 얼굴 그리고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에 윤시후는 저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 ‘이 남자가 바로 내 아빠라고?’
  • 윤시후는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눈동자를 굴리며 구현승을 빤히 쳐다보았다.
  • 윤시형과 매우 비슷하게 생긴 걸 보니 아빠가 틀림없었다.
  • 구현승은 아들이 자신을 빤히 쳐다보자 눈썹을 치켜뜨며 말했다.
  • “아빠 마중하러 온 거야?”
  • 남자의 굵은 목소리에 부드러움이 담겨있었지만 위엄이 넘쳐 감히 거스를 수가 없었다.
  • 아들이 직접 공항까지 마중하러 나오니 기분은 그래도 좋았다.
  • 윤시후는 낯선 구현승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망설였다. 그가 어떤 태도인지 몰라 감히 말을 할 수가 없었고 자신이 이름도 모르는 그 형제가 아니라는 것을 그에게 들킬까 봐 무서웠다.
  • 하지만 이 아빠라는 사람은 보기에는 꽤 괜찮아 보였다. 돈도 있고 예의도 있고 무엇보다 힘이 엄청 강해 보여서 엄마를 지킬 수 있을 것 같았다.
  • 고개를 숙여 솜사탕을 한입 베어 무는 윤시후의 마음은 무척이나 흥분되었다.
  • 평소에도 별로 말이 없는 아들인지라 구현승은 그저 윤시후의 머리를 어루만졌다. 윤시후의 손에 들려있는 솜사탕 몇 개를 보더니, 눈빛이 반짝거렸다.
  • 이런 간식은 어린아이들이나 좋아하는 간식이다. 하지만 아들이 준다면 거절하지는 않을 것이다.
  • “아빠 주려고 샀어?”
  • 윤시후는 손에 들려있는 솜사탕을 힐끗 보고는 다시 구현승을 쳐다보았다. 구현승이 선글라스를 벗자 기다란 눈매가 드러났다. 눈매가 어찌나 날카로운지 비밀을 들킬 것만 같아 빤히 쳐다볼 수가 없었다.
  • 윤시후는 순간 화들짝 놀랐다. 사실 이 솜사탕은 다른 형제들에게 주려고 산 것이지 그한테 주려는 것이 아니었다.
  • “하나... 줄게요!”
  • 윤시후는 솜사탕 하나를 구현승에게 건넸다. 다섯 개나 사는 바람에 혼자서는 다 먹지도 못할 것이고 어떤 건 벌써 녹기 시작했다.
  • 구현승은 솜사탕을 받아들고는 아들을 쳐다보았다. 녀석이 빤히 쳐다보자 그는 고개를 숙여 한입 먹었다. 하지만 단것을 좋아하지 않았던 그는 저도 모르게 얼굴을 찌푸렸다.
  • ‘너무 달아.’
  • “단 걸 너무 많이 먹지 마, 충치 생겨.”
  • 그는 아들을 힐끗 쳐다보았다.
  • “꼬마 도련님, 제 것도 샀어요?”
  • 문혁수는 윤시후를 쳐다보며 활짝 웃는 얼굴로 다정하게 말했다. 그러자 윤시후는 눈을 깜빡이더니 문혁수에게 두 개를 주었다. 그렇게 아이의 손에는 두 개만 남게 되었고 그중 하나는 거의 다 먹었다.
  • “고마워요, 꼬마 도련님!”
  • 문혁수는 자리에 앉아 솜사탕을 맛있게 먹었다.
  • 그 모습에 구현승의 얼굴이 살짝 어두워졌다.
  • ‘혁수한테는 엄청 통이 크네?’
  • 두 입 정도 먹고 더는 먹기 힘들었던 구현승은 손에 들고 있는 솜사탕을 보며 순간 어찌할 바를 몰라 하였다.
  • 얼굴을 찌푸린 채 쓴 약을 먹듯이 솜사탕을 먹고 있는 구현승을 본 윤시후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 “먹기 싫으면 다시 줘요.”
  • 윤시후는 솜사탕을 무척이나 좋아했다. 구현승은 입맛을 다시고 있는 아이를 보고는 다시 돌려주었다.
  • “앞으로 먹고 싶으면 하나만 사. 너무 많이 사지 말고.”
  • “네.”
  • 윤시후는 대답한 후 옆에 앉아 솜사탕을 계속 먹었다. 다만 시선은 가끔가다 구현승한테 향하곤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