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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그의 약혼녀

  • 윤시형은 화난 얼굴로 구준호를 노려보았다.
  • “아까는 왜 인정 안 했어?”
  • 어쩐지 계속 윤시후가 이상하다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정말로 윤시후가 아니었다. 아까는 윤시형한테 들켜도 계속 아니라고 우겨댔다.
  • “엄마한테 얘기할까 봐 그랬지. 내가 윤시후가 아닌 걸 알았다면 날 데려왔겠어?”
  • 구준호는 윤사랑이 자신을 미워할까 봐 무서웠다.
  • “안 데려왔지!”
  • 한 치의 망설임도 없는 윤시형의 대답에 구준호는 서운함이 밀려들었다.
  • “왜?”
  • 상처받은 구준호의 눈빛을 본 윤시형은 아차 싶었는지 재빨리 해명했다.
  • “생각해 봐, 넌 지금 아빠랑 살고 우린 엄마랑 살잖아. 그런 네가 우리랑 왔다가 너의 아빠가 찾으러 오면 우리도 들키게 돼. 너의 아빠가 우리한테 무슨 짓을 할지 어떻게 알아!”
  • 자신이 미워서 그러는 게 아니라는 말에 구준호도 마음을 놓았다.
  • “그럼 먼저 우리가 그때 왜 갈라졌는지부터 알아본 다음에 아빠한테 얘기하자!”
  • 구준호가 먼저 제안했다. 얘기하는 모습은 무척이나 침착했고 타고난 기세에 그대로 따르지 않을 수가 없었다.
  • 윤시형은 얼굴을 살짝 찌푸리더니 구준호의 말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 “좋아! 그럼 내가 시후한테 전화해서 얘기할게. 혹시라도 들키면 안 되니까!”
  • 윤시후에게 전화를 건 윤시형은 한바탕 혼을 냈다.
  • “너의 아빠 이름이 뭐야?”
  • 윤시형은 윤시후를 혼내고 나서야 가장 중요한 걸 물었다.
  • “구현승!”
  • 덤덤하게 대답하며 윤시형을 쳐다보던 구준호가 갑자기 입꼬리를 씩 올렸다.
  • “너의 아빠이기도 해!”
  • 화들짝 놀란 윤시형은 숨을 들이마셨다.
  • ‘구현승? 그 아무도 감히 건드릴 수 없는 구현승?’
  • “여기, 아빠 사진 있어!”
  • 구준호는 휴대폰을 꺼내 구현승의 사진을 찾아 윤시형에게 보여주었다.
  • 윤시형은 보자마자 이 남자가 바로 아빠라는 것을 확신했다.
  • 사진 속 남자는 훤칠한 키에 도도하고 거만한 모습이었고 잘생긴 얼굴은 그들과 판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똑같았다.
  • ‘엄마가 우리한테는 아빠가 누군지 모른다고 했었는데... 그런데 이 사람이 바로 우리 아빠라니!’
  • 전에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어 인터넷에서 검색해봤지만 사진은 찾지 못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돌아오자마자 벌써 아빠를 찾았다.
  • 아빠의 정체를 안 윤시형은 너무나도 기뻤다. 구현승은 명성이 높은 GK 그룹의 대표라서 권세가 어마어마했다. 윤시형은 그런 그가 그들을 지켜준다면 더는 엄마를 만만하게 볼 사람이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 “너의 아빠 너한테 잘해줘?”
  • 구현승에 대해 더 많은 정보를 알고 싶었던 윤시형은 구준호를 뚫어지라 쳐다보며 물었다.
  • “응, 잘해줘. 그런데 엄마처럼 다정하지는 않아!”
  • 구준호는 구현승을 존경했지만 부자 사이에는 약간의 거리감이 있었다.
  • 눈치가 빠른 윤시형은 구준호의 표정을 보더니,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 “잘해주는 거 맞아? 설마 널 때리지는 않겠지?”
  • 윤시형이 오해하자 구준호는 재빨리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 “때리진 않아. 하지만 잘못하면 벽을 향해 서서 잘못을 반성하게 해!”
  • 윤시형은 고개를 끄덕였다.
  • ‘그건 엄마랑 똑같네. 엄마도 우리가 잘못을 저지르면 무섭게 혼내는데.’
  • 그 뒤로도 두 아이는 구현승에 관하여 소곤소곤 대화를 나누었다.
  • 이튿날 아침, 윤사랑은 일찍 일어나 아침을 준비한 후 아이들을 깨웠다.
  • 그녀는 아이들과 아침 식사를 마치고 아이들에게 얌전히 집에 있으라고 당부한 뒤 GK 그룹으로 향했다.
  • GK 그룹에 도착하고 보니 아직은 이른 시각이었다. 문혁수가 그녀를 직접 마중하러 나왔고 구현승의 사무실에서 구현승이 올 때까지 잠시 기다리라고 했다.
  • “윤사랑씨, 대표님 곧 오시니까 여기서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대표님께서 윤사랑씨랑 직접 면담하시겠대요.”
  • “네, 제가 일찍 도착한 거예요. 여기 접견실 있죠? 접견실에서 기다릴게요.”
  • 윤사랑은 화이트 정장 세트를 입고 있었는데 무척이나 깔끔하고 세련되어 보였다.
  • 아무래도 여긴 구현승의 사무실이라 주인이 없는 사무실에 혼자 있기 불편했다.
  • “괜찮아요. 앉아서 기다리세요.”
  • 문혁수는 그녀를 향해 미소를 지어 보이고는 비서더러 커피를 내오라고 한 다음 구현승에게 전화를 걸어 알려준 뒤 자기 볼일을 봤다.
  • 윤사랑은 소파에 앉아 구현승의 사무실을 훑어보았다. 그레이색의 인테리어는 고급스러움이 넘쳤고 한쪽 면에 책장이 놓여있었는데 온통 비즈니스에 관한 책들이었다.
  • 그녀는 속으로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 ‘세계 최고 부자의 사무실은 역시 다르구나.’
  • 어찌나 넓고 고급스러운지 보이지 않는 위압감이 느껴져 잔을 내려놓는 것마저도 무척이나 조심스러웠다.
  • 얼마 지나지 않아 문 쪽에서 하이힐 소리가 들려왔다. 그녀는 고개를 돌려 소리가 들려오는 쪽을 쳐다보다가 마침 사무실로 걸어들어오는 안미영과 눈이 마주쳤다. 두 사람은 서로 저도 모르게 화들짝 놀란 눈치였다.
  • 하지만 윤사랑을 본 순간 안미영의 두 눈에 경악과 당황스러움이 스쳐 지나갔다.
  • ‘이 여자 아직 안 죽었어? 왜 여기에 있는 거지? 현승씨랑 만났나?’
  • 안미영은 속으로 무척 두려워하고 불안해하였다. 주변을 휙 둘러보고 구현승의 모습이 보이질 않자 그녀는 이내 당황하지 않은 척 차가운 얼굴로 도도하게 걸어갔다.
  • “당신 누구야? 왜 여기에 있는 거지?”
  • 몰아붙이는 안미영의 말투에 윤사랑은 순간 움찔했다.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예의 바르게 답했다.
  • “면접 보러 왔습니다. 지금 대표님을 기다리고 있어요.”
  • 아직 구현승을 만나지 못했다는 그녀의 말에 안미영은 저도 모르게 시름을 놓았다. 안미영은 경멸스러운 눈빛으로 윤사랑을 쳐다보았다. 여전히 예쁜 그녀의 얼굴을 보며 안미영은 몰래 이를 꽉 깨물더니 그녀를 쌀쌀맞게 내쫓았다.
  • “기다릴 필요 없어. 당신은 가장 기본적인 예의도 없네. 현승씨가 낯선 사람이 사무실에 혼자 있는 걸 싫어한다는 것도 몰랐어? 당장 나가!”
  • 순간 너무도 억울했던 윤사랑은 이렇게 해명했다.
  • “문혁수 실장님이 저더러 여기서 기다리라고 했어요.”
  • ‘이 여자 대체 뭐야? 왜 다짜고짜 시비지?’
  • 안미영은 경멸스러운 눈빛으로 그녀를 훑어보고는 코웃음을 쳤다.
  • “그런데 뭐? 내가 마음에 안 들면 현승씨도 마음에 안 들어 할 거야. 그러니까 눈에 거슬리게 하지 말고 당장 꺼져!”
  • 안미영은 구현승이 오기 전에 반드시 이 여자를 내쫓아야 했다.
  • “내 말 잘 들어. 방금 현승씨한테 전화하니까 집에 일이 있어서 오늘 못 온대. 그러니까 얼른 가. GK 그룹은 당신처럼 예의 없는 사람을 채용하지 않아!”
  • 윤사랑은 기고만장한 안미영을 빤히 쳐다보았다. 그녀는 잘난 체하며 말끝마다 윤사랑이 예의가 없다고 했다.
  • ‘내가 보기에 예의가 없는 건 당신 같은데. 난 GK 그룹에 면접 보러 왔지, 모욕을 당하러 온 게 아니라고.’
  • 윤사랑도 지지 않고 바로 맞받아쳤다.
  • “문혁수 실장님이 저더러 여기서 기다리라고 해서 기다린 것뿐이에요. 제가 만날 분은 구현승 대표님인데 그러는 그쪽은 누구시죠? 대표님이 못 오시면 실장님이 저한테 알려주실 텐데. 그쪽이 가라면 제가 가야 하나요? 제가 이대로 가면 그거야말로 예의 없는 행동이죠!”
  • 안미영은 음험한 눈빛으로 머리를 쓰러 넘기더니 우쭐거리며 입꼬리를 씩 올렸다.
  • “내가 누구냐고? 현승씨 약혼녀야. 면접이나 보러 온 주제에 감히 나한테 대들어? 날 건드리면 어떻게 되는지 몰라서 그래? 네가 아무것도 모르고 무식하니까 그냥 넘어가 주는 거야. 그러니까 당장 꺼져!”
  • 그녀의 말에 윤사랑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
  • ‘대표님은 왜 이런 여자랑 결혼하는 거야? 권력도 어마어마한 분이 사람 보는 눈이 이렇게도 없어서야...’
  • 그녀는 자신의 물건을 챙기고 안미영을 싸늘하게 쳐다보았다.
  • “대표님한테 전해주세요. GK 그룹은 제가 감히 넘볼 수가 없어서 다른 분으로 찾아보시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