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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잘못을 인정하는 아들

  • “죄송합니다! 저흰 같이 사진을 찍어드릴 수 없어요. 여러분이 저희를 예쁘게 봐주셔서 정말 고마워요. 하지만 더는 찍진 말아 주세요.”
  • 윤시형이 사람들의 요구를 거절하며 앞으로 나아가 셋째의 어깨를 쿡 찔렀다. 그리고 그에게 더는 카메라에 찍히지 말라고 경고했다.
  • 그러자 셋째는 메롱 하는 표정을 짓더니 얌전하게 앞을 보고 걸었다.
  • 사람들도 아이가 예절 바르게 얘기하는 모습을 보고 화내기는커녕 호감이 더 깊어진 듯 더 애틋한 눈으로 귀여운 네 아이를 바라봤다.
  • 윤사랑은 주위에 몰려드는 사람이 차츰 더 많아지는 것을 느끼곤 얼른 아이들을 향해 외쳤다.
  • “얘들아, 얼른!”
  • 조금만 더 머물러 있으면 인파로 움직이기 어려워질 것 같았다. 네 아이도 그녀를 따라 신속하게 앞으로 움직였다. 그때, 둘째가 윤사랑을 불렀다.
  • “엄마, 나 쉬 마려워요.”
  • 조금 전 비행기에서 주스를 너무 많이 마신 탓에 방광이 터질 것 같았다.
  • 윤시오는 다리를 오므린 채 두리번거리며 화장실을 찾았다. 아이는 화장실 표시판을 보자 바로 달려가려 했다.
  • “엄마랑 같이 가!”
  • 윤사랑도 화장실에 다녀오고 싶었기에 네 아이를 데리고 화장실로 향했다. 그녀가 캐리어를 잡고 아이들부터 들여보냈다.
  • “형, 나 큰 거!”
  • 윤시오가 윤시형을 향해 한마디 하고는 얼른 칸막이 안으로 달려들어 갔다.
  • “너 정말 여러모로 귀찮게 하네. 빨리 끝내!”
  • 윤시후는 한마디 하고 나서야 셋째와 넷째를 데리고 화장실을 나왔다.
  • “엄마, 우리 화장실 다녀왔어요. 엄마도 가세요. 둘째 형이 지금 똥 싸고 있어요!”
  • “아아, 그래. 너희 어디 가지 말고 엄마 기다려, 알았지?”
  • 윤사랑이 아이들을 잘 일러두고 나서 여자 화장실로 향했다.
  • ...
  • “휴! 우리 여신님 언제 올까? 나 네 시부터 기다렸는데 아직도 못 만났어!”
  • “고작 네시가 뭐라고. 난 어젯밤부터 이곳을 지키고 있었거든. 여신님 공항 마중을 놓칠까 봐 걱정이야!”
  • “아아! 여신님 비행기 곧 도착한대. 빨리, 빨리!”
  • “뭐? 나 좀 기다려줘!”
  • 누구의 흥분한 목소린지 알 수 없으나 밖에서 황급한 발소리가 들려왔으며 사람들이 입구를 향해 달려갔다.
  • 윤사랑은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조금 전에도 누군가 ‘여신님’이라는 소리를 들었는데 대체 누굴까?
  • ‘연예인인가?’ 얘기를 들어보니 젊은 팬들인 것 같았다. 극성팬만이 이런 광기를 보일 수 있으니까.
  • 윤시형은 두 동생을 데리고 옆에 서서 짐을 지키고 있었다. 그러다 갑자기 여자 화장실에서 한 무리 사람들이 달려 나와 깜짝 놀라고 말았고 그들 옆에 있던 캐리어 두 개도 넘어져 버렸다.
  • 윤시형이 얼른 두 동생을 자기 곁으로 끌어당기며 넘어질세라 꽉 잡았다.
  • “저 사람들 뭐야! 우리 캐리어 넘어졌는데 사과도 안 했어!”
  • 셋째 윤시후가 사람들이 사과도 없이 도망가는 모습에 씩씩거리며 입구를 노려봤다.
  • “예의 따윈 갖다 버린 극성팬들! 정말 싫어!”
  • 윤시형이 넘어진 캐리어를 일으켜 세울 때, 윤정민이 도와주며 한마디 거들었다.
  • “맞아요, 극성팬들! 저 사람들 부모님께서 알게 되면 낳은 걸 후회할 거예요!”
  • 윤시후는 흥, 하며 코웃음 치더니 옆에 있던 캐리어의 먼지를 털어내며 얌전하게 윤사랑을 기다렸다.
  • 윤정민도 옆에 서서 주위를 살폈는데 별안간 앞쪽에 있는 아이들이 솜사탕을 들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아이는 먹고 싶은 듯, 침을 꼴깍 삼키며 말했다.
  • “우와, 솜사탕이야!”
  • 윤시후도 빠르게 주위를 스캔하여 솜사탕을 파는 가게를 찾았는데 흥분해서 윤시형의 옷깃을 잡아당겼다.
  • “형, 저쪽에 가서 솜사탕 사요, 제가 갈게요!”
  • “엄마가 여기서 얌전하게 기다리라고 했어, 함부로 다른 곳에 가지 마!”
  • 윤시형도 외국에선 솜사탕을 직접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먹어 보고 싶긴 했다.
  • 그들은 인터넷에서 처음으로 솜사탕을 본 적 있었는데 엄마가 이름을 알려줬었다.
  • “제가 가서 사고 금방 돌아올게요. 엄마랑 시오 형 이렇게 빨리 안 나와요. 제가 갈게요!”
  • 말을 마치고 윤시후가 그곳을 향해 달려갔는데 윤시형은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쉬며 당부했다.
  • “조심해서 갔다 와!”
  • “네, 형!”
  • 윤시후는 기뻐서 날아갈 듯한 발걸음으로 달렸다.
  • ...
  • 공항의 다른 한편, 보디가드들이 발등에 불이 떨어진 듯 당황하고 있었다.
  • “꼬마 도련님께서 안 보이세요!”
  • “빨리 찾아! 도련님께서 알게 되시면 우릴 찢어 죽이려 할 거야!”
  • 보디가드들이 빠르게 흩어지며 사면팔방으로 사람을 찾기 시작했는데 그들은 구현승이 돌아오기 전에 사람을 찾기를 바랐다.
  • 공항은 절대 작지 않았고 사람까지 많았기에 아이 한 명 찾기가 쉽지 않았다.
  • 그중 한 보디가드가 찾던 도중에 솜사탕을 손에 들고 있는 아이를 발견하곤 흥분한 얼굴로 동료에게 통보했다.
  • “찾았어! 찾았다! 꼬마 도련님께서 솜사탕을 사고 계셔.”
  • 일 분이 되지 않는 시간 동안 그들은 신속하게 윤시후의 앞에 몰려들었다.
  • “꼬마 도련님, 겨우 찾았네요! 정말 놀라 죽는 줄 알았습니다! 공항에 사람이 많아서 함부로 돌아다니면 위험해요. 얼른 저쪽으로 가요, 도련님께서 곧 나오실 테니까요.”
  • 그들은 윤시후가 뭐라 하기도 전에 아이의 손에서 솜사탕을 뺏어 들더니 빠르게 안고 왔던 방향을 향해 뛰기 시작했는데 아이의 표정이 이상하다는 것을 확인할 겨를도 없었다.
  • 윤시후는 갑작스러운 상황에 멍해졌다가 겨우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 “이봐요, 뭐 하는 거예요? 저 놔줘요! 안 그럼 살려달라고 소리 지를 거예요!”
  • 그는 앳된 목소리로 한 무리 검은 옷의 보디가드를 향해 “경고”를 날렸으나 상대는 그가 패닉에 빠진 것을 알아채지 못했다.
  • “꼬마 도련님, 장난 그만 하세요. 도련님께서 꼬마 도련님을 찾지 못하시면 걱정이 크실 겁니다!”
  • 보디가드들은 아이가 그들과 장난을 치는 줄 알고 한편으로 달래주며 더 빠른 속도로, 시간을 더 지체할 수 없는 듯, 롤스로이스 한대를 향해 우르르 달려갔다.
  • 윤시후는 두 눈을 크게 떴다.
  • ‘나 지금 납치된 거야?’
  • “구... 읍...”
  • 윤시후가 버둥거리며 소리 지르려는 찰나, 보디가드가 그의 입을 틀어막았다.
  • 그는 씩씩거리며 보디가드의 손을 꽉 깨물었으나 상대는 손을 떼지 않았고 그대로 그를 안고 움직였다.
  • “꼬마 도련님, 화내지 마세요. 차에 돌아가면 놓아드릴게요.”
  • 보디가드는 손이 욱신 아파왔으나 화내지 않고 인내심 있게 아이를 달렸다.
  • 그는 지금 절대 손을 놓을 수 없었다. 혹여나 다시 도망가면 안 되기 때문이다.
  • 꼬마 도련님은 자주 이렇게 찾을 수 없게 숨어버리곤 했다.
  • “꼬마 도련님, 이곳은 사람이 너무 많습니다. 먹고 싶은 것이 있으면 저희와 얘기하세요. 바로 가서 사오겠습니다. 하지만 만약 꼬마 도련님 혼자서 다른 사람과 부딪쳐 상처라도 나면 어떡할 겁니까?!”
  • 다른 보디가드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그를 향해 말했다.
  • ‘꼬마 도련님?’
  • 윤시후가 멍한 얼굴로 그들을 바라봤다.
  • 이미 수차례 그들의 입에서 꼬마 도련님이라는 말이 흘러나왔다. 그들은 조금 전 아빠라는 말도 하지 않았던가?!
  • 윤시후는 열몇 명의 잘 단련된 보디가드를 관찰했는데 그들의 얼굴엔 걱정 외에 악한 기운 자체가 보이지 않았다. 그리하여 놀랐던 가슴은 다시 냉정함을 되찾을 수 있었다.
  • 그들은 윤시후가 아주 익숙한 듯 보였다.
  • ‘나를 다른 사람으로 오해한 걸까? 하지만 난 저 사람들을 몰라!’
  • 윤시후는 조용해지면 상황을 봐서 행동할 계획이었다.
  • 만약 정말 납치된 것이라면 그의 지금 상태론 상대를 제압할 수도, 도망갈 수도 없었다.
  • 그 시각, 윤사랑이 화장실에서 나와보니 첫째와 넷째만 있을 뿐, 나머지 두 아이가 보이지 않았다.
  • “시오랑 시후는 아직 안 나왔어?”
  • “엄마, 시후는 솜사탕 사러 갔어요. 시오는 아직도 화장실 안에 있고요.”
  • 윤시형이 솜사탕 가게 쪽을 바라보니 사람이 너무 많은 탓에 앞이 가려져 윤시후의 모습을 확인할 수 없었다. 그러자 그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금방 돌아온다고 하지 않았었나?
  • “이 녀석 어디로 가버린 거야?”
  • 윤사랑이 투덜거렸으나 화를 내진 않았다. 그녀는 윤시후를 잃어버릴 가능성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 시후는 방향감각이 뛰어나 어디로 가든 돌아오는 길을 찾아올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