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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왜 손가락을 찔러요?

  • “그만 울어.”
  • 아들이 목 놓아 엉엉 우는 모습을 처음 본 구현승은 순간 어떻게 위로해야 할지 몰랐다.
  • “누구도 널 싫어하지 않아.”
  • “정말이에요?”
  • 윤시후는 구현승을 꽉 끌어안았다. 부들부들 떨고 있는 자그마한 몸과 가여운 목소리에 코끝이 찡해졌다.
  • 버려질까 봐 두려움에 떨고 있는 아들의 모습에 마음이 아픈 구현승은 아들을 안으며 머리를 쓰다듬었다.
  • “정말이지.”
  • 안미영은 그런 두 부자의 모습을 보며 몰래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 그런데 한숨을 내쉬는 그녀의 모습이 문혁수한테 딱 걸렸다. 그의 두 눈에 뭔가 의심스러운 눈빛이 스쳐 지나갔다.
  • ‘안미영씨하고 꼬마 도련님이 이렇게까지 싸운 적은 없었는데? 다른 모자들처럼 친해 보이진 않았어도 오늘처럼 사이가 나쁘진 않았어.’
  • 그 시각, 네 아이와 함께 집으로 돌아온 윤사랑은 방 청소를 하였다.
  • 구준호는 화장실에 숨어서 집의 CCTV를 몰래 확인하였다.
  • 아이는 윤시후가 구현승과 함께 집에 도착한 걸 확인하고 나서야 시름을 놓고 함께 청소하였다.
  • 집 정리를 겨우 마치고 보니 벌써 저녁 먹을 시간이 다 되었다. 그들은 배달 음식을 시켜 식탁에 둘러앉아 시끌벅적하게 밥을 먹었다.
  • 구준호는 혹시라도 말실수해서 들킬까 봐 다른 이들이 얘기할 때 가끔 한마디씩 하는 것 말고는 조용하게 있었다. 그리하여 첫째 윤시형 말고는 크게 의심을 사진 않았다. 하지만 윤시형도 윤시후가 평소와 조금 다르다고만 생각할 뿐 윤시후가 맞는지 캐묻지는 않았다.
  • 저녁 식사를 마친 후 윤사랑은 먼저 아이들을 씻기고 재웠다. 그러고 나서야 그녀도 샤워를 마치고 잠자리에 들었다.
  • 윤시후는 구현승과 함께 드래곤 베이로 돌아오는 길 내내 울다가 잠이 들었다.
  • 구현승은 품에 곤히 잠들어있는 윤시후를 쳐다보았다. 속눈썹에 눈물이 묻어있어 닦아준 뒤 품에 안은 채 차에서 내렸다.
  • “현승씨, 제가 안을게요!”
  • 안미영이 따라 내리려 하자 구현승은 몸을 돌려 싸늘하게 말했다.
  • “괜찮아.”
  • 화난 그의 모습에 안미영은 어쩔 줄을 몰라 하였다.
  • 구현승은 아들을 안고 몇 걸음 걷다가 이내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려 싸늘한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 “앞으로 준호가 잘못하더라도 태도 좀 주의해. 말투도 좀 고치고. 그만 가.”
  • 그러더니 집사더러 손님을 배웅하라고 눈치를 주고는 아들을 안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
  • 안미영은 순간 멍해졌다. 집 안으로 들어가는 남자의 차가운 뒷모습을 보고 있자니 무척이나 속상했다.
  • 5년이 지난 지금도 남자는 여전히 그녀한테 매정했다.
  • 아직도 약을 탔던 그 일 때문에 이러는 것일까? 이게 다 그를 사랑해서 그런 것인데...
  • 아니면 구현승의 한계를 떠보지 말았어야 했나? 사실 그녀도 구현승이 누군가의 계획에 당하는 걸 싫어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너무 마음이 급했나?
  • “안미영씨, 얼른 돌아가서 쉬세요!”
  • 집사의 말에 안미영은 웃으며 말했다.
  • “집사님, 이건 제가 해외에서 사 온 현승씨 선물인데 정신을 안정시키는 데 좋대요. 아까 깜빡하고 못 줘서 집사님이 대신 전해주세요.”
  • 그녀는 가방에서 예쁘게 포장된 선물 상자를 꺼내 집사에게 건네주었고 또 하나 더 꺼냈다.
  • “이건 집사님 선물이에요!”
  • “고맙지만 너무 귀한 선물이라 받을 수가 없어요.”
  • 집사는 구현승의 선물만 받고 안미영이 자신한테 주는 선물은 받지 않았다.
  • “비싼 거 아니니까 받아주세요. 제가 가져가도 쓰지 못해요.”
  • 안미영은 억지로 집사에게 선물을 건넨 후에야 돌아서서 차에 올라탔다. 별장을 바라보는 그녀의 두 눈이 반짝이었다.
  • 사실 그녀는 여기까지 왔으니 구현승이 자고 가라고 잡을 줄 알았다.
  • “안미영씨, 조심히 가세요.”
  • 집사는 예의상 한마디 하고는 운전 기사더러 천천히 운전하라고 했다. 그는 차가 멀리 가는 걸 확인한 후에야 집 안으로 들어갔다.
  • 구현승은 아들을 안고 위층에 있는 구준호의 침실로 들어가 살며시 침대에 눕혔다.
  • “엄마...”
  • 윤시후는 중얼거리며 돌아누웠다.
  • 구현승은 허리를 굽혀 신발을 벗겨준 뒤 자세를 바로 눕히고 이불을 덮어주었다. 그때 문득 녀석의 손목에 있는 점을 발견하고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 ‘이 녀석 여기에 점이 있었던가?’
  • 구현승은 아이의 손을 잡고 자세히 들여다보았지만 확신이 서지 않았다. 왜냐하면 두 부자가 함께한 시간이 많지 않아 자세히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 그는 아이의 손을 내려놓고 잠든 얼굴을 그윽하게 쳐다보았다. 그러고는 손을 내밀어 머리를 쓰다듬은 후에야 방을 나왔다.
  • 방 안에서 나오는 구현승을 본 집사는 예의 바른 태도로 물건을 건넸다.
  • “도련님, 안미영씨가 저더러 이걸 전해달라고 하더라고요. 정신을 안정시키는 데 좋대요.”
  • 구현승은 선물을 힐끗 쳐다만 볼뿐 받을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 그는 집사를 보며 이렇게 말했다.
  • “앞으로는 이런 거 함부로 받지 말아요.”
  • 깜짝 놀란 집사는 이내 사과하였다.
  • “네.”
  • ‘예전에는 도련님이랑 안미영씨의 관계가 좋았는데 왜 꼬마 도련님이 태어난 뒤로 점점 차가워지는 거지?’
  • 아무도 그 이유를 아는 사람이 없었다. 다들 구현승이 안미영과 결혼할 거라 생각했지만 5년이 지난 지금 두 사람의 관계는 뜨거워지기는커녕 오히려 더 멀어졌다.
  • 집사는 매정한 구현승을 보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 ‘대체 어떤 여자가 도련님을 웃게 할 수 있을지 모르겠네.’
  • 구현승은 침실로 들어가려 했다. 그러다가 들어가기 전 갑자기 발걸음을 멈추고 집사를 쳐다보았다.
  • “집사님, 준호의 손목에 점이 있었나요?”
  • “점이요?”
  • 깜짝 놀란 집사는 멍한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 “없었던 것 같은데요.”
  • 평소 아이를 챙기는 건 집사였기 때문에 옷도 자주 갈아입히곤 하였다. 그런데 점을 본 기억은 없었다. 그러자 구현승이 얼굴을 찌푸렸다.
  • ‘점이 없다고? 그럼 내가 아까 본 건...’
  • 진지한 그의 모습에 집사는 재빨리 방 안으로 들어가 윤시후의 손목을 살펴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정말로 점 하나가 명확하게 보였다.
  • 아무리 문질러도 지워지지 않자 집사는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 “전에 없었던 거 같은데. 설마 요즘 생긴 건가?”
  • 아이가 모든 걸 스스로 할 수 있게 하려고 구현승은 집사더러 옷을 입혀주지 말라고 하였다. 그리하여 집사도 가까이에서 아이를 챙기지 않은 지 꽤 오래되었다.
  • 구현승은 눈을 가늘게 떴다. 마음속으로 저도 모르게 걱정이 밀려왔다.
  • “의사 불러요!”
  • 전에 없던 점이 갑자기 생겨난 건 좋은 일이 아니었다.
  • “네!”
  • 집사는 재빨리 홈닥터에게 전화를 걸어 드래곤 베이로 오라고 했다.
  • 배성우는 무슨 일이 있는 줄 알고 급히 달려왔지만 고작 아이의 몸에 생긴 점 때문이라는 걸 알고 살짝 어이가 없었다. 그가 이것저것 검사를 다 하고 보니 별문제는 없었다.
  • “고작 이걸로 너무 야단법석을 떤 거 아니야? 이런 점은 언제든지 생길 수 있어. 게다가 준호는 아직 어려서 점이 생기는 건 다 정상이야.”
  • “혈액 검사 좀 해 봐.”
  • 구현승은 배성우의 진단 결과를 믿지 않았다.
  • 하지만 구현승의 압박에 배성우도 어쩔 수 없이 윤시후의 손가락 끝을 찔러 피를 뽑았다.
  • “으악!”
  • 뭔가 찔리는 아픔에 윤시후는 잠에서 깼다. 낯선 사람이 자신의 손가락을 찌르자 순간 화가 난 윤시후는 발길질해댔다.
  • 갑작스러운 발길질을 미처 피하지 못한 배성우는 그대로 바닥에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 “준호야, 나야...”
  • “왜 저의 손가락을 찔러요?”
  • 윤시후는 주먹을 꽉 쥐고 씩씩거리며 큰 소리로 말했다.
  • ‘내가 잠든 사이에 날 찔렀어. 짜증 나.’
  • 어린아이의 질책에 배성우는 순간 말문이 막혀버렸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구현승을 쳐다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