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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사모님의 숨겨진 애인

  • 하서준은 한참이나 미간을 매만지다가 충혈된 눈으로 탁자 위 쪽지를 쳐다보았다.
  • 너무 흔한 종이라 주위에 널린 게 이런 종이였지만 쓰여 있는 글씨체는 아주 예뻤다. 펜 끝이 조금 앳돼 보이긴 했지만, 전체적인 분위기는 단정했다.
  • “이게 누구 글씨 같아 보여?”
  • “남자 글씨로 보입니다.”
  • 임주영은 할 말 못할 말 가라지 않고 그의 말엔 무조건 응했다.
  • 하서준의 눈빛이 더 날카로워졌다. 시뻘건 눈빛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을 것처럼 말이다.
  • “남자라? 그 여자에게 숨겨둔 애인이라도 있나 보지.”
  • “……”
  • 쯧!
  • 어떻게 숨겨둔 애인이라 말할 수 있겠는가? 이젠 서로 아무 사이도 아니니 남자 친구인 게 맞겠지.
  • 아직 매운맛을 못 본 임주영은 눈치 없게 또 말을 보탰다.
  • “대표님 무슨 말씀이세요. 숨겨둔 애인이라니요, 사모님의 남자 친구이거나 남편이……”
  • “퍽-”
  • 말을 채 끝나기도 전에 하서준은 손에 잡히는 물건 하나를 집어들어 그가 있는 방향으로 던졌다!
  • “남편? 좋아, 그럼 이 사람 당장 찾아와. 만약 못 찾는다면 니가 평생 그 사람 남편이다!”
  • 말 한마디에 더욱 부아가 난 남자는 시뻘건 눈으로 비서를 노려보았고 마치 지옥의 화염에서 금방 올라온 저승사자와 같은 몰골을 자아냈다.
  • “네?”
  • 임주영은 다리가 후들거려왔지만, 정신은 바짝 들었다.
  • “아…… 아닙니다. 대표님, 제가 말이 헛나왔습니다. 저는 그게 아니라……”
  • “썩 꺼져버려!”
  • “……”
  • 결국, 임주영은 룸에서 빠져나와 사람을 직접 찾으러 내려갔다.
  • 그리고 임주영이 떠난 자리에 미니스커트에 화장을 진하게 한 여자가 나타났다. 그녀의 눈에도 원망과 복수의 칼날이 번뜩였다.
  • 온주주가 아직 죽지 않았다고?
  • 5년이 되도록 네 죽음 때문에 나 고여름이 고씨 집안에 발을 들이지 못하고 눈치만 보면서 시간이 흐르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뭐? 죽지 않아? 또 어디서 귀신처럼 나타난 거야?
  • 여자는 분노에 얼굴이 일그러졌고 이를 부득부득 갈았다.
  • 그녀는 마치 온주주를 파괴하러 나타난 좀비 같았다!
  • 온주주, 절대 가만히 두지 않겠어!
  • --
  • 다른 한편 온주주는 날이 더 어두워지기 전에 무사히 시골 카리나 집에 도달했다.
  • 사실 카리나는 온주주가 미국 클레어 병원에서 직접 치료해준 환자였다.
  • 그때 카리나는 정말 희귀한 병에 걸렸는데 어떤 약을 써도 좀처럼 낳질 않자 온주주가 한약과 한의술로 그녀를 치료했다.
  • 그런데 한약이 그녀에게 다행히 잘 맞아 병이 깔끔하게 나았다.
  • 그 후 카리나와 온주주는 내내 좋은 관계를 유지했고 시골에서 농장을 하고 있던 카리나는 종종 그녀와 아이들에게 과일과 채소를 선물했었다.
  • 그렇게 이들은 타국에서 몇 안 되는 친한 친구가 되었다.
  • “낸시, 정말 아이들과 함께 와줬구나. 정말 잘했어!”
  • 온주주와 미리 연락했었던 카리나가 한걸음에 달아와 그들을 반겼다.
  • “이모, 윤이도 왔어요. 안아주세요.”
  • 온지윤은 이곳이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카리나를 보자마자 이모를 향해 두 팔을 벌렸다.
  • 카리나는 이 모습을 보고 마음이 사르르 녹는 것 같았다.
  • 그래서 카리나는 온지윤을 안아 들었고 온주주는 온지민의 손을 잡고 농장에 들어섰다.
  • 이틀이 지나고, 이곳이 안전하다는 생각이 들때 즘 카리나가 전화 한 통을 받았다.
  • “낸시, 연이라는 사람이 전화 왔어. 널 바꿔 달래.”
  • 연이? 정연?
  • 온주주는 정연이라는 말에 벌떡 몸을 일으켜 전화를 받으러 갔다.
  • “여보세요? 정연이?”
  • “주주야, 미…… 미안해. 정말 나도 말하고 싶지 않았어. 그런데 말하지 않으면…… 않으면 나를 강에 던져 물고기 밥으로 하겠다고 해서…… 주주야 나, 죽고 싶지 않았어……”
  • 온주주는 갑자기 걸려온 전화에서 정연이 울면서 미안하다고 말할 줄 예상하지도 못했다.
  • 온주주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 누가 그녀를 강에 던지려고 한 거야?
  • 혹시 하서준? 그 새끼가 결국 정연이를 찾아 간 거야?
  • 그녀는 손이 떨려와 핸드폰이 자꾸 손에서 미끄러져 내려갔다.
  • “너 지금 어딘데?”
  • “나……”
  • “그 년한테 똑바로 말해. 너한텐 30분이라는 시간밖에 없다고, 만약 30분이 지나도록 내 눈앞에 나타나지 않는다면 그냥 물에 던져버릴 거라고!”
  • 정연이 말을 채 잇기도 전에 남자의 험악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핸드폰 너머로 그 남자의 살기와 포악함이 느껴졌다!
  • 역시 이 개자식이었어.
  • 어쩌지, 친구를 죽게 내버려둘 수는 없지 않겠는가? 이 일은 그녀와 아무런 상관이 없는데.
  • 온주주는 몸이 부들부들 떨려왔고 이어 핸드폰을 “뚝”하고 끊었다.
  • 하서준, 이 개 같은 자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