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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화 아무도 우리 엄마를 못 괴롭혀!

  • 온지민이 시선을 거두고 다시 무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았다.
  • “알겠어. 일단 모두 돌아가.”
  • “네? 돌아가라고요? 하지만……”
  • “그럼 다시 아빠한테 전화 걸까?”
  • 온지민이 하혁처럼 목소리를 깔고 그들을 노려보았다.
  • 이 말에 깜짝 놀란 이들은 바로 하려던 말을 끊었고 온지민이 다시 한번 그들을 쳐다볼 때에는 허둥지둥 자리를 떠난 상태였다.
  • “……”
  • 카리스마가 장난 아닌데!
  • 온지민은 득의양양하게 프레지던트 룸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이 많은 사람이 하혁의 말 한마디에 벌벌 떠는 이유가 하혁의 눈에 거슬렸다간 하서준은 물론이요, 하씨 그룹 최고참까지 등판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는 걸 온지민은 미처 몰랐다.
  • 그러니 하혁의 말을 감히 거스를 수가 있겠는가? 2중으로 갈굼 당할 게 뻔한 일이니!
  • 그러니 도망만이 답이었다.
  • 온지민은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최고급 프레지던트 룸은 안중에도 없었다. 다만 빠르게 그의 엄마를 찾았다.
  • “엄마?”
  • “누구야?”
  • 다행히 엄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래서 그는 짧은 다리로 힘차게 내달려 소리가 들려온 그곳으로 달려갔다.
  • “어? 엄마, 왜 그래요?”
  • “아, 우리 민이구나. 여긴 왜 왔어? 어떻게 온 거야? 다른 사람이 널 알아보진 않았어? 빨리 여길 떠나야 해, 여긴 위험해!”
  • 소파 뒤에서 얼굴을 무릎에 묻고 있던 온주주는 아들의 목소리에 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나 미처 눈가에 맺힌 눈물을 닦아내지 못했다.
  • 온지민의 시선이 엄마의 눈가로 향했고 이어 표정이 점점 어두워졌다.
  • “엄마, 누가 엄마를 괴롭힌 거에요? 그 나쁜 사람 맞죠!”
  • “아니야 아니야. 민아, 엄만 괜찮아. 여긴 어떻게 왔어? 엄마를 구해주러 온거야? 그럼 빨리 여기서 나가자.”
  • 온주주는 고개를 저으며 눈가의 눈물을 훔쳤다. 그리고 아이와 함께 이곳을 떠나려 했다.
  • 그러나 온지민은 몹시 화가 난 상태였다!
  • 나쁜 사람, 감히 우리 엄마를 괴롭혀? 절대 가만히 두지 않겠어! 나 온지민의 여자를 괴롭히다니, 간도 크지.
  • 고작 5살 된 꼬마는 분노의 눈길로 룸을 훑어보더니 탁자에 놓인 펜을 집어 들고 글을 남겼다.
  • “지민아, 뭐 하는 거야?”
  •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냥 메시지를 좀 남기려고요.”
  • 그리고 그는 고사리 같은 손으로 종이 위에 미끄러지듯 글을 써냈다.
  • “You're dead!”
  • (넌 죽었어!)
  • “지민아!!”
  • --
  • 하서준은 또 다른 의사를 찾아갔다.
  • 그는 꼬박 일주일 동안 제대로 자지 못했다. 그리고 어젯밤 그 빌어먹을 여자가 여태껏 살아있다는 소식을 듣고 나서는 정말 온밤을 뜬눈으로 지새웠다. 자지 못하는 고통을 더는 견딜 수가 없었다.
  • 그런데 이 의사도 치료할 방법이 없는 듯하다.
  • “하서준씨, 제가 솔직하게 말씀드린다면, 당신의 불면증은 스트레스가 주원인이에요. 이제 안정제도 별다른 약효가 없어지고 있어요. 너무 심각한 수준인데 심리 상담 한 번 받아보는 게 어때요?”
  • “심리 상담이요?”
  • 충혈된 눈으로 의사를 바라보던 하서준의 얼굴이 점점 굳어졌다. 심리 상담에 대한 거부감이 큰 듯했다.
  • 의사도 이를 눈치챘지만 한숨을 쉬고 나서 더 말을 잇지는 않았다.
  • 심리 상담, 아직 많은 이들이 꺼리고 있는 게 사실이다. 자신에게 마음의 병이 존재한다고 인정하기 싫은 이유도 있지만, 또 모르는 이에게 자신의 비밀을 털어놓아야 한다는 것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기에.
  • 결국 의사는 그에게 더 강한 수면제를 처방해주었다.
  • 하서준은 처방받은 약을 받아쥐고 떠나려는데 호텔에서 전화가 왔다.
  • “대표님, 어떡하죠. 전 사모님…… 그 여자 분 도망간 것 같습니다!”
  • “뭐라고? 도망을 가?”
  • “네. 방에서 작은 메모를 하나 발견했는데 이런 글씨가 남겨져 있었습니다.”
  • 비서는 노심초사하며 사진을 찍어 그에게 전송했다.
  • 하서준이 이를 보고 인상을 쓰며 화를 냈다.
  • “이 빌어먹을 여자가 죽으려고! 이거 누구 짓이야! 당장 알아내! 너희는 거기서 뭘 하고 있었던 거야! CCTV도 안 돌려보고 뭐 해! “
  • “저…… 대표님, 저희도 찾아보았는데요. 방안의 모든 CCTV가 꺼진 상태였습니다. 작은 도련님이 돌아간 뒤 다른 사람이 들어온 건 아무도 보지 못했다고 합니다.”
  • “젠장!”
  • 하서준은 머리가 윙윙 울리는 것 같았다. 혈압이 치솟아 온몸이 폭발할 것 같았다.
  • 그러나 이게 최악의 소식이 아니었다. 비서가 입을 열었다.
  • “대표님, 저희가 사모님…… 아니 그 여자분을 원장실에서 잡아가는 동영상을 누가 인터넷에 뿌렸어요…… 인터넷에서 다들 그 남자가 누군지 알아내려고 하고 폭력 가해자인 대표님을 가만히 두지 않겠다는 여론이 조성되고 있습니다.”
  • 사람들이 찾으려고 혈안인 사람은 바로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그룹 대표인 하서준이였다……
  • 하서준은 머리가 너무 지끈거려왔다. 그리고 핸드폰이 그의 손에서 미끄러져 바닥에 떨어졌고 하서준도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 “하서준씨! 하서준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