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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아들 때문에 복장이 터지다

  • 온주주는 아들이 인터넷에 그 동영상을 올려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는 사실을 몰랐다.
  • 그녀는 돌아오자마자 두 아이를 데리고 도망 다니기에 급급했다.
  • 온주주는 다시 그를 따라가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미안한 사람들이 몇몇 마음에 남았지만 그게 돌아가야 하는 이유가 되진 못했다.
  • 만약 돌아간다면 그녀의 두 아이는 더는 그녀의 아이가 아닌 게 될지도 모른다. 하씨 가문 사람들, 그 나쁜 놈이든, 더 나쁜 영감이든, 자신의 핏줄이 세상 한가운데에서 방황하게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다.
  • 그러나 이 두 아이는 온주주의 자식이고 그녀의 목숨과도 같은 존재였다!
  • 그녀는 트렁크에 남은 짐들을 쑤셔 넣고 차에 옮겼다. 그리고 두 아이를 불렀다.
  • “지윤아, 뭐 하고 있어? 오빠는?”
  • “오빠는 서재에 있어요, 엄마. 우리 또 여행 가는 거에요? 이번엔 어디로 가는데요?”
  • 지윤이는 아직 어려서 생각이 단순했다. 엄마가 트렁크를 정리하자 놀고 있던 인형도 손에서 놓고 소파에서 달려와 큰 눈으로 물었다.
  • 온주주는 살짝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 “그래, 이제 빨리 오빠를 불러와. 우리 출발해야 할 시간이야.”
  • “네, 오빠 부르러 갈게요.”
  • 지윤이는 신이 나서 서재로 달려갔다.
  • 온지민은 여태껏 모니터만 들여다보고 있었다. 사람들이 그 나쁜 사람의 신상을 터는 걸 실시간으로 살펴보고 있던 것이었다.
  • 그리고 과연 그의 소원대로 그 사람의 신상이 밝혀졌다. 원장실에서 엄마를 폭행한 사람은 어느 유명한 그룹 대표이며 이름은 하서준이라는 것까지.
  • 하서준?
  • 온지민은 인터넷에 올라온 그의 사진을 확대해 보았다.
  • “어, 오빠! 이 사람 오빠를 엄청 닮았다! 엄마가 이 사람 낳은 거에요?”
  • 온지윤이 때마침 서재에 들어왔고 오빠와 닮은 하서준의 사진을 보았다. 그리고 작은 입술을 막으면서 감탄사를 자아냈다.
  • 온지민도 적잖게 놀란 모습이었다.
  • 이 사람, 정말 그와 많이 닮았다. 눈이며, 코며 판박이였다.
  • 그런데 엄마가 저 사람을 낳을 가능성이 어디 있겠는가? 어린 애도 아니고, 엄마보다도 나이가 많아 보이는데…… 도대체 저 사람 정체가 뭐지?
  • 그리고 하혁이라는 아이와도 닮은 구석이 많았다. 그런데 하서준은 하혁의 아들이었고, 그러면 이들의 관계는?
  • 온지민의 머리에는 의문이 가득했다.
  • “민아, 윤아, 준비 끝났어? 이젠 출발해야지.”
  • 온주주는 준비를 마치고 둘을 기다렸으나 한참이나 나오지 않자 직접 서재를 찾았다.
  • 온지민은 그제야 동생을 데리고 서재를 나섰다.
  • “엄마, 우리 어디로 가는 거에요?”
  • “음…… 우리 카리나 이모 집에서 며칠 있는 게 어때? 이모가 포도밭에 포도가 주렁주렁 달렸다고 포도 먹으러 오라고 그러네.”
  • 온주주는 애써 마음을 추슬러 아이들 앞에서 티 내지 않으려 했다.
  • 아직 단순한 지윤이면 모를까, 눈치 백 단인 온지민은 엄마의 상태를 바로 캐치했다.
  • 하지만 온지민은 별말 없이 자신의 iPad를 챙겨 들고 엄마를 따라나섰다.
  • “엄마, 걱정 하지 마세요. 이 두 날 동안 우린 좋은 일만 있을 거에요.”
  • “응, 당연하지!”
  • 온주주는 운전석에 앉아 긴 한숨을 뱉더니 차에 시동을 걸었다. 그리고 차는
  • 고삐 풀린 말처럼 거침없이 시골로 달려갔다.
  • 그리고 온주주가 미처 모르고 있던 사실이 있다면, 어린이 좌석에 앉아 있던 온지민이 능숙하게 iPad를 켜더니 도시에서 시골로 빠져가는 내내 모든 신호를 차단했다.
  • 아주 잘했어, 온지민!
  • ……
  • 하서준이 정신을 차리고 호텔로 돌아왔을 때 인터넷은 좀 잠잠해진 참이었다.
  • 그러나 온주주를 구하러 룸에 들어온 이가 누구인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그들은 호텔을 샅샅이 뒤졌으나 그가 신호 교란기를 이용한 탓에 CCTV에 좀처럼 흔적이 남지 않았다.
  • 이에 하서준은 또 머리가 지끈지끈 거려왔다!
  • “이 쓸모없는 것들! 이러고도 월급을 따박따박 받는 거야!”
  • “죄송합니다, 대표님. 모두 제 탓입니다. 모두 제가 제대로 감시하지 못한 탓입니다. 부디 노여움을 푸시고 제가 당장 사람을 시켜 찾아오겠습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이 도시를 샅샅이 털어서라도 꼭 찾아오겠습니다.”
  • 임주영은 그가 또다시 화를 내다가 쓰러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온갖 구박을 당하면서도 하서준을 달랬다.
  • 그리고 솔직히 말한다면 이제 와서 급해해도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그의 구역까지 스스럼없이 찾아와 이런 쪽지까지 남겼을 때에는 작정하고 왔다는 뜻이니까.
  • 하서준은 자신의 양미간을 꾹꾹 눌렀다. 또 머리가 폭발할 것 같았다.
  • “하혁은?”
  • “방에서 쉬고 있습니다. 인터넷 문제는 도련님이 힘을 많이 보탰습니다. 불과 몇 초 만에 서버를 다운시켰고 그 후에 저희가 기사와 사진을 처리할 수가 있었습니다.”
  • “……”
  • 정말 쓸모없는 것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