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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염주

  • 한 쌍의 맑은 눈동자는 반짝반짝 빛나며 낯가림이 전혀 없었다. 정말 어린 선녀처럼 똑똑하고 사랑스러웠다.
  • 유원택은 한참 보고 눈길을 돌렸다.
  • 그의 다른 딸 유경요는 이렇지 않았다.
  • 그는 약간 짜증이 났다.
  • “우리 신단이에게 미안하구나. 아버지가 신단이에게 사과하마. 그럼 사과하는 의미로 신단이에게 온천산장을 선물하지.”
  • 유원택은 빙그레 웃으며 유신단을 안아 들었다.
  • “얼른 아버지께 감사드리거라. 온천산장 주변에는 100무도 넘는 땅이 있단다. 아버지께서 너한테 정말 통 큰 선물을 하셨구나.”
  • 유원택은 허씨의 말에 미간을 찌푸렸다.
  • 그는 유신단에게 그 온천산장만 줄 생각이었다.
  • 그러나 허씨의 말을 되받아치지는 않았다.
  • 사실 그는 원래 이 온천산장을 유경요에게 줄 계획이었다. 하지만 말이 이미 나왔으니 유신단에게 주지 않을 수 없었다.
  • [우와, 멍청한 우리 아버지가 정말 부자네.]
  • 유원택은 잠깐 멍한 사이에 문득 몸이 축축하고 뜨끈뜨끈한 느낌이 들었다.
  • 그는 굳어진 표정으로 두 눈을 휘둥그레 뜨고 품속의 유신단을 내려다보았다. 유신단은 이 없는 입을 헤벌리고 그를 쳐다보며 즐겁게 웃고 있었다.
  • “어머나, 오줌을 눴네요. 아가씨가 오줌을 눴어요.”
  • 영설이 급히 다가가 유신단을 받아 안았다.
  • 유원택은 표정을 흐리며 화를 억눌렀다. 막 태어난 갓난아기와 어떻게 따질 수 있겠는가?
  • 허씨는 몰래 웃었다.
  • “서방님, 얼른 가서 옷을 갈아입으셔야죠.”
  • 허씨는 유원택이 떠난 뒤에야 유신단의 엉덩이를 툭툭 두드렸다.
  • “이 장난꾸러기.”
  • [쌤통이야. 이렇게 예쁜 어머니를 사랑하지 않는다니. 정말 쌤통이야. 우리 어머니를 괴롭히다니!]
  • 유원택은 옷을 갈아입고 나와서 잠깐 앉아 있다가 자리를 떴다.
  • 허씨는 미간을 찌푸렸다.
  • “나리께서 어디로 가시는지 따라가 보거라.”
  • 곧 얌전한 영설과 약삭빠른 은하가 유신단을 내려놓고 유원택을 따라갔다.
  • 그리고 얼마 뒤에 돌아와서 말했다.
  • “나리께서는 덕선당으로 가셨어요.”
  • 덕선당은 노부인이 살고 있는 곳이었다.
  • “나리께서는 마나님의 염주를 갖고 가셨어요. 마나님께서 기분이 좋아 나리께 상으로 주셨대요.”
  • 허씨는 마음이 무거웠다. 은하는 그녀의 흐린 표정을 보며 설명했다.
  • “나리께서는 그 염주를 큰 도련님께 주려고 가져갔대요.”
  • 충용후부에는 누구나 꺼리는 곳이 있었다.
  • 허씨는 3남 1녀를 낳았다.
  • 유원택은 원래 날 때부터 똑똑한 장남 유현서를 누구보다 좀 더 아꼈다.
  • 하지만 그 유현서가 아홉 살 때 물에 빠지고 나서 멍청해질 줄이야.
  • 지금 그는 저택에 갇혀 똥오줌도 가리지 못하고 모두가 꺼리는 병신이 되고 말았다.
  • 그때 허씨는 노부인의 손에 있는 염주를 구하러 갔으나 노부인은 이것이 유현서의 팔자라며 주지 않았다.
  • 허씨는 사흘 동안 밤낮 무릎을 꿇고 빌었지만, 결국 구하지 못했다.
  • 노부인의 그 염주는 호국사의 주지 스님에게서 선물 받은 것이었다.
  • 108개의 구슬로 만들어진 이 염주는 매 한 알의 구슬이 모두 아주 귀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 호국사는 왕실의 절이고 예로부터 강성 전체가 성스럽게 여기는 곳이다. 이런 절의 이렇게 귀한 물건을 어찌 충용후부의 신분으로 쉽게 얻을 수 있겠는가?
  • 하지만 그해에 주지 스님이 노부인을 한번 보고 충용후부에 엄청난 행운이 깃들어 있는데 머지않아 기이한 인연으로 후손들에게 복을 줄 귀인을 만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그리고 그 염주를 선물했다.
  • 노부인에게는 그 염주가 세상에 둘도 없는 보물이었다.
  • 하지만 그 염주를 오늘 유원택에게 내주었다.
  • 허씨는 마음이 괴롭기 그지없었다.
  • 밤에 동희가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