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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설마 무슨 비밀이라도 있나?

  • 그러나 그녀는 친정에 사고가 나는 것은 바라지 않았다!
  • 그녀는 똑바로 앉아 귀를 기울였다. 몇 마디 더 듣고 싶었지만, 아기는 더 이상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다.
  • ‘전하께서 주술을 가장 싫어하시는데 허씨 가문을 뒤져서 그런 게 나오면…’
  • 허씨는 곰곰이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 그녀는 동희를 가까이에 불러서 속삭이었다.
  • “내 친정에 가서 금방 몸을 푼 내가 어머니께서 만드신 인삼탕을 먹고 싶어 한다고 말씀드리거라. 그리고 다른 사람의 눈에 띄지 않게 그 물건을 몰래 파서 가져오너라.”
  • 허씨의 두 눈에 단호한 빛이 스쳤다.
  • “아니, 잠깐만.”
  • 허씨는 안간힘을 써서 일어났다.
  • 10월의 날씨에도 그녀는 이미 온몸이 식은땀으로 흠뻑 젖었다.
  • 그녀는 가장 높은 궤에서 불경 한 장을 꺼냈다. 그녀가 직접 그린 이 불경은 원래 시어머니의 생신 축하에 쓸 예정이었다.
  • 허씨는 손가락을 깨물어 피로 그 불경에 뭔가를 한참 적었다.
  • 그리고 글자가 마를 때까지 기다렸다.
  • “나무 밑의 물건을 파내고 이 혈서를 그 자리에 묻어두거라. 절대 누구한테도 단서를 잡히면 안 될 것이다. 그 물건을 꺼내는 대로 곧장 돌아오너라!”
  • 허씨는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동희는 망설일 엄두도 내지 못하고 서둘러 떠났다.
  • 이날 밤, 허씨는 온밤 눈을 붙이지 못했다.
  • 이튿날 아침까지.
  • 유원택은 잔뜩 피곤한 모습으로 급히 돌아왔다.
  • “부인, 모두 내 탓이오. 어제 조정에 중요한 일이 있어서 밤을 패다 보니 제때 돌아오지 못해 부을 섭섭하게 했구려.”
  • 유원택은 집에 돌아오자마자 사과부터 했다. 이런 일이 그에게 어찌 익숙하기만 하겠는가?
  • 허씨는 예전에 그가 이렇게 사과할 때마다 다정하게 위로했다. 어쨌든 나랏일이 중요하니까.
  • 그러나 이제는…
  • 그녀는 유원택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올해 서른넷이지만, 여전히 멋진 몸매를 유지하고 있는 그는 예전보다 한결 우아하고 기품이 넘쳐 보였다.
  • 죄책감에 젖은 그의 눈빛과 표정은 그녀를 통째로 집어삼킬 것만 같았다.
  • [우리 이 쓰레기 아버지는 정말 그럴듯하게 생겼네요. 어쩐지 10년 넘게 우리 어머니를 달랠 수 있더라니.]
  • 유신단은 저도 모르게 투덜거렸다.
  • “이게 우리 딸인가? 어디 안아 보자. 이게 우리 집의 유일한…”
  • 유원택은 문득 말을 멈추었다.
  • 허씨는 눈동자에 차가운 빛이 스쳤다.
  • ‘유일한 딸이라고?’
  • “그렇습니다. 우리 유씨 가문의 유일한 딸입니다.”
  • 허씨는 눈썹을 살짝 찡그리며 말했다.
  • “이 눈매는 부인을 닮고 입은 나를 닮았구려.”
  • 유원택은 눈동자에 불쾌한 빛이 스쳤다.
  • 그러나 이 아기는 정말 예쁘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었다.
  • “서방님은 세 아들은 한 번도 안아 주지 않으시더니 이 딸은 기꺼이 안으시네요.”
  • 허씨는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 “아들은 버릇없이 키우면 안 되지만, 딸은 다르잖소?”
  • 유원택은 관직에 올라서 10여 년 사이에 동료들이 모두 배가 불룩 나온 뚱뚱보로 되었으나 그만은 여전히 마른 몸매에 약간의 우아함과 고귀한 사람의 위엄을 갖추고 있었다.
  • 강성에서 그를 좋아하는 여인은 많고도 많다.
  • 그러나 그의 결백은 강성 전체에 소문이 났고 그 결백을 칭찬하지 않는 사람이 없다.
  • [예쁜 어머니, 아버지는 또 어머니를 속였어요. 아버지는 오라버니들한테…]
  • 유신단은 또 중얼거렸지만, 허씨는 한마디도 알아듣지 못했다.
  • 허씨는 순간적으로 세 아들이 걱정스러웠다.
  • ‘이 사람이 아들들에게 뭐 하려는 거야?’
  • 허씨는 저도 모르게 긴장했다.
  • 그녀는 갑자기 머리가 맑아졌다.
  • ‘이 사람이 나를 배신한 데는 설마 무슨 비밀이라도 있나?’
  • 평소에 꼼꼼하기 그지없는 유원택도 그녀의 이상한 점을 눈치채지 못했다. 이미 이렇게 오랜 세월 그녀를 속여온 그는 인제 따로 핑계를 생각할 필요가 없었다.
  • 그가 입에서 나오는 대로 대충 지껄여도 그녀가 다 믿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