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화 이 사람이 도대체 나를 진심으로 대해 준 적이 있나?
- 동희는 겁에 질려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떨리는 손으로 문을 열었다.
- “마님…”
- 동희는 방에 들어서자마자 바닥에 털썩 무릎을 꿇었다.
- 그녀는 입을 열 엄두도 못 내고 그냥 부들부들 떨며 품속에서 하얀 천으로 싼 목각 인형 하나를 꺼냈다.
- [어마나, 이건 큰 외숙을 죽이는 주술이 아니에요?]
- 유신단은 계속 옹알거리며 잠을 자려고 하지 않았다.
- 허씨는 손이 떨려 하마터면 목각 인형을 바닥에 떨어뜨릴 뻔했다.
- “문밖에 사람이 지키고 있으니 걱정하지 마세요.”
- 동희가 두려움을 억누르며 말했다.
- 그녀는 이 물건을 찾아내는 순간 너무 놀라 두 다리가 나른해졌다.
- 이 물건이 들키면 허씨 가문은 끝장날 테니까.
- 나라의 중임을 맡고 있는 허씨 가문에서 어떠한 단서라도 나오면 전하의 의심을 피할 수 없다.
- 조정에서 태부직에 있던 허씨의 아버지도 전하의 의심을 사게 되자 곧장 벼슬을 버리고 집으로 돌아와 노후를 보내고 있다.
- 이렇게 어렵사리 전하의 경계심을 풀었는데 만약 다시 이런 물건이 나타난다면 아마도 피로 허씨 가문의 결백을 증명해야 할 것이다!
- 허씨의 큰 오라버니가 지금 정3품에 오른 데다가 아버지 대의 덕이 있어서 조정의 많은 사람이 허씨 가문을 존중하고 있다.
- 이것도 유원택이 그녀를 아내로 맞아들인 이유였다!
- 허씨는 목각 인형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이 목각 인형은 피에 담갔다가 꺼낸 것처럼 오싹한 기운이 느껴지고 그 위에 칼로 흉하게 몇 줄 더 그어 보기만 해도 몸서리칠 지경이었다.
- 목각 인형의 뒷면에는 전하의 사주가 새겨져 있었다.
- “이 글씨는…”
- 허씨는 피가 날 정도로 입술을 깨물었다.
- “이건 큰 나리의 글씨예요.”
- 허씨 가문에서 자란 동희는 당연히 허씨 큰 오라버니의 필체를 알고 있었다.
- 허씨는 눈물을 주르르 흘렸다.
- “아니, 이건 내 글씨야!”
- 허씨는 온몸에 소름이 가득 돋았다. 무섭고 당황하고 더군다나…
- 다행이었다.
- 그녀는 허씨 가문의 막내딸이었다. 큰 오라버니가 그녀를 키우며 글씨도 가르쳐 주었다.
- 충용후부에 시집온 뒤 유원택은 그녀의 아름다운 글씨를 칭찬하며 그녀에게서 글씨를 배웠다!
- 그러나 그녀는?
- 유원택이 처가를 싫어하는 바람에 그녀도 친정과 연락하지 않고 관계를 끊었다!
- 멍해진 그녀는 한참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 큰 오라버니가 그녀에게 글씨를 가르쳤고 그녀는… 유원택에게 가르쳤다!
- “마님, 글씨를 흉내 낼 줄 아는 사람은 많아요. 어쩌면 오해일지도 몰라요.”
- 동희는 목이 메어 억지로 말했다.
- 허씨는 아직 증거가 없었다. 단지 유신단에게서 마음의 소리를 듣고 짐작만 할 뿐이었다.
- 그녀는 눈시울을 붉히며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 “아무도 모르게 화로를 가져오너라.”
- 그녀는 가슴이 세차게 뛰었다.
- ‘정말 그 사람일까? 내가 모든 것을 버리고 결혼한 사람이 왜 나를 해치려는 거지? 왜! 왜! 그때 분명히 유원택이 직접 찾아와 나한테 청혼했거늘!’
- 허씨는 화가 나서 두 눈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 그녀가 충용후부에 들어오는 날부터 유원택은 그녀를 서재로 불러 글씨를 가르쳐 달라고 했다.
- ‘이 사람이 도대체 나를 진심으로 대해 준 적이 있기나 한 거냐?’
- 그녀는 그때 늘 가슴이 따뜻했는데 지금은 온몸이 싸늘해졌다.
- 그는 허씨 가문으로 가면 압박감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그녀는 그의 이 말 한마디 때문에 이미 18년 동안이나 친정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 친정과 연락도 하지 않았다.
- 친정에서 보내온 각종 명절 선물도 열어 본 적이 없었다!
- 심지어 임신 중에 입덧을 하면서도 어머니가 보내 준 시큼한 매실조차 먹을 엄두를 내지 못했다!
- 허씨는 촘촘한 그물에 갇힌 듯이 가슴이 답답하고 숨이 막혔다.
- 마치 살얼음판을 걷는 것처럼 한 걸음만 잘못 내디뎌도 열 길 물속에 빠질까 봐 두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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