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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들이 내 마음의 소리를 읽는다

가족들이 내 마음의 소리를 읽는다

금사빠

Last update: 2025-04-07

제1화 내가 바로 그 요절한 아기네

  • 유신단이 죽었다.
  • 세상을 구하고 백성을 구하기 위해 수진계의 시조로서 자기 신혼을 바쳤다.
  • 다시 눈을 떴을 때 그녀는 온몸이 따뜻한 물에 잠겨 있는 느낌이 들었다.
  • 앞에는 또 희미한 빛이 있었다.
  • 귓가에 누군가의 목소리가 은은하게 들려왔다.
  • “들숨을 쉬세요… 날숨을 쉬세요…”
  • “마님, 힘내세요. 곧 아기의 머리가 보일 것 같아요.”
  • 유신단은 미처 반응할 겨를도 없이 따뜻한 물과 함께 미끄러져 나가며 갑작스러운 하얀 빛에 눈이 부시어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
  • 그녀는 입술을 실룩거리다가 문득 자기 목이 졸렸음을 알아차렸다.
  • 너무 불편하고 무서웠다.
  • “마님, 딸이에요. 그러나…”
  • 산파는 머뭇거리며 말을 더듬었다.
  • 그리고 한숨을 내쉬었다.
  • “아기는 숨이 없어요. 죽은 아기예요!”
  • 산파는 부들부들 떨며 바닥에 무릎을 꿇고 유신단의 입과 코를 필사적으로 막았다.
  • “아마도 몸을 푸는 시간이 너무 길어서 아기가 질식한 것 같아요.”
  • 어멈도 산파의 뒤에서 무릎을 꿇고 눈물을 글썽이었다.
  • 침대 위의 부인은 얼굴이 창백했다. 이 순간 그녀는 슬프고 당황해서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 “죽은 아기라니? 믿을 수 없네! 얼른 안고 와서 나한테 보여 주게!”
  • 옆에 있는 큰 계집종이 눈시울을 붉혔다.
  • “마님, 보지 마세요. 보면 평생 잊지 못하고 슬픔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실 거예요.”
  • “서방님에게 송구하구나. 충용후부에 송구하구나… 마나님께서는 매일 불전에서 아기가 무사하기만을 비셨거늘.”
  • 그녀는 이미 아들 셋을 낳았고 딸은 이 아기 하나뿐이었다.
  • 허씨는 가슴이 아파서 눈물만 하염없이 흘렸다.
  • 유신단은 숨이 막혀 얼굴을 붉혔다.
  • ‘서방님? 충용후부? 그럼 유원택?! 이건 내가 한가할 때 읽던 백화소설 속의 캐릭터잖아?’
  • 소설 속에서 충용후 유씨 가문의 부인 허씨가 3남 1녀를 낳았는데 딸은 어릴 때 죽었다.
  • 허씨는 자기 결혼이 행복하고 고부 사이가 화목한 줄로 알았지만, 사실 이것은 처음부터 끝까지 놀라운 사기극이었다!
  • 그녀는 평생 속으며 살았다!
  • 유원택은 어릴 때부터 외사촌 여동생과 서로 사랑했으나 외사촌 여동생의 가문이 지체가 낮아 그의 벼슬길에 도움을 줄 수 없었다.
  • 그래서 외사촌 여동생을 아내로 맞아들이지 못하고 그냥 밖에 두었다.
  • 그리고 지체 높은 가문의 정실 딸 허씨와 떠들썩하게 결혼해 3남 1녀를 낳았다.
  • 그러나 결혼한 뒤 온 가족이 그녀를 정신적으로 통제하고 유원택은 처가의 세력을 이용해 출세하면서도 그녀를 친정과 관계를 끊게 했다.
  • 딸은 태어나자마자 익사 당했고 유원택은 외간 여인의 딸을 데려다가 그녀가 키우게 했다.
  • 허씨는 온갖 정성을 다해 수양딸을 키웠다. 그런데 그 수양딸이 오히려 그녀가 친정의 역모에 참여했다며 그녀에게 역모죄를 뒤집어씌울 줄이야. 결국 허씨 가문은 일가족 100여 명이 참수당하고 말았다!
  • 하지만 충용후 일가족은 신고한 공으로 무사했다.
  • 나중에 유원택은 외사촌 여동생과 재혼했고 사생아들도 정실의 아들딸로 족보에 올렸다.
  • 수양딸은 그녀의 모든 재산을 물려받고 남자 주인공에게 시집가 서로 사랑하며 화목하게 살았다.
  • 유신단은 문득 깨닫고 깜짝 놀랐다.
  • ‘아, 내가 바로 그 요절한 아기네. 그런데 태어나자마자 죽어야 한다니!’
  • “마님, 죽은 아기는 선산에 묻을 수 없어요. 쇤네가 안고 가서 처리할게요. 마님께서 직접 처리하시려면 너무 슬프실 테니까요.”
  • 어멈이 고개를 숙이고 천천히 문 쪽으로 향했다.
  • 유신단은 몸부림치고 싶었지만, 온몸이 커다란 두 손에 꽉 잡혀 약간 검푸른색으로 변하며 전혀 움직일 수 없었다.
  • 숨결은 점점 약해지고 뺨도 파랗게 질렸다.
  • [죽은 아기? 너야말로 죽은 아기야… 네 온 가족이 죽은 아기야! 난 아직 숨을 쉬고 있어… 어머니…]
  • 허씨는 가냘픈 아기 목소리에 눈을 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