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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내 아빠가 아니라 우리 아빠야!

  • 당승권이 손으로 가리킨 사람은 고시목의 또 다른 경호원 고영민이었다.
  • 고영민은 성공적으로 당승권의 머리카락을 뽑았는데 서둘러 등 뒤로 손을 감추었다.
  • ‘뽑았어! 이걸로 친자확인 검사를 하면 돼. 이로써 내 임무는 성공적으로 완수했어! 어르신께서 뒷 목 잡고 병원에 입원하는 일은 없을 거야. 앗싸!’
  • 당석예는 두 아이를 감싸안으며 미간을 찌푸리고 고시목에게 물었다.
  • “지금 뭐 하자는 거예요?”
  • 당석예는 당승민과 당승권의 머리카락을 잡아당기려고 했던 사람들 모두 고시목의 수하라는 사실을 금방 알아차렸다.
  • 그래서 그녀는 머리를 잡아당겼던 고성우나 고영민이 아닌 고시목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 고시목은 바지에 손을 집어넣은 자세 그대로 당석예를 바라보며 당당하게 말했다.
  • “당신이 내 씨를 훔쳐 아이를 낳은 게 아닌가 싶어서 말이야. 그래서 아이들 머리카락이 좀 필요해. 친자확인 검사를 해야 하거든.”
  • 당석예의 미간은 더욱 깊게 찌푸려졌다. 그녀는 심장이 빨리 뛰고 어쩐지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 그녀가 보기에도 앞에 선 이 남자와 큰아들 당승권은 너무나 비슷하게 생겼다.
  • ‘판에 박은 듯 똑같게 생겼어! 설마... 정말 내 아들의 아빠인 거야?’
  • 당석예는 얼른 고개를 저었다.
  • ‘아니, 아니야! 그럴 리가 없어! 세상에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가 있겠어? 내 아들은 다른 누구의 아들도 아니야. 오로지 내 아들이야! 임신하고부터 아이들을 지켜온 사람은 나야. 내가 열 달 품어 배 아프게 낳은 내 아이들이야. 핏덩이 같은 아이들 곁을 계속 지키며 지금껏 키워온 사람도 나야! 그러니 내 아이들이야! 누구도 나랑 빼앗을 수는 없어!’
  • 당석예는 이내 마음을 진정시키고 차가운 눈빛으로 고시목을 바라보며 말했다.
  • “머리가 어떻게 되신 거 아니에요? 저는 남편 있어요. 사이도 아주 좋고요. 그러니까 이상한 얘기는 그만하시겠어요? 제 남편이 알면 정말 불쾌해할 것 같네요.”
  • “그래?”
  • 고시목은 입꼬리를 올리고 씩 웃으며 말을 이었다.
  • “당석예 씨, 설마 내가 여기 오기 전에 아무것도 알아보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그냥 허투루 왔다고 생각해? 그런 말도 안 되는 거짓말을 하면 내가 믿을 것 같아?”
  • 고시목은 당석예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고개를 숙여 두 아이를 바라보며 물었다.
  • “얘들아, 너희 아빠는? 지금 어디 계셔?”
  • 당승권과 당승민은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 당승권이 먼저 입을 열었다.
  • “엄마가 그러는데 아빠는 영웅이셔서 힘든 사람들 구해주러 밖에 나가셨다고 했어요!”
  • “...”
  • 그 말을 들은 당승민이 당승권에게 물었다.
  • “형, 형은 그 말 믿어?”
  • “아니, 안 믿어. 나는 엄마랑 아빠가 이혼했다고 생각해.”
  • 당승민이 말했다.
  • “나는 그것도 아닌 것 같아. 내가 보기엔 엄마가 아빠를 때려서 아빠가 도망친 것 같아.”
  • 그러자 당승권은 작은 손을 입에 가져다 대며 조용히 하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 “쉿! 사람이 이렇게 많은데 엄마가 폭력적이다는 사실을 말하면 어떡해! 엄마 가끔은 아주 부드러우시잖아!”
  • “...”
  • 당석예는 머리가 지끈거렸다.
  • ‘싸우지 않을 때는 항상 부드럽거든?’
  • 당석예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말했다.
  • “당승권, 당승민. 너희들 조용히 못 해?”
  • 당승민은 고개를 들어 글썽이는 눈빛으로 당석예를 바라보며 말했다.
  • “엄마, 얼굴 생김새는 가난처럼 숨길 수 없는 거예요! 형 얼굴을 보세요! 저 아저씨랑 똑같게 생겼잖아요! 그래서 제 생각에도 저 아저씨는 형의 아빠가 맞는 것 같아요!”
  • 그러자 당승권이 말했다.
  • “바보야! 너랑 나는 쌍둥이야! 그러니까 내 아빠면 네 아빠이기도 한 거야! 알겠어? 그러니까 저 사람은 내 아빠가 아니라 우리 아빠야!”
  • 당석예는 그만 할 말을 잃었다.
  • “...”
  • ‘아니, 처음 보는 사람을 이렇게 쉽게 아빠라고 인정하면 어쩌자는 거야... 세상에 닮은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그것 좀 닮았다고 아빠라고 한다고? 말도 안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