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뽑았어! 이걸로 친자확인 검사를 하면 돼. 이로써 내 임무는 성공적으로 완수했어! 어르신께서 뒷 목 잡고 병원에 입원하는 일은 없을 거야. 앗싸!’
당석예는 두 아이를 감싸안으며 미간을 찌푸리고 고시목에게 물었다.
“지금 뭐 하자는 거예요?”
당석예는 당승민과 당승권의 머리카락을 잡아당기려고 했던 사람들 모두 고시목의 수하라는 사실을 금방 알아차렸다.
그래서 그녀는 머리를 잡아당겼던 고성우나 고영민이 아닌 고시목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고시목은 바지에 손을 집어넣은 자세 그대로 당석예를 바라보며 당당하게 말했다.
“당신이 내 씨를 훔쳐 아이를 낳은 게 아닌가 싶어서 말이야. 그래서 아이들 머리카락이 좀 필요해. 친자확인 검사를 해야 하거든.”
당석예의 미간은 더욱 깊게 찌푸려졌다. 그녀는 심장이 빨리 뛰고 어쩐지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그녀가 보기에도 앞에 선 이 남자와 큰아들 당승권은 너무나 비슷하게 생겼다.
‘판에 박은 듯 똑같게 생겼어! 설마... 정말 내 아들의 아빠인 거야?’
당석예는 얼른 고개를 저었다.
‘아니, 아니야! 그럴 리가 없어! 세상에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가 있겠어? 내 아들은 다른 누구의 아들도 아니야. 오로지 내 아들이야! 임신하고부터 아이들을 지켜온 사람은 나야. 내가 열 달 품어 배 아프게 낳은 내 아이들이야. 핏덩이 같은 아이들 곁을 계속 지키며 지금껏 키워온 사람도 나야! 그러니 내 아이들이야! 누구도 나랑 빼앗을 수는 없어!’
당석예는 이내 마음을 진정시키고 차가운 눈빛으로 고시목을 바라보며 말했다.
“머리가 어떻게 되신 거 아니에요? 저는 남편 있어요. 사이도 아주 좋고요. 그러니까 이상한 얘기는 그만하시겠어요? 제 남편이 알면 정말 불쾌해할 것 같네요.”
“그래?”
고시목은 입꼬리를 올리고 씩 웃으며 말을 이었다.
“당석예 씨, 설마 내가 여기 오기 전에 아무것도 알아보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그냥 허투루 왔다고 생각해? 그런 말도 안 되는 거짓말을 하면 내가 믿을 것 같아?”
고시목은 당석예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고개를 숙여 두 아이를 바라보며 물었다.
“얘들아, 너희 아빠는? 지금 어디 계셔?”
당승권과 당승민은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당승권이 먼저 입을 열었다.
“엄마가 그러는데 아빠는 영웅이셔서 힘든 사람들 구해주러 밖에 나가셨다고 했어요!”
“...”
그 말을 들은 당승민이 당승권에게 물었다.
“형, 형은 그 말 믿어?”
“아니, 안 믿어. 나는 엄마랑 아빠가 이혼했다고 생각해.”
당승민이 말했다.
“나는 그것도 아닌 것 같아. 내가 보기엔 엄마가 아빠를 때려서 아빠가 도망친 것 같아.”
그러자 당승권은 작은 손을 입에 가져다 대며 조용히 하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쉿! 사람이 이렇게 많은데 엄마가 폭력적이다는 사실을 말하면 어떡해! 엄마 가끔은 아주 부드러우시잖아!”
“...”
당석예는 머리가 지끈거렸다.
‘싸우지 않을 때는 항상 부드럽거든?’
당석예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말했다.
“당승권, 당승민. 너희들 조용히 못 해?”
당승민은 고개를 들어 글썽이는 눈빛으로 당석예를 바라보며 말했다.
“엄마, 얼굴 생김새는 가난처럼 숨길 수 없는 거예요! 형 얼굴을 보세요! 저 아저씨랑 똑같게 생겼잖아요! 그래서 제 생각에도 저 아저씨는 형의 아빠가 맞는 것 같아요!”
그러자 당승권이 말했다.
“바보야! 너랑 나는 쌍둥이야! 그러니까 내 아빠면 네 아빠이기도 한 거야! 알겠어? 그러니까 저 사람은 내 아빠가 아니라 우리 아빠야!”
당석예는 그만 할 말을 잃었다.
“...”
‘아니, 처음 보는 사람을 이렇게 쉽게 아빠라고 인정하면 어쩌자는 거야... 세상에 닮은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그것 좀 닮았다고 아빠라고 한다고? 말도 안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