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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또 다른 진상 손님

  • 저녁에 나와 여름 그리고 주희는 밤새도록 여기저기 뛰어다녔지만 팁을 얼마 받지 못했고 인센티브는 더욱 말할 것도 없었다. 왜냐하면 우리가 상대한 손님들은 대부분 칵테일 한 잔을 시키고 밤새도록 앉아 있는 사람들이었고 당연히 돈이 되지 않았다.
  • 우리가 희진을 찾으러 가려고 할 때 마침 아정이 다가오더니 희진 대신 말을 전했다.
  • “501호 룸에 귀한 손님들 오셨으니까 너희 셋이 가서 과일과 좋은 양주 몇 병 올려 가.”
  • 그 말에 우리는 눈빛을 주고받았고 모두 이상한 낌새를 차렸다. 귀한 손님인데 아정이 우리한테 넘겨주다니 이상할 노릇이었다.
  • “왜? 못 가겠어? 못 가겠으면 가지 마. 역시 그러면 그렇지. 심원 언니를 떠나면 너희들은 그냥 쓸모없는 등신이야. 흥!”
  • 아정은 우리를 비웃고는 곧바로 자리를 떴다.
  • 하지만 욱하는 성격을 가진 여름은 또 그 말에 참지 못하고 아정 쪽으로 달려가려는 걸 나와 주희가 막으며 말했다.
  • “뭐 하러 저런 수준 낮은 애 때문에 화를 내? 501호 룸에 손님이 있다잖아. 우리는 술만 나르면 되는데 뭐가 무서워? 가자, 함께 가면 되지.”
  • 대부분 바에는 암묵적인 룰 하나가 있는데 층수가 높을수록 더욱 귀한 손님이 든다는것이었다. 때문에 우리는 카운터에서 비교적 비싼 양주를 들고 룸으로 향했다.
  • 하지만 룸에 들어가는 순간 매캐한 담배연기 외에도 이상한 냄새가 나는 걸 알 수 있었다. 이 바닥에 1년 넘게 있은 나로서는 그게 무슨 냄새인지 바로 알 수 있었고 점점 더 불안해졌다.
  • 소파 위에는 6명의 손님이 앉아 있었고 가운데 앉은 마흔 좌우되어 보이는 마른 체형의 남성은 특히 음흉한 눈빛을 하고 있었다. 웃을 때마다 금니 몇 개가 번쩍거렸다.
  • 우리 셋이 들어오는 걸 보자 그들의 눈은 순간 반짝 빛이 났고 두말 없이 바로 두터운 현금을 테이블 위에 툭 던지더니 테이블 위에 놓인 물건을 가리키며 말했다.
  • “새로 온 애들이지? 어서 와. 오빠들 대신 물건 좀 테스트해봐.”
  • 나는 흠칫해서 당장이라도 밖으로 나가고 싶은 심정을 꾹꾹 누르고는 술을 하나둘 테이블 위에 놓은 뒤 빈 술잔을 채우며 활짝 웃었다.
  • “오빠, 우리는 이런 거 안 해요.”
  • 그 말에 마른 남자는 눈살을 찌푸리며 불만 섞인 말투로 말했다.
  • “아정은 대체 일을 어떻게 한 거야? 잘 노는 애들 보내준다더니 놀 줄도 모르면서 왜 왔어?”
  • 주희는 나보다 더욱 겁이 많기에 내가 입을 열기도 전에 먼저 놀라서 우는 목소리로 말했다.
  • “우리는 술만 따르지 약은 빨지 않아요.”
  • 사실 이번 사태는 수습하기 별로 어렵지 않았다. 손님들 모두 험악한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호식보다는 대처하기 훨씬 쉬운 인물들이었는데 주희의 한마디에 모두 낯빛이 어두워지더니 곧바로 주희의 뺨을 날렸다.
  • 그 충격에 주희는 몸이 기울면서 유리 테이블에 머리를 부딪혔고 이마에 피가 흐르기 시작했다. 그 순간 룸 안의 누군가 음악을 정지했고 주위는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 “오빠, 저희가 잘못했어요. 그러니 화 푸세요. 흥을 깨면 안 되니까 바로 함께 놀아드릴 수 있는 애들 불러올게요.”
  • 요즘 무슨 마가 씌었는지 매번 상대하기 어려운 진상 손님만 만나는 것 같다.
  • “염병할. 지금 나하고 장난쳐? 즐길 줄 모르면 왜 여기 왔어? 당장 마담 불러와.”
  • 희진은 소식을 듣고 곧바로 달려왔고 아정도 그 뒤를 따라 룸에 들어왔다. 그녀는 우리를 하찮은 물건 보듯 흘깃거리고는 무릎을 꿇고 술을 따르며 말했다.
  • “해진 오빠, 이번 일은 제가 잘못했어요. 벌로 제가 세 잔 원샷 할 테니까 만약 그래도 화가 풀리지 않는다면 이 한 병 제가 모두 원샷 할게요!”
  • 아정이 좋은 사람인 척 마른 남자의 비위를 맞추었고 그 덕분에 그 사람은 곧바로 싱글벙글 웃기 바빴다.
  • 그러다가 우리가 아직도 서있는 것을 보자 아정은 눈알을 굴리더니 의느님 손길을 두번이나 거친 가슴을 마른 남자한테 갖다 대면서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 “해진 오빠, 화 풀어요. 저 세 사람 모두 여기 룰을 잘 몰라서 그래요. 제가 대신 사과할게요. 이따가 오빠 기분 풀어질 때까지 제가 끝내주게 모실게요.”
  • 그 말에 깡마른 남자는 아정의 엉덩이를 주무르며 우리를 힐끗 보더니 눈길을 거두었다. 마치 더 이상 우리한테 따지기도 귀찮다는 듯 말이다.
  • 방금 들어온 아가씨들은 모두 희진네 팀 애들인데 모두 약쟁이들이라 암묵적인 오락 방식 하나가 있었다. 원하는 아가씨들이 자원적으로 손님들과 함께 약을 하고는 기분이 좋으면 룸 안에서 뭘 하든 상관없었다.
  • 이때 희진은 언짢은 듯 우리를 보더니 귀찮은 듯 손을 휘휘 저으며 말했다.
  • “안 꺼지고 뭐해?”
  • 보아하니 우리가 일부러 훼방으로 놓으려고 룸에 들어왔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