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 안의 어두운 불빛이 남자의 얼굴에 드리워 잘 생긴 얼굴을 부각시켜주었고 술을 마신 뒤의 입술은 피 묻은 듯 빨간빛을 띠었다. 나는 그의 얼굴을 보면서 가슴이 떨려왔고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MIX라면 저도 알아요. 가장 큰 업소라고 알고 있는데 그 곳은 부자들 아니면 권력 있는 사람들만 드나드는 곳이잖아요. 도련님 설마 농담하시는 건 아니죠?”
나는 내 주제를 알고 있었고 에이스에서 그나마 버틸 정도는 되지만 정말로 큰 물에서 놀 주제는 아니라는 자각도 있었다. 그곳은 내가 가고 싶다고 갈 수 있는 곳이 아니고 게다가 이런 밤낮이 바뀐 생활에서 벗어나 평범한 사람들의 생활을 살고 싶었다.
이때 서진 도련님은 콧방귀를 뀌더니 말했다.
“가고 싶으면 가는 거지. MIX가 뭐라고. 나 너 하나쯤 자리 마련해 줄 능력 있어.”
“하지만...”
말을 얼버무리던 나는 남자의 차가운 눈빛을 확인한 뒤 더 이상 시간을 끌지 않고 다급히 말했다.
“가고 싶지 않아요.”
“왜?”
“꼭 그래야만 하는 게 아니라면 앞으로는 그런 곳에서 일하고 싶지 않아요.”
나는 고개를 숙이고 긴장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전에 거두어달라고 부탁할 때 분명 뭐든 하겠다고 했지만 처음으로 물어보는 일을 이렇게 단칼에 거절하니 나도 죄책감이 드는 건 사실이어서 고개를 들고 쳐다보지도 못했다.
하지만 그는 내 난처한 모습을 눈치채지 못한 듯 담담하게 말했다.
“만약 꼭 그래야만 한다면?”
나는 고개를 들어 멍하니 남자를 바라봤는데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서진 도련님은 내 모습이 웃긴지 잠깐 동안 웃더니 미간에 드리웠던 암울함도 조금 사라진듯했다.
“전에 내가 말했지? 남고 싶으면 일을 해야 한다고. MIX로 출근하는 게 그 첫 번째야.”
“거기에서 뭘 해야 하는데요?”
상대방이 이렇게까지 말하는데 나는 더 이상 거절할 수 없었다. 게다가 눈앞의 사람을 위해 일하는 게 호식한테 붙잡히는 것보다는 나았다.
“네가 잘하는 거 하면 돼. 술 따르고 대화도 하고.”
남자는 낮은 목소리로 말하며 긴 손가락으로 이마를 짚었다. 보아하니 많이 힘든 것 같아 보였다.
나는 곧바로 눈치채고는 몸을 일으켜 남자의 뒤쪽으로 가 손을 뻗어 능동적으로 상대방의 머리를 눌러주었다.
그 동작에 남자의 몸이 잠시 굳었다. 보아하니 다른 사람의 터치가 익숙하지 않은 모양이었지만 곧바로 다시 회복하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내 행동을 묵인했다.
나는 어머니가 병상에 오래 누워 계신 터라 시원하게 마사지하는 법을 어릴 적부터 익혔다. 하지만 서진 도련님처럼 집안도 출신도 좋은 사람이 이렇게 고독한 생활을 하고 보살펴 주는 사람이 곁에 없다는 게 이상할 따름이었다. 나는 그저 나의 이런 행동이 상대방의 믿음을 얻었으면 좋겠다는 생각 뿐이었다. 아주 조금이라도 괜찮았다. 왜냐하면 앞으로 오랜 시간 동안 계속 이 사람을 의지해야 할 것 같으니까.
“술만 따르면 되나요? 아시다시피, 저... 접대는 안 해요.”
나는 입술을 깨물며 서진 도련님한테 강조하듯 말했다. MIX에 어떤 규칙이 있는지는 모르지만 접대를 하지 않는 게 내 한계였다.
서진 도련님은 나지막하게 웃더니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
“설마, MIX의 고객이 아무나 다 좋다고 할 것 같아?”
나는 그의 말에 조금 안심이 되었다. 접대만 피할 수 있다면 다른 건 상관 없었다.
이때 그는 갑자기 손을 뻗어 나를 앞으로 끌어당기더니 내 턱을 잡으며 위험한 경고의 말투로 말했다.
“MIX는 에이스 같은 곳과는 차원이 달라. 그곳에서는 사고 치지 말고 말 잘 들어야 할 거야.”
내 턱을 잡은 남자의 손아귀 힘에 나는 눈물이 글썽해서 그를 쳐다봤다.
“알겠어요.”
남자는 내 태도가 마음에 들었는지 고개를 끄덕이더니 손의 힘을 풀었고 곧바로 나를 당겨 품 안에 안더니 이마에 입을 맞추고는 위로하듯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