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4화 주제를 알자
- 서진 도련님은 턱을 내 귓등에 비볐다. 몸이 후끈 달아오르는 느낌이 들었다. 그는 고개를 숙여 거칠거칠한 수염을 내 볼에 갖다 댔다. 난 저도 모르게 얼굴이 붉어졌다. 지금 대놓고 색계로 날 유혹하겠다는 게 아닌가? 난 어쩔 수 없이 그릇들을 싱크대에 넣고 손을 씻었다.
- 몸을 돌리자 너무 가까이 있은 탓에 난 두 손으로 그의 가슴을 밀어 안전거리를 확보할 수밖에 없었다. 서진 도련님과 알고 지낸지는 오래되었지만 아직도 갑작스러운 스킨십에는 속수무책으로 무너졌다.
- 주위가 워낙 조용해 서로의 심장박동이 적나라하게 느껴졌다. 서진 도련님의 심장은 천천히 하지만 힘차게 뛰고 있었다. 마치 그처럼 안정감을 주는 템포였다. 워낙 큰 체구에 난 그의 품에서 벗어날 수도 없고 왠지 압박감이 느껴졌다. 난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 그는 깊은 눈동자로 날 내려다보고 있었다. 담담하면서도 뜨거운, 모순적인 두 눈빛이 서로 마주쳤다. 이런 느낌이 날 설레게 하고 날 빠져들게 한다는 걸 난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