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진 도련님이 직접 나를 데리고 MIX에 출근 도장을 찍으러 가니 나는 몸 둘 바를 몰랐다. 역시나 서진 도련님과 함께 맨 위층으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로 향하는 복도를 지날 때 사람들은 모두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나를 보다가 서진 도련님을 볼 때면 공손하게 인사를 했다.
나는 조금 의아했지만 서진 도련님이 나를 데리고 사무실로 들어간 뒤에야 그가 MIX의 진정한 대표라는 걸 알았다. 사무실까지 오는 길에 나는 MIX의 내부를 대략적으로 훑어보았고 역시나 에이스와는 차원이 다르다는 걸 느꼈다. 에이스는 화려함의 극치를 뽐내듯 최대한 화려한 인테리어로 되어 있어 잘나가는 부자가 오픈한 업소라는 걸 보여주기라도 하는 듯했지만 MIX는 달랐다.
MIX는 점잖고 깔끔했으나 자세히 보면 매 하나의 배치마다 신경을 썼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게다가 가구들도 모두 좋은 재료로 만들었다는 걸 한눈에 알아 볼 수 있었고 역시나 아무나 들어올 수 있는 그런 곳과는 고객층부터 다른 곳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서진 도련님은 홍보팀 일을 도맡아 하는 리아라는 사람더러 나한테 일을 안배하게 했다. 리아는 27살 정도 돼 보였고 정교하고 예쁘장한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심원 언니의 따뜻함과 희진의 냉정함과는 다른 여장부의 기개를 내뿜고 있어 그녀 밑에서 많은 걸 배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리아는 나한테 MIX에서 주의해야 할 점에 대해 알려주었다. 예를 들면 동료들 사이에 잘 지내야 하고 고객님한테 공손해야 하며 이곳 고객님들이 아무리 돈 많고 권력 있는 사람들이라지만 너무 비굴하게 굴어 MIX 간판에 먹칠하는 행동은 하지 말라는 등이었다.
이곳이 에이스와는 정말로 차원이 다르다고 생각하게 한 또다른 한 가지는 에이스에서 우리의 주요 수입은 팁과 술을 판 인센티브 위주인데 MIX는 술을 판매할 필요도 없이 룸 가격만 해도 몇백만 원이고 자연적으로 술을 포함한 기타 소비도 따른다는 것이었다.
리아는 MIX의 규칙에 대해 하나 둘 설명하고는 오늘은 첫날이니 바로 일을 맡기지 않는 대신 이 곳 환경을 익히라고만 했다.
그리고 다음날, 리아는 나를 데리고 레슨 실로 향하더니 예절을 가르치는 선생님더러 나한테 몸가짐 예절을 가르치라고 했다.
나는 호기심에 여기서 출근하는 모든 사람들이 이런 것들을 배워야 하냐고 물었고 내 질문에 리아는 가장 잘나가는 에이스거나 유망주들만이 이렇게 체계적으로 예절, 소믈리에, 언어 등 지식을 배운다고 대답했다. 그리고 내가 이런 걸 배울 수 있는 건 서진 도련님이 콕 집어 말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어제 이후로 나는 서진 도련님의 얼굴을 보지 못했다. 아마 MIX에는 자주 오지 않는듯 했고 이 곳은 그저 가족 기업 외에 개인적인 취미로 하는 사업 같았다. 하지만 그렇다 할지라도 MIX는 모르는 사람이 없는 고급 업소로 자리매김했다.
나는 서진 도련님이 나를 콕 집어 이런 코스의 레슨을 받게 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나한테 예절을 가르치는 선생님은 나한테 엄격하셨지만 무척 열심히 가르치셨고 내가 틀린 곳이 있으면 내가 누군지 상관하지 않고 호되게 꾸짖었다.
예절 선생님은 나더러 매일 30분 이상 수영을 하는 걸 견지하라고 했고 다리 스트레칭과 서있는 자세와 같은 기본적인 동작을 매일같이 연습하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하면 다리가 점점 가늘고 길어진다고 했다.
그리고 다른 것들은 차츰 가르쳐주겠다고 하면서 그날의 수업을 마쳤다. 하루 종일 빡센 스케줄을 소화하고 나니 온몸에 힘이 빠져 바로 쓰러질 것만 같았다. 역시 기술을 극한까지 끌어올리면 장인의 경지에 오른다고 MIX에서는 그 극치를 보여주고 있었다.
저녁에 돌아오니 서진 도련님은 이미 집에 와계셨고 이틀 동안 많이 적응했는지부터 물었다.
이에 나는 궁금하던 것부터 물었다.
“저는 MIX에 있는 언니들보다 너무 부족한 게 너무 많은데 왜 저한테 이런 걸 배우라고 했어요?”
그는 오늘 저녁 기분이 꽤 괜찮은지 나를 향해 손을 저었고 내가 다가가자 곧바로 나를 잡아당겨 자기 무릎 위에 앉히더니 여느 때보다도 다정한 말투로 물었다.
“상아야, 넌 학생이 학교에서 배우는 것들이 쓸데 있다고 생각해?”
나는 고개를 저었다. 물론 나는 대학을 중도에 포기하고 일을 시작했지만 학교에 대한 그리움은 항상 남아있었다.
그러자 그는 나지막하게 웃으며 따뜻한 입김을 내 귓등에 불면서 말했고 나는 몸이 짜릿한 느낌을 받았다.
“그것과 같아. 학교에서는 너한테 지식을 배워주고 MIX에서는 너한테 생활에 필요한 수단을 가르쳐주는 거야. 지금은 쓸모없는 것 같아 보여도 언젠가는 쓸모 있을 거야.”
그가 이렇게 길게 말하는 건 드문 일이었고 게다가 꽤 도리가 있는 듯한 말에 나는 멍하니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