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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화 위험한 인물과의 재회

  • 나는 묵인했다. 그의 말은 전부 맞는 말이었지만 나는 어떻게 하면 강해질수 있는지를 알지 못했다. 사실 나도 언젠가는 호식을 숨어 다닐 필요 없이 강해져서 더 이상 이런 곳에서 억울한 일을 당하며 살지 않기를 바라고 있었다.
  • 서진 도련님은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을 이어갔다.
  • “요 며칠 내가 자리를 비울 거야. 그러니 무슨 일 있으면 리아한테 말해.”
  • 그 말에 나는 저도 모르게 입 밖으로 말을 뱉었다.
  • “어디 가시는데요?”
  • 하지만 말을 뱉은 순간 내가 물어볼 자격이 없다는 걸 깨닫고는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 “못 들은 거로 해줘요.”
  • “사적인 일을 처리해야 해. 이건 선물.”
  • 그는 마술이라도 부리는 듯 어느 때 나타났는지도 모를 작은 박스 하나를 나한테 건넸다.
  • “이건...”
  • 나는 놀란 듯 박스를 받아들고 포장을 뜯었다. 박스를 열어보니 익숙한 로고가 눈에 들어왔다. 해외 유명 브랜드의 최신형 휴대폰. 휴대폰에는 이미 유심 카드가 꽂혀 있었고 필요한 앱들도 깔려 있었다.
  • 이에 나는 휴대폰을 들며 물었다.
  • “저 주시는 거예요? 그런데 도련님 번호를 모르는데요.”
  • 그는 얼른 자기의 휴대폰을 꺼내더니 긴 손가락으로 숫자를 눌렀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내 손에 들려 있던 휴대폰이 울리면서 위에 그의 이름이 떴다.
  • 박서진.
  • 이제야 난 그의 성과 이름을 완전하게 알 수 있었다. 내 휴대폰에는 그의 번호가 맨 처음의 연락처로 저장되었다.
  • 저녁에 서진 도련님은 방으로 돌아가지 않고 내 방에서 나를 안고 잠들었다. 나는 어색해서 버둥거렸지만 그는 이불을 끄집어 나한테 덮어주면서 나지막하게 말했다.
  • “걱정 마. 난 너처럼 어린애 같은 몸매에는 관심 없으니까. 수면 장애가 있어서 안고 잘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한 것뿐이야.”
  • 그가 이렇게까지 말하니 오히려 내가 이상한 생각을 한 것 같은 느낌이 없지 않아 있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 봐도 어딘가 이상했다.
  • 하지만 이렇게 대단한 남자가 나를 안고 잔다면 나로서 별로 아쉬울 것도 없었기에 나는 더 이상 움직이지 않고 그의 품에 안겨 날이 밝을 때까지 잤다.
  • 서진 도련님은 역시나 며칠 동안 자리를 비웠고 진 기사마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진 기사는 다른 기사더러 내 출퇴근 시간에 맞춰 태워주라고 미리 말해놓은 듯했다.
  • 사실 이럴수록 나는 더욱 어색했다. MIX의 사람들은 매번 나를 심사하는 듯한 이상한 눈빛으로 봤고 마치 내가 서진 도련님이 기르는 애완동물이라도 되는 듯 바라봤다.
  • 오늘 수영장에서 수영을 하고 난 뒤 옷을 갈아입고는 밖에 나가 돌아보려고 하다가 복도에서 마침 익숙한 사람들의 뒷모습을 보고 말았다. 이에 나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아 다급히 뒤로 물러나다가 오히려 뒤에서 오는 사람과 부딪치는 바람에 그 사람이 들고 있던 물건이 떨어지며 요란한 소리를 냈다.
  • “대체 눈을 어디에 달고 다니는 거야?”
  • 부딪힌 사람을 제대로 보니 2층에서 일하는 리사였다. 그녀는 바로 예쁜 눈을 크게 뜬 채 나를 꼬나봤고 당장이라도 화를 낼듯했지만 꾹 참고는 쪼그리고 앉아 접시를 주웠다.
  • “리사, 미안해. 일부러 그런 거 아니야. 내가 도와줄게.”
  • 나는 얼른 리사를 도와 물건을 주웠고 그녀가 떠나간 뒤 곧바로 복도를 떠났다.
  • 하지만 요란한 소리에 앞의 몇몇도 고개를 돌려 내 쪽을 봤고 나의 불안한 눈빛과 마주하고는 내 쪽으로 걸어왔다.
  • 그들은 다름 아닌 호식과 그의 부하들이었다.
  • “하. 이 도시를 뜬 줄 알았더니 여기 숨어 있었네.”
  • 호식은 많이 야윈 것 같았지만 여전히 우락부락한 모습이었고 눈빛은 당장이라도 나를 죽일 것만 같았다.
  • 이에 나는 조심스럽게 웃으며 말했다.
  • “호식 오빠, 이런 인연이 다 있네요.”
  • “여기서 일해?”
  • 호식은 의아한 듯 나를 보더니 확신이 서지 않는다는듯한 말투로 물었다.
  • 나는 곧바로 머리를 굴리다가 웃으며 말했다.
  • “네. 저 이젠 MIX 직원이에요.”
  • 이곳은 적어도 서진 도련님의 구역이었기에 호식이 마음대로 행동하지 못할 거라는 확신도 조금은 있었다.
  • 그러자 호식은 찡그리고 있던 얼굴을 펴면서 이상한 미소를 지었다.
  • “MIX처럼 고급스러운 곳까지 들어오고, 역시 제법이네.”
  • “별말씀을요. 사람은 밥심으로 사는 거잖아요. 밥을 굶지 않으려면 일은 찾아야 하니까요.”
  • 나는 눈 하나 깜박하지 않고 그를 떠보면서 주위의 환경을 살폈다. 만약 그가 조금이라도 이상한 행동을 하려 할 때 바로 소리 지르면 경호원이 달려올 거니까.
  • 하지만 그는 손을 휘젓더니 더 이상 나와는 말을 섞지 않고 부하를 데리고 떠나버렸다. 떠나기 전 알 수 없는 눈빛으로 나를 힐끗 보는 게 다였다.
  • MIX의 간판은 정말로 좋은 방패막이었다. 내가 여기에 있는 한 그는 나를 절대 어떻게 할 수 없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