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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국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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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썸

Last update: 2024-03-29

제1화 군수의 복귀

  • A 시 국제공항.
  • 늘 시끌벅적했던 공항은 오늘만큼은 쥐 죽은 듯이 조용했고 밀리터리 위장복을 입은 부대로 꽉 차 있었다.
  • “1호 구역 준비 완료 Over!”
  • “2호 구역 준비 완료 Over!”
  • “...”
  • 배지가 세 개 달린 대령은 그제야 시름을 놓았다.
  • “준비완료! 군수님 하기!”
  • 예도진은 피우던 시가를 꺼버리고 태연한 표정으로 천천히 전용 비행기에서 내렸다. 그의 퍼 재킷은 바람에 나붓겼고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은 숨 막힐 정도였다. 수천 명의 군사들은 일제히 그에게 존경의 눈빛을 보내왔다. 그들에게는 살아있는 전설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대령은 잽싸게 다가가면서 말했다.
  • “군수님, 환영합니다!”
  • 예도진은 싸늘하게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 “군수님, 예가 네에서 군수님 뵙자고 하십니다. 다시 돌아오기를 바라시는 것 같은데... 휴게실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 예도진은 발걸음을 멈추고 휴게실 쪽을 바라보았다. 슈트를 입은 한 무리의 사람들이 도진을 향해 무릎을 꿇고 갈망의 눈빛을 보내왔다. 내로라하는 예가네가 무릎까지 꿇다니! 예도진은 그저 콧방귀를 뀌었다.
  • 15년 전, 예가네 도련님이었던 도진은 강요하에 쌍둥이 형 대신 감옥으로 갔다. 온 가족 중에 부모님을 포함해 아무도 도진을 안쓰러워하는 사람이 없었다.
  • 5년 뒤, 그가 감옥에서 석방되고 나서 군인이 되기로 마음먹었고 짧은 시간 내 그는 육군 해군 공군을 통솔하는 군수가 되었다. 도진이 힘들 때 예가네에서는 아무런 도움이 주지 않았다. 군수가 되고 나서야 찾아온 예네를 보고 도진은 어이가 없었다.
  • “15년 전, 내가 형 대신 감옥에 간 뒤로, 예도진은 이 세상에 없는 거야. 가서 전해. 나 이제 예가네 와 아무런 관계도 없어. 그러니까 다신 찾아오지 마. 아니면 죽여버릴 거야!”
  • “대령! 이 사람들 쫓아내! 하나뿐인 결혼식 망치게 하지 말고!”
  • 대령은 고개를 끄덕였다.
  • “네!”
  • 예도진은 웨딩 차에 올라타고 가슴 앞에 달아놓은 옥 반 조각을 만지면서 화를 식혔다.
  • 10년 전, 그가 감옥에서 석방되고 아무도 데리러 오는 이 없자 돈 한 푼도 없이 길거리에서 헤매고 있을 때 한 여자아이가 그에게 따뜻한 외투와 옥 반 조각을 건네주었다.
  • “추우니까 이 옷 입으세요. 그리고 이 옥은 그쪽에게 행운을 가져다줄 거예요. 꼭 살아남으셔야 돼요.”
  • 바로 그녀가 도진에게 삶의 희망을 준 것이었다. 그때 도진은 군인이 되기로 마음먹은 거였고 몇 번이고 생사를 오갈 때가 있었지만 그때마다 그 여자아이의 모습이 아른아른했다. 한마디로 도진이 지금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던 유일한 이유라고 할 수 있었다. 국가를 위해 복무한지 어언 5년, 그는 끝내 육군 해군 공군을 통솔하는 군사가 되었다.
  • 국가가 위기에 처했을 때, 도진은 나라의 명을 받고 군부대를 통솔해 9국 동맹을 체결해 대하 그룹이 세계에서 공평 경쟁 대우를 받는 대가로 그는 동맹 5년 동안 재력과 권력을 휘둘러서는 안 되였다. 그렇게 도진은 5년 동안 조용하게 지냈다.
  • 아직 평범한 신분인 도진은 A 시에 돌아온 후 그에게 옥 반 조각을 준 여자아이를 수소문하다가 끈질긴 구애 끝에 오늘 드디어 가약을 맺게 되었다. 그리고 오는 내일 새벽은 동맹이 종결되면서 재력과 권력이 회복되는 날이기도 했다.
  • 대령은 도진에게 명단을 건네면서 말했다.
  • “군수님, 복귀 일자가 3일 뒤입니다. 그리고 이건 초대 명함입니다. 한번 확인해 주십시오.”
  • “저의 약혼녀 전유진 씨에게도 초대장 세장을 보내주세요.”
  • ‘3일 뒤, 미래의 남편이 세계를 통솔하는 군수라는 것을 보여주겠어!’
  • 한 시간 뒤.
  • 결혼식장, 하객들은 방금 전 군부대가 직접 유진네 가족에게 대하의 전설, 전쟁의 신 - 군수님의 복귀식 초대장을 가져다준 일에 대해 수군거리고 있었다. 세계에서 어느 누가 군수님 존재를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복귀식에 초대된 인물들은 고위 계층 인사 아니면 재벌들이었다. 그중에 평범한 신분인 유진네 일가가 초대되었으니 너무나 큰 영광이었다. 유진네 일가는 이번 기회에 운명이 바뀔 수 있다는 생각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하객들은 부럽기도 하고 질투 나기도 했다. 유진의 엄마 미도는 초대을 받아 쥐고 기쁘다 못해 눈물까지 흘렸다.
  • “유진아, 우리 가문 드디어 출세하는구나! 삼일 뒤 군수님의 복귀식에 초대되면 우리 가문의 지위도 더 높아질 거고 그때 되면 우리한테 잘 보이고 싶은 사람들이 얼마나 많을까!”
  • 유진은 기세등등하면서 말했다.
  • “그러게. 엄마. 이렇게 될 줄 누가 알았겠어.”
  • “근데 도진이 걔가 꼴랑 삼천만원 혼수만 주고 너를 신부로 들이려고 하나 본데 너무 적은 거 아니야? 삼천만원 더 달라고 그러자. 아님 이대로 시집 못 보내.”
  • 유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 “응. 엄마. 알았어.”
  • 이때 예도진이 생화를 들고 도착했다.
  • “유진아, 나 왔어.”
  • 유진은 생화를 받지도 않았고 어색한 분위기에 예도진은 머쓱했다. 유진의 엄마가 먼저 입을 열었다.
  • “우리 딸이랑 결혼하려면 삼천만원 더 줘.”
  • 예도진은 눈살을 찌푸렸다.
  • “제가 이미 삼천만원 렸잖아요. 왜 또...”
  • 비록 예도진에게 삼천만 원은 아무것도 아니었지만 자정이 지나서야 재부나 권력이 풀릴 수 있었기 때문에 난처했다.
  • 유진의 엄마가 또 말했다.
  • “너도 들었겠지만 우리 가문 군수님 복귀식에 초대된 거 알고 있지? 이제 잘 될 일만 남았는데 네가 준 삼천만원으로는 턱도 없어! 우리 집 사위가 되려면 돈 더 보내!”
  • 예도진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
  • ‘내가 창피하다는 건가? 하! 내가 바로 군수님인데?’
  • 그는 유진을 쳐다보면서 물었다.
  • “유진아, 너는 어떻게 생각해?”
  • “난 전적으로 엄마 편이야. 내가 군수님 복귀식에 참석하면 수많은 재벌남들이 나한테 대시할 거야.”
  • 예도진은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
  • “그럼 이건 어때? 하객들도 기다리는데 우리 먼저 결혼식 올리고 다음에... 삼천만원이 아니라 3억도 줄 수 있어.”
  • 유진은 눈을 뒤집으면서 말했다.
  • “내가 바보인 줄 알아? 빨리 돈 내놔. 없으면 빌리든지. 아님 결혼 못 해.”
  • 예도진은 자신이 바로 군수라고 공개하고 싶었지만 이때 신부 친구 서영이가 참지 못하고 말했다.
  • “유진아, 먼저 결혼식을 올리는 거 어때? 밖에 하객들이 기다리고 있잖아. 도진 씨 우습게 만들지 말고...”
  • 예도진은 고맙다는 눈빛으로 서영이를 쳐다보았다. 서영이는 비록 메이크업을 진하게 하지 않았지만 얼굴이며 몸매며 어느 하나 유진에게 뒤지는 곳이 없었다. 도진이 유진을 쫓아다녔을 때 서영이가 많이 도와주었기 때문에 도진은 그녀에 대한 첫인상이 나쁘지 않았다. 지금 이 순간 서영이가 자신의 편을 들어줄지는 상상도 못 했던 것이다. 유진은 서영이를 친구처럼 대하는 척 했지만 늘 그녀의 몸매와 미모를 질투했다.
  • “서영아, 나의 친구 맞아? 왜 도진 씨 편을 들어? 그리고 오늘 결혼식인데 왜 선물하나 없는 거야? 아, 맞다. 10년 전 반쪽 옥 빼고는 준거 없잖아. 너 같은 친구는 필요 없어! 꺼져!”
  • 유진은 목에 걸고 있던 옥을 서영이에게 던지면서 말했다. 도진은 오랫동안 바닥에 버려진 옥을 보면서 어안이 벙벙했다.
  • ‘아니! 옥 주인이 서영이었다니! 그때 날 도와준 건 서영이였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