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도진, 나랑 다시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줄게. 서대명을 짜르고 우리 엄마 주임직으로 모셔. 마지막 기회야. 잘 생각하고 말해.”
전유진은 초대장도 쥐었겠다는 생각에 예도진이 꼭 자기 곁으로 돌아올 줄 알고 자신감 넘치는 말투로 말했다. 서가네는 긴장하기 시작했다. 예도진은 전유진이 어디서 오는 자신감인지 의아해하면서 실성한 듯 웃기 시작했다.
‘무슨 자신감으로 저러지? 내가 너무 예뻐했나?’
“네가 목숨 갖고 장난칠 때 우리 둘 사이는 이미 끝났어. 꺼져! 더 우스워지기 전에!”
“예도진! 배은망덕한 자식! 언젠간 다시 나한테 비는 날이 올 거야! 서영이 너도 내가 군수님 복귀식에 참석하고 나면 꼭 망가뜨릴 거야!”
이옥자는 아연질색하면서 물었다.
“초대장 받은 거야?”
“그럼요!”
이옥자는 순간 꼬리를 내리면서 말했다.
“유진아, 잘못한 건 예도진이잖아. 우리 서가네랑 앙심품을 일은 없잖아…”
“하하! 이제야 비는 거예요? 이미 늦었어요!”
전유진 모녀는 그대로 떠났다. 예도진은 슬픔에 빠져있는 이옥자를 위로했다.
“걱정 마세요. 전가네 그저 하인 노릇하러 가는 거니까요. 어머님도 참석하고 싶으시다면 제가 도와드릴게요. 그것도 VIP석으로요.”
“이런 상황에 그런 허세가 나와? 우리 집 망하는 꼴 보고 싶어서 그래? 서영이 위해서라도 서영이한테서 떨어져! 아까 들었지? 유진이 걔가 서영이 망가뜨린다고. 복귀식에 참석하면 우리 서가네 하나 망가뜨리는 건 아주 식은 죽 먹기일 거란 말이야.”
서대명은 그저 상황을 지켜볼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서영이가 저한테 시집오겠다고 한순간부터 저는 모든 걸 함께할 거라고 마음먹었어요. 초대장 정도는 서영이가 원한다면 제가 얼마든지 구해올 수 있어요.”
이옥자는 여전히 믿지 않았다.
“어디 한번 초대장 구해 오던지!”
서영이 큰 아버지 작은 아버지도 보탰다.
“서영이, 돈이 무엇보다 중요한 세상이야. 예도진 의술이 아무리 좋다고 해도 행복하겠어? 삼천만원 예물도 내놓지 못하는 놈이 군수님 복귀식은 무슨! 그래도 너랑 어울리는 사람은 준기야. 큰 아버지 말 들어서 손해 볼 일 없을 거야.”
서영이는 버럭 화를 냈다.
“아까도 큰 아버지 말씀대로 했다면 우리 아버지 이미 돌아가셨어요!”
“얘가! 무슨 말버릇이 이래!”
이옥자는 황급히 큰 아버지를 달래주었다.
“아이고… 노여움을 푸세요. 제가 잘 타이를 테니 걱정 마시고. 오늘은 이만 집으로 가시죠.”
서대명은 한숨을 쉬면서 병원을 나섰다.
“엄마, 먼저 돌아가. 난 공장으로 가봐야겠어.”
이옥자는 고개를 끄덕이고 서가네와 함께 떠났다.
“아까 들으셨죠? 준기 씨 당신 가만두지 않을 거라는걸. 두려우면 지금이라도 후회해도 좋아요.”
“두려워? 내 인생에 후회는 없어.”
“참 허세가 장난이 아니네요.”
“…”
“당분간 저희 집에서 지내요. 준기 씨가 무슨 짓을 할지도 모르니.”
“응.”
두 사람은 서영이가 그동안 심혈은 기울여 일으켜 세운 철강공장으로 향했다. 이 철강공장의 제일 큰 고객은 전유진이 다니고 있는 건축회사였고 그 건축회사는 마침 방가네 것이었다. 방준기와 서영이는 심지어 전유진의 소개로 만났고 전유진이 중간에서 입만 뻥긋한다면 서영이의 철강공장은 망하기 일쑤였다. 두 사람이 공장에 도착했을 때 아니나 다를까 비즈니스가 종료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서영이는 비록 마음의 준비는 하고 있었지만 순식간에 얼굴이 창백해졌다.
“서영아, 이 공장 아까워?”
“저의 전부에요… 제 자식이라 다름없는…”
“그러면 철강공장을 기반으로 A 시에서 으뜸가는 재벌로 되게 해줄게! 내가 도와줄게!”
“그만 허세 부리면 안 돼요?”
예도진은 자신의 말을 믿지 않는 서영이에게 어찌할 바를 몰랐다.
“아직 백수죠? 저희 공장에서 일하는 거 어때요? 월급은 꼬박꼬박 드릴게요. 비록 비즈니스가 종료되어 얼마나 더 할 수 있는지는 모르지만…”
예도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서영아, 나를 믿어. 내가 꼭 더 큰 Order를 따올게.”
서영이는 대수롭지 않다는 눈빛으로 예도진을 바라보았다.
새벽, 예도진의 전화는 수많은 문자들로 울리기 시작했다. 내로라하는 재벌들이며 정치인들이며 너 나 할 것 없이 모두 축하 메시지를 보내왔다. 이때 A 시 최고 부자 심봉춘에게서 온 문자가 눈에 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