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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예도진, 침을 놓다

  • 서영이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 “무슨… 조건…?”
  • “오늘 저녁 우리 집으로 와.”
  • 서영이는 그의 속내를 알고 역겨웠지만 아버지를 위해 눈을 딱 감고 말했다.
  • “그래요.”
  • “그래! 저녁에 봐!”
  • 방준기는 바로 원장에게 전화했지만 받지 않자 그대로 포기하고 한 여자의 품에 안겼다.
  • “자기야! 나 왔어! 그깟 생명이 대수야? 자기랑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게 중요하지! 또 연락 오면 원장이 출장 갔다고 하면 되지. 후훗!”
  • 서가네는 원장님이 달려오는 줄 알고 안심하고 기뻐했다.
  • “역시 방준기야. 인맥도 참 넓어. 예도진은 뭐 하는 자식이야! 서영아, 준기한테 잘해야 돼. 아빠 주임님 자리에 앉을 수 있는지 없는지는 준기한테 달려있어. 너도 군수님 복귀식에 데려갈지 어떻게 알아. 그러니까 꼭 잘 보여야 돼.”
  • 서영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분명 전화 넘어 한 여자의 목소리를 들었던 것이다.
  • “도진씨… 미안해… 우린 여기까지인가 봐… 이게 나의 운명인가 봐.”
  • 서영이는 이 시각 예도진이 응급실에서 그의 아버지를 살리고 있는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이때 옆 수술실에서 마침 원장이 수술을 끝내고 예도진이 침을 놓고 있는 것을 보았다.
  • “우리 병원 의사가 아니잖아. 왜 여기 있어.”
  • 원장이 그를 끌어내려고 하다가 그의 능숙한 침 실력에 놀라고 말았다.
  • “이건… 군수님만이 아는 침 실력이잖아…”
  • 원장은 멍하니 그저 바라만 보았다. 서대명은 천천히 깨어났고 의사 가운도 입지 않은 도진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그는 눈앞의 이 자가 바로 예도진인 줄 모르고 있었다.
  • “당신… 누구야?”
  • “움직이지 마세요. 침 놓고 있어요.”
  • “헉! 이건 군주님 침술이잖아요! 살다 보니 이런 걸 받아보네요!”
  • 이때 원장이 수술실로 들어오면서 말했다.
  • “대단하시네요. 군주님 침술도 아시고!”
  • 서대명은 수술대에서 가뿐히 내려오더니 그전보다 더 건강해진 느낌을 받았다.
  • “진짜로 대단하세요! 제가 사부님으로 모셔도 될까요?”
  • 원장님도 반응하고 말했다.
  • “저희 둘 가르쳐 주세요! 네?”
  • 예도진을 침을 거둬들이면서 냉철하게 대답했다.
  • “사부님 같은 거 안 합니다!”
  • ‘사부님이라니… 장인어른이 저를 사부님이라고 부르시면…’
  • 서대명과 원장은 계속 도진의 뒤를 따라다녔다.
  • “사부님, 꼭 가르쳐주세요!”
  • 수술실 입구, 서가네는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다. 원장이 여태 소식이 없자 방준기가 약속을 지키지 않은 줄 알고 다시 방준기를 재촉하려고 할 때, 수술실 문이 열리고 세 사람이 걸어 나왔다.
  • “나왔다!”
  • 이옥자는 놀라면서 말했다.
  • “예도진 아직도 안 갔어? 안 가고 수술실에서 무슨 짓을 한 거야!”
  • “그게 중점이 아니잖아! 대명이가 살았어! 정상인처럼 자기 발로 걸어 나왔잖아! 원장님 아니세요? 준기가 진작에 원장님을 모셨네. 역시 믿을만한 건 준기뿐이야.”
  • 서가네 일가는 예도진을 무시하고 서대명과 원장의 곁으로 다가갔다.
  • “원장님, 명의 십시다. 감사합니다! 언제 식사 한번 대접해 드릴게요.”
  • 원장은 울지도 웃지도 못했다.
  • “아니에요. 제가 살린 게 아니라 이 사부님이 살려주셨어요.”
  • “사부님? 누구?”
  • 서대명이 나서서 말했다.
  • “맞아. 사부님이 살려주셨어. 이분이 바로 나의 사부님이야. 사부님, 살려주셔서 감사합니다.”
  • 서가네 일가는 놀라서 입이 떡 벌어졌다.
  • ‘예도진, 생명의 은인, 사부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