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

+ 서재에 추가하기

이전 화 다음 화

제3화 예도진의 또 다른 능력

  • 예도진과 서영이가 집에 도착하기도 전에 서영이 엄마에게서 전화가 왔다.
  • “서영아... 너 엄마 아빠 죽는 꼴 보고 싶어서 그래? 너무 실망이야... 아빠 심장병 발작해서 인애병원에 왔어. 빨리 와.”
  • 서영이는 핸드폰을 떨어뜨리면서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녀는 아버지에게 충격이 이토록 클 줄 몰랐던 것이다.
  • “빨리 병원으로 가주세요. 우리 아빠 심장병 발작했대요.”
  • “응? 알았어.”
  • 예도진의 차는 급 커브를 하면서 병원으로 향하는 길에 대령에게 전화했다.
  • “내 침들을 가져와.”
  • 예도진은 직접 미래 장인어른을 구하려고 나섰다. 그가 침을 놓는 실력은 군부대에서 유명했고 심장병 하나 고치는 건 식은 죽 먹기였다.
  • “군수님, 드디어 실력을 보여주시는 거예요? 누구길래 5년 동안 쓰지 않던 침까지 쓰세요?”
  • “일일이 다 알 필요는 없어. 그리고 삼일 뒤 복귀식에 유전네 일가 하인으로 들이도록 해.”
  • “네. 군수님.”
  • 예도진은 전화를 끊고 나서야 서영이가 이상한 눈빛으로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 “침으로 뭐 하게요?”
  • “내가 직접 아버님 치료해 드릴 거야. 그리고 3일 뒤 복귀식에 내가 유진네 일가를 하인으로 들이라고 했어.”
  • 서영이는 허세 넘치는 도진의 모습에 한숨을 쉬면서 늘어졌다.
  • ‘치료는 그렇다 치고. 군수님 복귀식에 무슨 권리로 유진네 일가를 하인으로 들인다는 거지?’
  • 두 사람은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눈앞에 놓인 광경에 놀라고 말았다. 서영이의 엄마 이옥자는 유진 앞에 무릎 꿇고 빌고 있었다. 큰 아버지 작은 아버지네는 옆에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서있을 뿐이었다. 유진이 고개를 빳빳하게 쳐들고 못본척하는 모습에 예도진은 미간을 찌푸리면서 말했다.
  • “전유진이 여기서 뭐 하지?”
  • 서영이는 엄마에게 달려갔다.
  • “엄마, 빨리 일어나. 왜 무릎 꿇고 있어.”
  • 이옥자는 눈물을 닦으면서 말했다.
  • “서영아, 마침 잘 왔어. 빨리 유진에게 빌어. 아빠 살려달라고. 아빠 주치의가 유진이 엄마인데 아빠 심장병 수술 거부하고 있어.”
  • 유진의 엄마 전미도와 서영이의 아버지 서대명은 같은 병원에서 일하면서 주임 자리를 다투고 있는 라이벌 구도였다. 오늘 결혼식 일 때문에 전미도는 서대명을 살려줄 생각을 하지 않았다. 이옥자는 병원을 옮기기에 시간이 더 지체될까 봐 무릎 꿇고 빌었던 것이다. 서영이는 아버지를 구하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생각되어 자존심을 버리고 같이 빌어보기로 했다.
  • “유진아, 내가 이렇게 빌게. 우리 아빠 좀 살려주면 안 돼?”
  • 유진은 콧방귀를 뀌면서 말했다.
  • “이제 와서 나한테 빌어? 그러게 왜 그랬어? 저 잘난 예도진한테 빌어볼 거지.”
  • 이옥자는 서영이가 데리고 온 자가 바로 예도진인 것을 알고 화가 났다.
  • “서영아, 너 엄마 미치는 꼴 보고 싶어서 그래? 왜 저 사람을 데려왔어! 저 사람 감옥까지 다녀온 거 몰라? 예도진! 우리 집 한 발짝도 들어올 생각하지 마! 유진아, 내가 서영이 잘 타일러 볼게. 다 서영이 탓이야.”
  • “우리 엄마가 수술해 줄 수는 있는데 조건이 있어요. 삼천만원 의료비 내놓으세요. 예도진 씨가 대신.”
  • 예도진이 삼천만 예물을 내놓지 못 했던 것을 뻔히 알면서도 유진은 일부러 예도진을 난처하게 만들었다. 예도진은 한숨을 쉬면서 5년 동안 이 여자를 어떻게 만나왔었는지 자신이 한심했다.
  • “좋게 헤어지려고 했더니 아주 자기 무덤을 파네...”
  • “흥! 딴소리하지 말고 빨리 돈 내놔. 아니면 둘이 무릎 꿇고 빌든지. 서영이 너는 내가 버린 쓰레기를 주은 거야. 알아?”
  • 서영이는 눈시울이 붉어지면서 아버지를 위해 눈 딱 감고 그까짓 무릎을 꿇으려고 했지만 예도진이 말렸다.
  • “서영아, 그럴 필요 없어. 아버님 내가 구해.”
  • “봤지? 이 남자 돈이 아까워서 이러는 거. 이런 남자가 그렇게도 좋아?”
  • 서영이의 마음은 바늘로 콕콕 찌르는 듯이 아파났다. 이때 예도진은 힘껏 유진의 뺨을 때렸다. 유진은 바닥에 주저앉았고 앞니 하나가 떨어져 나갔다.
  • “내가 말했지. 서영이를 건드리는 사람 가만두지 않을 거라고!”
  • 갑자기 정적이 흘렀다.
  • ‘비는 것도 모자라 왜 때려…’
  • 서영이는 이런 예도진의 행동에 무서워서 주춤주춤 뒷걸음질 쳤다. 심지어 이 남자를 선택한 것이 후회되기도 했다.
  • “왜 그랬어…”
  • 서영이의 목소리는 떨렸다.
  • “내 아내, 그 누구도 못 건드려…”
  • 서영이는 그를 욕하려고 했지만 이 한마디에 꾹 참았다. 유진은 정신을 차리고 입을 열었다.
  • “허허헣… 사위 하나 참 잘 두셨네요. 아저씨를 구하지 않은 건 저희 집이 아니라 예도진이라는 것을 똑똑히 기억하세요.”
  • 유진은 떠났고 이옥자는 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 이때 예도진의 핸드폰이 울리고 말도 없이 떠났다. 도망간 것이 아니라 대령이 침을 가져왔다는 소식에 응급실로 향했다. 서영이는 그런 줄도 모르고 자기를 버린 줄 알고 하늘이 무너지는 듯했다. 예도진은 이미 쇼크 된 서대명을 구하기 시작했다.
  •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군수님의 침을 한번 맞아보는 게 소원이라고 간절히 빌고 있는데 이 사람은 참 행운이네요.”
  • 이옥자는 이 시각 절망적으로 벽에 기대어 있었다.
  • “어떡해… 서영아, 방준기가 예도진보다 못한 거 뭐가 있어. 왜 하필 예도진이야.”
  • 서가네 일가는 서영이를 탓하기만 했다. 이때 큰 아버지가 무언가 생각난 듯 말했다.
  • “울지 말고. 좋은 아이디어 하나 생각났어. 서영아, 너 준기한테 전화해서 사과해. 그리고 도와달라고 빌어. 군수님 요청장도 받아냈는데 병원 원장 하나 설득 못하겠어?”
  • 이때 작은 아버지가 덧붙였다.
  • “대명이 병원 주임 자리 도와준다고 하지 않았어? 그러면 무조건 원장님도 알 거 아니야.”
  • 이옥자도 서영이를 재촉했다.
  • “그래, 빨리 준기한테 전화해 봐.”
  • 서영이는 본능적으로 거절하고 싶었지만 엄마의 절망적인 눈빛에 결국은 이를 악물고 전화하기로 했다.
  • “준기 씨, 나 부탁할 거 있어.”
  • 서영이는 목이 메어 왔다.
  • “뭘 도와줄까?”
  • “인애병원 원장님 아세요? 저희 아빠 심장병 발작해서 그러는데 내과 의사가 필요해요…”
  • 방준기는 서영이를 다시 뺏어올 수 있다는 절호의 기회에 기뻐했고 서영이의 몸매를 상상하면서 침을 삼켰다.
  • “응, 나 거기 병원 원장님 알아. 내과 의사기도 하고.”
  • “진짜요? 빨리 저희 아빠 살려주세요.”
  • “근데 조건 하나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