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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생일선물

  • 쿵 하는 소리와 함께 윤찬우가 레스토랑에 뛰쳐 들어왔다. 그를 본 순간 반예린은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 ‘찬우 씨! 아직 살아있었어?’
  • 3년 동안 그녀마저 윤찬우가 죽었다는 소문을 슬슬 믿기 시작했다.
  • “뭐라고?”
  • 유지민은 싸늘한 눈빛으로 윤찬우를 노려보며 경멸하듯 그에게 물었다.
  • “네가 뭔데? 나랑 예린 씨 혼사에 너 따위가 끼어들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
  • “내가 예린이 남편이야! 이래도 자격 없어?”
  • 윤찬우는 코웃음 치며 그에게 쏘아붙이고는 아예 거들떠보지도 않은 채 반예린에게 성큼성큼 다가갔다.
  • “오랜만이야 예린아.”
  • 윤찬우?!
  • 사람들은 드디어 알아챘다. 눈앞의 이 남자가 바로 3년 전에 실종됐던 윤찬우라는 것을!
  • 하지만 이미 죽은 거 아니었나?
  • “찬우 씨가 여길 어떻게...”
  • 반예린은 일부러 뒤로 물러서며 윤찬우와 거리를 유지했다. 이미 그와 조금은 멀어진 듯한 기분이 들었다.
  • “오늘 네 생일이니 당연히 와야지 않겠어.”
  • 윤찬우는 옅은 미소를 지었다.
  • 그는 1년 전에 진작 무빈 교도소에서 출소할 날을 오늘로 정했는데 바로 반예린의 생일 때문이었다.
  • 그는 오늘만을 무려 3년이나 기다려왔다!
  • “당신이 바로 예린 씨 전남편이야?”
  • 유지민은 뒤늦게 윤찬우를 아래위로 훑어보며 2만 원도 안 될 허름한 그의 옷차림에 하찮다는 표정을 지었다.
  • “데릴사위로 반씨 집안에 들어와 기생충처럼 일 년 가까이 지냈던 그 폐인이네. 그런데 3년 전에 이미 죽었다고 하지 않았나?”
  • 폐인이라니?!
  • 뭇사람들은 야유에 찬 눈길로 윤찬우를 쳐다보았다. 그의 남루한 옷차림은 폐인이란 단어와 너무 잘 어울렸다.
  • 3년이란 시간이 흘렀음에도 그는 여전히 싸구려 옷으로 치장했고 LS 그룹 회장의 외아들 유지민과 너무 큰 차이가 났다. 말로 이루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차이가 현저했다!
  • “네가 죽는 한이 있어도 난 살아있을걸!”
  • 윤찬우는 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쏘아보고는 반예린에게 말했다.
  • “예린아, 우리 인제 집으로 가!”
  • “싫어요!”
  • 반예린은 그를 단호하게 거절했다. 그리고 그 순간 유지민이 실소를 터트렸다.
  • “들었어? 멍청한 것. 예린 씨는 너랑 안 가겠다잖아. 경고하는데 내가 화내기 전에 얼른 내 눈앞에서 꺼지는 게 좋을 거야. 그렇지 않으면...”
  • 유지민이 손을 까딱거리자 뒤에 있던 검은 색 정장 차림의 경호원들이 곧바로 윤찬우를 포위했다. 보아하니 그의 명령만 떨어지면 경호원들은 곧 윤찬우의 다리를 분지를 기세였다.
  • “그렇지 않으면 뭐?”
  • 윤찬우가 사나운 눈길로 되물었다.
  • “이 인간 당장 끌어내!”
  • 유지민은 더는 그와 말을 섞고 싶지 않아 손을 번쩍 들었고 이에 경호원들이 바짝 앞으로 다가와 윤찬우의 얼굴에 주먹을 휘둘렀다.
  • “죽고 싶어 환장했군!”
  • 윤찬우는 차가운 표정으로 돌변하더니 경호원의 얼굴에 싸대기를 날렸다.
  • 철썩하는 소리와 함께 그 경호원은 반항하지도 못한 채 바닥에 쓰러졌다. 경호원은 코피를 줄줄 흘리더니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
  • “말도 안 돼!”
  • 유지민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의 경호원들은 전부 거액을 들여 채용한 제대한 특전사들이라 피 튀기는 전쟁에도 참여했고 살인 경력도 있는 어마어마한 자들인데 어떻게 윤찬우의 뺨 한 대에 기절한단 말인가?
  • 하지만 곧이어 윤찬우는 앞으로 성큼성큼 나아가 주먹을 휘둘렀고 3초도 채 안 될 사이에 경호원들이 전부 제자리에서 쓰러지고 말았다.
  • 윤찬우가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그의 실력은 대체 어느 정도란 말인가?
  • 유지민 뿐만 아니라 장내에 있던 모든 이가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 폐인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 “윤찬우 씨, 여기 오기 전에 나한테 뭐라고 얘기했어요?”
  • 눈 앞에 펼쳐진 광경에 유정아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 “더는 예린에게 질척대지 않겠다고 약속했으면서 대체 왜 이러는 거죠?”
  • 유정아는 잔뜩 화가 나서 두 눈이 빨갛게 충혈됐다. 그녀가 친히 윤찬우를 이곳까지 데려왔는데 지금 감히 유지민의 경호원들을 때리고 있으니 이는 유지민의 체면을 깎아내리는 것과 별반 다름없을 노릇이었다.
  • 유지민에게 이런 창피를 안겨줬으니 그녀는 앞으로 대체 어떻게 강화시에서 살아간단 말인가?
  • “그런 거짓말도 믿어?”
  • 윤찬우가 눈썹을 들썩거리며 말했다.
  • “찬우 씨 진짜 한심하네요!”
  • 유정아는 화가 나서 발을 동동 굴렀다.
  • “찬우 씨, 당장 지민 씨한테 사과하세요.”
  • 이때 줄곧 아무 말 없던 반예린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
  • “사과?”
  • 윤찬우가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
  • “내가 왜?”
  • “찬우 씨가 지민 씨 경호원들을 때렸잖아요. 당연히 사과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 반예린의 표정도 점점 더 일그러졌다.
  • 그녀는 몇 년 전부터 윤찬우에게 명령하듯이 말하는 게 습관돼버렸다. 그리고 윤찬우는 그녀의 요구에 단 한 번도 반박한 적이 없었다. 하지만 오늘 감히 그녀에게 반박하다니?!
  • “얘네들이 먼저 손을 썼어. 난 그저 정당방위한 것뿐이라고!”
  • 윤찬우는 차갑게 쏘아붙였다.
  • 사과라, 고작 유지민 따위가 그의 사과를 받을 그릇이 된단 말인가? 유씨 가문을 멸족시켜도 감히 윤찬우에게 사과를 요구하진 못할 텐데.
  • “찬우 씨 이젠 제법 대단하네요.”
  • 반예린은 화가 나서 씩씩거리며 말했다.
  • “보아하니 오늘은 일부러 내게 복수하러 왔나 본데, 내 생일을 망치려고 작정한 거죠? 나를 사람들의 놀림거리로 만들 의도였나요?”
  • “난 너의 생일을 축하하려고 일부러 찾아왔어!”
  • 윤찬우가 설명했다. 그는 1년이란 시간 동안 그 물건을 찾기 위해 무빈 교도소에 머물렀는데 오늘 반예린의 생일만 아니었다면 절대 모든 노력을 포기하고 미리 출소하지 않았을 것이다.
  • “생일을 축하한다고요?”
  • 반예린이 미처 말하기도 전에 옆에서 누군가 비아냥거렸다.
  • “그럼 왜 생일선물은 없어요?”
  • “지민 씨는 예린이한테 28억 원이나 되는 퓨어 스타 목걸이를 선물했어요.”
  • “우리도 최신형 아이폰 14 프로, 샤넬 등 명품으로 선물했다고요. 찬우 씨는 예린이 전남편인데 대체 뭘 선물했을까요?”
  • “그래요. 찬우 씨도 얼른 선물을 보여주세요.”
  • 사람들은 윤찬우를 헐뜯지 못해 안달이었다. 다들 그를 놀려대기에 신이 났다.
  • “선물은 진작 준비했어.”
  • 말을 마친 윤찬우는 바지 주머니에서 비닐봉지를 꺼냈는데 그 안엔 아주 저렴해 보이는 목걸이가 들어 있었다. 목걸이에 박힌 초록색 데코레이션은 한눈에 봐도 길거리에서 파는 몇천 원짜리 모조품이란 걸 알아낼 수 있었다.
  • “이게 바로 예린이한테 주는 선물이란 거죠?”
  • 윤찬우가 선물을 꺼내던 순간 장내에 있던 모든 이가 박장대소를 터트렸다. 다들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
  • “이런 건 대체 어느 골목에서 팔아요? 얼마면 될까요? 삼천 원? 오천 원?”
  • “내가 볼 땐 이만 원도 안 될 것 같은데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