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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이 이유면 만족해?

  • “네, 팀장님!”
  • 그의 명령에 형사팀 부하들은 두말없이 수갑을 꺼내 들고 윤찬우에게 걸어갔다. 그리고 장내에 있는 모든 이가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 “윤찬우 씨, 뭐 하세요? 얼른 움직이셔야죠. 경찰들이 왔는데 왜 그냥 앉아있기만 해요?”
  • 유정아도 비아냥거렸다.
  • “움직이다니요. 저 꼴 좀 보세요. 겁에 질린 바보 같은 꼴을요. 어찌 감히 맞서겠어요? 식겁하여 오줌을 지르면 모를까...”
  • “아까는 제법 날뛰더니 왜 이젠 찍소리도 못하는 거죠?”
  • 한 무리 사람들이 윤찬우를 놀려대기 시작했다. 다들 그의 천상천하 유아독존의 모습이 꼴 보기 싫었다. 고작 데릴사위 주제에 어디서 감히 잘난 척이란 말인가? 저 하늘의 별도 따주겠다더니 아직 총도 안 꺼냈는데 벌써 다리가 풀린 걸까?
  • “유지민, 이게 고작 네 수법이야?”
  • 윤찬우는 사람들의 비아냥 속에서도 전혀 꿈쩍하지 않은 채 개미 새끼 바라보듯이 마음에 새겨두지 않았다.
  • “고작 이게 너의 수법이라면 너무 실망스러운데.”
  • 윤찬우가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형사팀 사람들을 몇 명 불러와 그를 잡아가려 하다니, 윤찬우를 너무 얕잡아본 게 아닌가?!
  • “저것 봐, 아직도 잘난 척이야!”
  • 유지민이 미처 입을 열기도 전에 보다 못한 다른 사람들이 야유를 날렸다.
  • “됐어요, 찬우 씨. 제발 잘난 척 좀 그만해요. 당신의 처지가 어떤지는 당신이 제일 잘 알고 있잖아요.”
  • “연기에 제대로 빠졌나 봐. 지민 씨, 저 인간과 말을 섞을 필요 없어요. 얼른 잡아가세요. 보기만 해도 짜증 나네요 이젠.”
  • “그래요, 얼른 잡아가요. 내가 다 창피하네.”
  • 뭇사람들의 다그침에 유지민은 거만한 표정으로 윤찬우를 바라보며 장범철에게 손짓했다.
  • “장 팀장, 얼른 데려가!”
  • “체포해!”
  • 장 팀장의 명령에 부하들은 곧바로 윤찬우의 팔을 제압하려 했고 심지어 다른 한 손으로는 허리 주춤에 있는 총을 어루만졌다. 보아하니 윤찬우가 조금이라도 반항하면 바로 총을 겨눌 추세인 듯싶었다.
  • “자식 얌전히 따르는 게 좋을 거야. 그렇지 않으면 우리도 네 안전을 장담할 수 없어.”
  • 형사팀 부하는 윤찬우를 아예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 어차피 이런 일도 한두 번이 아니었으니 팀장님 지시대로 유지민에게 피해를 준 사람만 잡아가서 제대로 혼내면 그뿐이었다. 그때 되면 유지민도 틀림없이 그들에게 보너스를 두둑이 챙겨줄 테니까.
  • 너무 많지는 않아도 인당 이백 원은 될 터이니 업소에 찾아가 하룻밤 불태우기엔 충족했다.
  • “다들 정말 겁도 없나 봐.”
  • 몇몇 부하의 움직임에 윤찬우가 쓴웃음을 지었다.
  • “마땅한 이유조차 없이 마음대로 사람을 체포해도 돼?”
  • “이유?”
  • 윤찬우의 말에 부하 중 한 명이 하찮은 표정으로 대답했다.
  • “좋아. 이유가 필요하다 이거지. 그럼 내가 바로 하나 안겨줄게. 당신은 지금 마약 밀수 매매에 연루되었습니다. 어때요? 이 이유면 충분하죠?”
  • “충분하긴 하지.”
  • 윤찬우가 의외로 전혀 반항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모습에 사람들이 폭소를 터트리며 야유에 찬 눈길로 그를 쏘아보았다.
  • 다들 윤찬우가 단단히 겁에 질린 줄로 여겼다.
  • “하지만 고작 이것만으론 날 잡아가기 부족할 텐데.”
  • 그는 문밖을 바라보며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 “십... 구...”
  • 그가 뭘 중얼거리는지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 오히려 그의 말을 들은 부하들이 실실 비꼬며 되물었다.
  • “왜? 자식! 반항이라도 해보시게?”
  • 말이 떨어지는 순간 다들 나란히 총을 빼들고 윤찬우의 머리를 조준했다.
  • “해봐 어디. 네가 어떻게 반항하는지 지켜봐야겠어.”
  • 윤찬우의 말은 또 한 번 사람들의 농락 거리로 전락했다. 다들 일부러 그를 놀려주려고 총을 빼든 것이다.
  • “난 누군가 내게 총을 겨누는 걸 정말 싫어하는데. 아직 화나기 전이니까 얼른 총을 거두는 게 좋을 거야.”
  • 순간 윤찬우의 눈빛이 서늘해졌다.
  • 그는 누군가 자신에게 총을 겨누는 걸 제일 싫어했다.
  • “왜? 난 계속 겨눌 건데. 어쩌시려고?”
  • 부하 한 명이 비아냥거리며 당장이라도 윤찬우의 머리에 총을 쏠 기세였다.
  • “어디 총으로 겨누기만 하겠어? 난 아예 이 총으로 네 머리를 갈라 터지게 할 거야.”
  • 그는 총으로 윤찬우의 머리를 내리칠 것 같았다. 만약 정말 내리친다면 피가 엄청 많이 흐를 텐데...
  • 장내에 있던 모든 이는 재미있는 구경거리를 보듯이 흥미진진하게 윤찬우를 바라봤다. 당장이라도 총으로 그의 머리를 내리쳤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 하지만 이런 일촉즉발의 상황에 윤찬우가 갑자기 움직이기 시작했다.
  • 그는 오른손을 번쩍 들어 형사의 손목을 꽉 잡고 비틀어버렸다. 철컥하는 소리와 함께 뼈가 부러지는 찰진 소리가 울려 퍼졌다.
  • 그랬다. 윤찬우가 형사의 손목을 비틀어버린 것이다! 그리고 손에 쥐어졌던 총도 어느샌가 윤찬우의 손에 떡하니 놓여 있었다.
  • “으악!”
  • 순간 룸에 처절한 비명 소리가 울려 퍼졌다.
  • 이어서 윤찬우는 그 형사의 무릎을 발로 힘껏 걷어찼다. 형사는 그대로 윤찬우 앞에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 “분명 말했을 텐데, 누가 총으로 날 겨누는 걸 정말 싫어한다고!”
  • 그는 차가운 얼굴로 말을 내뱉었다.
  • “이 자식 당장 죽여! 감히 경찰을 폭행해?”
  • 바닥에 주저앉은 형사가 비명을 질렀고 나머지 형사들은 이 광경을 보더니 냉큼 손에 쥔 총으로 윤찬우를 조준했다.
  • 순간 대여섯 개의 총이 동시에 그를 조준해버렸다.
  • “손에 든 무기를 당장 내려놔! 그렇지 않으면 총을 쏠 거야.”
  • 형사들은 방아쇠를 당기며 윤찬우가 조금만 반항해도 곧장 그의 머리를 작살 낼 기세였다.
  • “아직도 내 말귀를 못 알아들었나 봐.”
  • 윤찬우는 손에 쥔 총을 손바닥 위에 빙빙 돌리며 차갑게 쏘아붙였다.
  • “지금 누가 더 총이 많은지 비겨보자는 거지? 좋아, 기회를 한번 줄게!”
  • 말을 마친 그는 의자를 끌어와 자리에 앉고는 네댓 명이 자신의 머리에 총을 겨눈 것도 전혀 신경 쓰지 않은 채 무덤덤하게 문밖만 주시했다.
  • “3... 2... 1...”
  • 마지막 숫자까지 다 읽은 순간 문밖에서 묵직한 발걸음 소리가 나란히 들려왔다. 마치 천군만마가 들이닥칠 기세였다.
  • 곧이어 쾅 하는 소리와 함께 누군가 룸 문을 박차고 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