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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내가 허락 못 해

  • “네, 그렇다니까요.”
  • 유정아가 비아냥거리며 말했다.
  • “예린이가 3년이나 기다려줬으면 충분히 의리 지킨 거 아닌가요? 꼭 평생 찬우 씨를 기다려야만 만족하시겠어요?”
  • “당장 나랑 함께 예린이한테 가!”
  • 윤찬우는 더는 유정아와 말을 섞고 싶지 않았다. 그저 한시라도 빨리 반예린과 만나고픈 마음이었다.
  • “예린이를 왜 만나요?”
  • 유정아가 차갑게 쏘아붙였다.
  • “계속 질척대려고요? 제발 적당히 좀 해요. 게다가 찬우 씨가 무슨 낯짝으로 예린이를 만나요?”
  • 유정아는 거지 같은 윤찬우가 뼛속부터 싫었다. 데릴사위로 들어온 3년 내내 폐인처럼 빈둥빈둥 놀고먹기만 했으니. 반씨 집안에서 그를 3년 동안 길러주지 않았다면 진작 거리에 나앉았을 것이다.
  • 그녀는 줄곧 의문이었다. 반예린처럼 얼굴도 예쁘장하고 몸매도 좋은 여자가 대체 왜 윤찬우 같은 무일푼의 폐인과 결혼한 것인지?!
  • “걱정 마. 질척대는 일 없어!”
  • 윤찬우는 담담하게 말했다.
  • “만약 예린이가 정말 유지민인지 뭔지 하는 사람과 결혼하려 한다면 나 절대 가로막지 않을 거야. 게다가 나랑 이혼 절차를 다 밟아야 재혼을 할 거 아니야?”
  • “정말요?”
  • 유정아는 못 미더운 눈길로 되물었다.
  • “널 속여서 뭐 해?”
  • 윤찬우는 담담하게 말을 이어갔다.
  • “예린이가 더 좋은 사람을 만났다면 나도 당연히 손을 놓아줘야지.”
  • “그 정도 양심은 있네요!”
  • 유정아는 코웃음 치며 그에게 경고장을 날렸다.
  • “윤찬우 씨, 내 말 명심해요. 감히 두 사람 사이에 훼방을 놓으려 한다면 지민 씨가 당신 두 다리를 확 분지를 거예요! 지민 씨는 가는 곳마다 경호원이 항상 따라붙거든요. 죽기 싫으면 얌전히 있어요!”
  • 말을 마친 그녀는 이내 손을 들어 택시를 부르더니 고개도 돌리지 않은 채 그에게 말했다.
  • “타요 얼른! 피닉스 호텔로 가주세요.”
  • 차에 탄 후 유정아가 주소를 부르자 택시는 곧장 도로를 질주했다.
  • 윤찬우는 조수석에 앉았고 유정아는 아니꼬운 표정으로 휴대폰을 들어 반예린에게 문자를 보냈다.
  • “예린아, 나 길에서 윤찬우를 만났어!”
  • 문자가 전송된 순간, 호텔 식탁 앞에 앉아있던 반예린은 몸을 움찔거렸다. 휴대폰을 들고 있던 손도 파르르 떨리기 시작했다.
  • ‘찬우 씨가 돌아왔어?’
  • 3년 전!
  • 윤찬우는 소리소문없이 사라졌고 시간은 그렇게 3년이나 흘렀다.
  • 반예린은 아마 평생 윤찬우에 관한 소식이 없을 거로 여겨왔지만 3년이 지난 후 그가 다시 그녀 앞에 나타났다!
  • “그래서 찬우 씨는 지금 어디 있대?”
  • “나랑 같이 피닉스 호텔로 가는 중이야.”
  • 유정아가 곧바로 답장을 보냈다. 하지만 이를 본 반예린은 낯빛이 확 돌변했다.
  • ‘피닉스 호텔로 오고 있다니?!’
  • “예린 씨, 왜 그래요?”
  • 그녀 옆에 앉아있던 유지민이 불안한 기색이 역력한 그녀를 보더니 얼른 관심 조로 물었다.
  • “아니에요, 아무것도.”
  • 반예린은 덤덤한 척 해봤지만 심장이 마구 쿵쾅댔다.
  • “아무 걱정 말아요. 우리 결혼식만 올리면 예린 씨 집안의 위기도 당연히 저희 쪽에서 전부 해결해드릴 겁니다.”
  • 유지민은 그녀가 집안일 때문에 걱정하는 줄로 여겼다.
  • “나와 결혼하면 예린 씨는 곧 우리 유씨 집안의 일원이에요. 강화시에서 누가 감히 당신을, 그리고 반씨 가문을 괴롭히겠어요?
  • 그녀 앞에서 유지민은 항상 자신감이 차 넘쳤다. 비록 그녀가 한 번 결혼했지만 유지민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 왜냐하면 반예린이 윤찬우란 폐인과 결혼한 지 3년이나 됐지만 단 한 번도 그와 잠자리를 갖지 않은 처녀의 몸이란 걸 진작 수소문해냈기 때문이다.
  • “지민 씨, 나는...”
  • 반예린이 이제 막 입을 열려고 할 때 유지민이 가차 없이 잘라버렸다.
  • “됐어요, 이 얘긴 그만 해요. 오늘은 예린 씨 생일이니까 기분 좋게 보내요.”
  • 말을 마친 유지민은 종업원에게 손짓했고 이내 사치스러운 선물상자가 그의 앞에 놓였다.
  • “다들 잠시만 실례할게요.”
  • 유지민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손을 흔들었고 떠들썩하던 레스토랑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 “오늘은 제 여자친구의 생일이에요. 그래서 특별히 해외에서 퓨어 스타 목걸이를 주문해왔어요. 이 다이아몬드는 전 세계에 단 하나뿐이라 가격이 28억 원이에요.”
  • 말을 마친 유지민은 선물상자를 열었다. 상자 안에는 다이아몬드가 박힌 화이트 골드 목걸이가 하나 들어 있었는데 눈부시게 화려한 이 목걸이는 무려 28억 원이었다.
  • 그가 가격을 말하는 순간 장내가 큰 충격에 휩싸였다.
  • 28억 원의 다이아몬드라니, 유지민은 어떻게 아무런 망설임 없이 반예린한테 선물하는 걸까?
  • 모두가 부러운 눈길로 반예린을 쳐다봤다. 다만 사람들은 그저 부러울 따름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반예린은 워낙 미모가 출중했으니 결혼 한 번 한 것쯤은 전혀 문제 되지 않았다. 심지어 그의 전남편은 이미 3년 전에 사망하지 않았는가.
  • “예린 씨, 왜 넋 놓고 있어요? 얼른 지민 씨 선물을 받아야죠.”
  • 그녀가 꿈쩍하지 않자 옆에 있던 사람이 참지 못하고 다그쳤다.
  • “네?”
  • 반예린은 그제야 정신을 다잡았다. 사실 그녀도 유지민의 28억 원짜리 선물에 큰 충격을 받았다.
  • “지민 씨, 이건 너무 과분해요. 난 받을 수 없어요...”
  • 반예린이 고개를 내저으며 거절했다. 하지만 유지민은 그녀에게 전혀 거절할 틈을 주지 않았다.
  • “예린 씨, 거절하면 안 돼요. 왜냐하면 이건 프러포즈 선물이니까요. 오직 당신만이 퓨어 스타를 가질 수 있어요. 제 마음속에 이 퓨어 스타는 당신만큼 순결해요.”
  • 프러포즈라니?
  • 반예린은 멍하니 넋을 놓고 말았다. 유지민은 오늘 그녀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이곳에 부른 거지 절대 프러포즈에 관한 말은 없었으니까.
  • “지민 씨, 이건...”
  • 반예린은 미처 반응하지 못한 채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 “왜요? 설마 저의 프러포즈를 거절하시려고요?”
  • 그녀가 줄곧 머뭇거리자 유지민의 표정도 살짝 일그러졌다.
  • “예린 씨 설마 아직도 윤찬우 그 폐인을 잊지 못한 거예요?”
  • LS 그룹 회장의 외아들인 그가 설마 데릴사위로 들어온 한낱 폐인보다 못하단 말인가?
  • “아니요, 그런 거 아니에요.”
  • 반예린이 재빨리 부인했다.
  • “그럼 뭐죠?”
  • 유지민은 험상궂은 얼굴로 그녀에게 물었다.
  • “예린 씨, 당신만을 3년이나 기다려왔어요.”
  • “예린아, 얼른 받아들이지 않고 뭐 해?”
  • “얼른 대답해. 지민 씨 저러다 화낼 것 같아.”
  • “지민 씨가 화나면 어떻게 되는지 너도 잘 알잖아?”
  • 그녀가 줄곧 대답이 없자 옆에 있던 친구들이 하나둘씩 다그쳤다.
  • “예린이 너 설마 아직도 그 폐인 같은 녀석을 생각하는 거야?”
  • “어떻게 그런 인간을 지민 씨랑 비교해?”
  • “그 인간이 대체 지민 씨보다 잘난 게 뭐가 있는데?”
  • “돈이면 돈, 진취심이면 진취심, 심지어 제대로 된 직업도 없잖아. 너희 집안에서 거의 키워주다시피 했는데. 너희 집안만 아니었다면 지금쯤 아마 백 번은 더 굶어 죽었을 거야.”
  • “그리고 이젠 떠난 지도 3년이나 됐으니 진작 죽었을지도 모르지!”
  • “아니 대체 왜 죽은 사람을 잊지 못하는 건데?”
  • 반예린보다 그녀 옆에 있는 친구들이 더 안달이 났다.
  • “그 사람은... 그 사람은...”
  • 반예린은 윤찬우가 아직 죽지 않았다고 얘기하고 싶었지만 미처 말을 꺼내기도 전에 유지민이 가로챘다.
  • “예린 씨, 마지막으로 물을게요. 나랑 결혼해줄래요?”
  • “내가 허락 못 해!”
  • 그녀가 대답하려던 순간, 갑자기 누군가 레스토랑 문을 발로 힘껏 걷어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