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

+ 서재에 추가하기

이전 화 다음 화

제7화 늘 하던 대로

  • 유근명?
  • ‘만약 유근명 씨가 이 자리에 있었다면 윤찬우 너는 진작 바다에 버려져 물고기 밥이 되었을 거야.’
  • 장내에 있는 몇몇 사람이 한심하다는 눈길로 윤찬우를 쳐다봤다.
  • LS 그룹이 어떻게 이 자리까지 올라왔는지 아마 강화시에서 모르는 자가 없을 것이다. 애초에 유근명은 잔혹한 수단으로 수많은 사람을 짓밟고 한 걸음씩 기어올랐다. 그가 쌓아 올린 수천억 원의 자산 중엔 거의 절반이 피로 흥건히 물들었다!
  • 데릴사위인 윤찬우를 막론하더라도 수백억 원의 몸값을 자랑하는 사람들도 유근명 앞에선 저절로 공손해지기 마련이다.
  • 한편 유지민도 윤찬우의 말을 듣더니 표정이 확 돌변했다.
  • “예린 씨도 들었죠? 저 인간이 스스로 죽음을 자초한 거예요. 내가 먼저 죽이려고 덤빈 게 아니에요.”
  • 말을 마친 유지민은 더는 떠들어대지 않고 곧장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 “여보세요, 장 팀장. 나 여기 껄끄러운 일이 좀 생겼는데 부하들을 데리고 와서 손 좀 봐야겠어. 늘 하던 대로 하면 돼. 잊지 말고 부하들을 꼭 데리고 와.”
  • 그가 말한 장 팀장은 바로 강화시 형사1팀 팀장 장범철이다.
  • 장범철은 평소 유씨 집안의 뇌물을 적잖게 받아왔고 유지민이 밖에서 저지른 일을 수없이 해결해왔다. 어떤 곤경이든 무릇 장범철이 알아서 해결해온 셈이다.
  • “나 지금 피닉스 호텔 1번 룸이야.”
  • 말을 마친 유지민은 전화를 끊고 싸늘한 눈빛으로 윤찬우를 쳐다봤다.
  • “이봐 윤씨, 한주먹 하나 본데 이따가 얼마나 잘 싸울지 잘 지켜봐야겠어. 그 현란한 실력으로 총알까지 이겨낼 수 있을까?”
  • 거의 협박에 가까운 말투였다! 장내에 있던 사람들은 유지민의 협박을 듣더니 구경꾼처럼 윤찬우를 바라봤다. 그 눈빛들은 마치 윤찬우에게 죽어 마땅하다고 얘기하는 것만 같았다.
  • 그중에서도 유정아가 유별나게 비아냥거리며 말했다.
  • “어떤 사람들은 제 주제도 모르고 설쳐댄다니까. 길바닥에서 돌멩이 하나 주웠다고, 서울에서 온 큰 인물을 봤다고 본인이 정말 큰 인물이라도 된 줄 아나 봐. 그런데 이걸 어떡하나? 한번 거지는 영원한 거지야. 절대 신세를 역전할 수 없다고!”
  • 그녀의 말은 거의 모든 사람의 속내를 내비치고 있었다.
  • ‘맞아, 윤찬우 넌 그저 폐인 같은 데릴사위일 뿐이야. 어쩌다 운이 따라서 돌멩이를 주운 것뿐인데 뭐가 잘났다는 거야? 서울에서 온 원재순 어르신이 있을 땐 지민 씨가 감히 너에게 함부로 할 순 없었지만 어르신은 이미 가셨어. 넌 결국 거지인 거야. 병신!’
  • “윤찬우, 왜 아무 말도 없어? 아까 아주 기고만장하게 날뛰었잖아! 우리 아빠 이름까지 함부로 거론했잖아!!”
  • 유지민은 윤찬우가 자신의 협박에 겁을 먹고 아무 말도 내뱉지 못하는 줄로 여기며 또다시 비아냥댔다.
  • ‘역시 나약해 빠졌어. 아직 총을 들고 온 것도 아닌데, 고작 몇 마디 협박에 겁에 질린 거야?”
  • “무슨 말을 할까?”
  • 윤찬우는 담담한 눈빛으로 유지민을 쳐다보며 귀찮다는 듯이 물었다.
  • “나랑 총을 겨누려 하다니, 너 정말 죽고 싶어 환장했구나.”
  • 이 세상에 윤찬우와 감히 총을 겨누려는 자는 단 두 종류의 사람일 뿐이다. 첫 번째는 이미 죽은 사람, 그리고 두 번째는 곧 죽을 사람!
  • “다들 들었지? 내가 죽고 싶어 환장했대.”
  • 유지민은 윤찬우의 말이 그저 우스울 따름이었다.
  • “지민 씨, 저런 바보 멍청이를 왜 상대해요? 이따가 총을 보면 아예 겁에 질려 오줌을 지를지도 몰라요.”
  • “그러게요. 지금은 아무렇지 않은 척하지만 이따가 가장 먼저 오줌을 지를 자가 바로 저 인간이라고요.”
  • 한 무리의 사람들이 유지민과 함께 윤찬우를 놀려댔다. 하지만 윤찬우는 그들을 아랑곳하지 않은 채 담담하게 말을 이어갔다.
  • “그래? 그럼 어디 한번 지켜볼까? 네가 모셔온 사람이 감히 내게 총을 겨눌 수 있는지 말이야.”
  • 그의 말을 들은 사람들은 또다시 박장대소하기 시작했다. 다들 야유에 찬 눈길로 윤찬우를 바라봤다. 그들에게 있어 윤찬우는 단지 죽음을 앞두고 최후의 발악을 하는 사람일 뿐이었다.
  • 한편 다들 떠들고 있을 때 반예린도 짜증 섞인 얼굴로 윤찬우를 째려봤다. 3년 전엔 비록 윤찬우에게 호감까진 없어도 지금처럼 증오하진 않았다.
  • 그때 윤찬우는 비록 폐인처럼 아무런 도움이 못 되고 그저 반씨 가문에 기대 생계를 유지했지만 지금처럼 입만 열면 거짓말이 술술 새어 나오는 가증스러운 사람은 아니었다.
  • ‘찬우 씨 대체 왜 이러는 거지? 혹시 3년 동안 밖에서 무슨 큰 충격이라도 받았나? 그래서 성격이 확 돌변한 거야? 이렇게 극단적인 사람으로 변해버린 건가?’
  • “그만 해요 찬우 씨!”
  • 반예린이 그에게 소리 질렀다.
  • “아직도 여기서 뭐해요? 얼른 꺼지지 않고. 여긴 당신을 반기지 않아요.”
  • 그녀는 비록 입으론 윤찬우를 욕하고 있지만 실제론 그를 마지막으로 한번 더 구하고 싶었다.
  • 윤찬우가 아무리 미워도 그가 자신의 눈앞에서 다른 사람의 손에 죽어 나가는 꼴은 도저히 지켜볼 수 없었다.
  • 유지민이 어떤 인간인지 그녀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윤찬우처럼 권력과 세력, 아무것도 없는 사람이 그의 손에 잡히면 죽진 않아도 최소한 온몸의 껍질이 한 층 벗겨질 것이다.
  • 다만 윤찬우는 전혀 듣는 척도 않은 채 자리에서 꿈쩍하지 않았다. 그는 반예린을 지그시 바라보며 말했다.
  • “예린아, 걱정 마. 이 세상에서 아무도 감히 내게 총을 겨누지 못해. 또한 아무도 감히 널 괴롭히지 못할 거야.”
  • “다들 들었지? 저 인간이 아직도 잘난 척하고 있네.”
  • 윤찬우의 말은 다시 한번 사람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그들은 윤찬우가 죽음을 자초하는 거로 굳게 믿었다.
  • 죽기 직전에 폼 좀 잡아야지, 잡다 보면 어느샌가 바보 멍청이가 되어 있겠지.
  • “찬우 씨 정말 답 없네요.”
  • 반예린은 그에게 완전히 절망해버렸다.
  • ‘됐어, 스스로 죽겠다고 애를 쓰는데 누가 말려? 나도 할만큼은 했어.’
  • 그녀가 절망에 빠져있을 때 룸 문이 벌컥 열리고 성급한 발걸음 소리와 함께 경찰복을 입은 중년 남성이 부하를 몇 명 거느리고 룸 안으로 걸어들어왔다.
  • “지민 씨!”
  • 안에 들어서자마자 중년 경찰이 곧장 유지민에게 다가갔다.
  • “분부하십시오. 이번엔 또 어떤 자식이 말썽입니까?”
  • “저기, 바로 쟤야.”
  • 유지민은 입을 삐죽거리며 윤찬우를 가리켰다.
  • “늘 하던 대로 아무 이유나 둘러대서 데려가. 안에서 잘 보살펴드려야 해. 죽이진 않더라도 껍질 한 층은 모조리 벗겨내야 할 거야. 알겠어?”
  • “늘 하던 대로요? 네, 알겠습니다!”
  • 보아하니 장범철은 한두 번 해본 솜씨가 아니었다. 유지민의 말에 그는 바로 손을 흔들며 부하들에게 윤찬우를 가리켰다.
  • “다들 저 녀석을 체포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