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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바로 죽여

  • “쾅!”
  • 순간 장내에 있던 모든 이가 화들짝 놀랐다. 다들 굉음이 울린 곳으로 고개를 돌린 순간 문밖에서 어느샌가 수백 명의 중화기를 든 병사들이 안으로 쳐들어왔다.
  • 군복차림에 제식소총을 들고 와르르 몰려들어서 순식간에 장내의 모든 이를 포위했다.
  • ‘이건 군부대잖아, 이곳에 어떻게 군부대가 있지? 게다가 왜 무작정 작전 태세를 취하는 거야? 뭐지 이 상황은?’
  • 다들 어안이 벙벙해졌다. 유지민과 그가 불러온 장 팀장까지 전부 멍하니 넋을 놓고 말았다.
  • “다들 정체가 뭐야? 무슨 짓이야 이게?”
  • 장 팀장이 병사들에게 고함을 질렀다. 사실 군인과 경찰은 서로 소속이 다르지만 결국 다 강북 총독에 속한다.
  • 그런 병사들이 지금 왜 총으로 그들을 겨누는 것일까? 대체 왜? 역모라도 꾸밀 셈인가?
  • 하지만 그가 아무리 소리 높게 외쳐도 병사들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은 채 총으로 그들을 겨눴다. 바로 이때 병사들 뒤에서 장교복을 입은 한 중년 장교가 천천히 걸어왔고 그를 본 순간 장 팀장의 두 다리가 부들부들 떨렸다.
  • 남궁연우, 역신이라 불리는 자가 어떻게 이곳에 나타난 것일까?
  • 강화시에서 장 팀장이 가장 무서워하는 사람이 누구냐고 묻는다면 그의 직속 상사가 아닌 바로 전체 강화시를 공포에 떨게 한다는 남궁연우이다!
  • 남궁연우는 용진 캠프 강화구역 사단장 출신이라 수중에 엄청난 병사들을 거느리고 있다.
  • 성격은 난폭하기로 소문이 났고 크게 한 번 화를 낼 때마다 강화시의 일인자도 전혀 체면을 봐주지 않는다.
  • 용진 캠프는 무려 수라 군신의 부하인 4대 군신 중 한 명으로서 애초에 수라 군신이 팔도를 휩쓸 때 4대 군신의 공로도 매우 컸는데 그야말로 무수히 많은 적을 물리쳤다고 할 수 있다!
  • “장관님, 여긴 어쩐 일이십니까?”
  • 장 팀장은 벌벌 떨며 남궁연우에게 다가갔다. 하지만 그가 이제 막 발을 떼려 할 때 펑 하는 소리와 함께 총알이 그의 발밑에 발사됐다. 겨우 1센티미터 차이로 그의 발 옆에 발사됐다!
  • “헛소리 집어치워. 당장 총 내려놓고 손 머리 위로! 전부 무릎 꿇어!”
  • 남궁연우는 장범철을 거들떠보지도 않은 채 단호하게 명령했다.
  • “지금부터 감히 반항하는 자는 전부 죽여버릴 거야!”
  • “장관님, 저는 형사팀 소속인데 용진 캠프에서 무슨 자격으로 저한테 총을 겨눈단 말입니까?”
  • 장범철은 남궁연우가 자신을 거들떠보지 않자 마음이 조급해졌다.
  • 그도 엄연히 형사팀 팀장인데 총까지 압수당했으니 체면이 말이 아니었다.
  • “한마디만 더 지껄이면 당장에서 쏴죽일 거야!”
  • 남궁연우의 날카로운 눈빛에 장 팀장은 겁에 질려 찍소리도 하지 못했다.
  • 평소 기고만장하기로 유명한 그는 남궁연우 앞에서 한없이 다소곳할 따름이었다.
  • 장 팀장이 총을 바치자 그의 부하들도 감히 반항하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고작 이따위 총으로 어찌 감히 군부대와 맞선다는 말인가? 뼈도 추스르지 못 할 노릇인 것을!
  • “남궁연우 씨, 오늘 일은 반드시 마땅한 해명을 하셔야 할 겁니다. 그렇지 않으면 나도 수라 군신께 회보할 때 당신의 이 짓거리까지 일러바칠 거예요. 용진 캠프는 내 총을 압수할 자격이 없다고요!”
  • 장 팀장은 화가 나서 미칠 지경이었다.
  • 그는 오늘 유지민의 부탁을 받고 용돈이나 좀 챙기려고 온 것뿐인데 용돈도 없을뿐더러 용진 캠프한테 총까지 압수당해버렸으니 말이다.
  • 오늘 마땅한 이유를 듣지 못한다면 그는 절대 이대로 포기하지 않을 기세였다.
  • “해명이라고 했어?”
  • 남궁연우가 싸늘한 눈빛으로 그를 쳐다봤다.
  • “넌 지금 마약 밀수 매매에 가담했어. 어때, 이거면 충분해?”
  • 순간 장내가 큰 충격에 휩싸였다.
  • 이 변명은 아까 형사팀에서 윤찬우에게 써먹던 것이 아닌가? 군부대에서 똑같은 이유로 형사팀을 겨냥하다니?
  • “남궁연우 씨, 이러시면 곤란하죠. 오늘 일은 내가 반드시 일러바칠 겁니다!”
  • 장 팀장은 화가 나서 이를 악물었다. 남궁연우의 뻔뻔함에 제대로 약이 오른 모양이었다.
  • “그래, 학수고대하고 있을게.”
  • 남궁연우는 그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으며 바로 손을 흔들었다.
  • “형사팀 버러지 같은 자들을 전부 병영으로 끌고 가! 감히 반항하는 자는 바로 군법으로 처리한다!”
  • “네!”
  • 기세 높이 외치는 쩌렁쩌렁한 목소리는 절대 형사팀의 몇몇 부하들과 비길 수 있는 레벨이 아니었다.
  • 좀 전까지 날뛰었던 몇몇 형사팀 사람들은 일 분도 채 안 될 사이에 룸에서 쫓겨났고 손목이 부러진 형사도 예외 없이 밖으로 내팽개쳐졌다.
  • 순식간에 벌어진 광경에 장내에 있던 사람들은 슬슬 겁에 질렸다. 다음 순서로 자신들까지 잡아가는 건 아닌지 전전긍긍하고 있었다.
  • 한편 남궁연우는 그런 그들을 거들떠보지도 않은 채 윤찬우에게 성큼성큼 다가갔다.
  • 다들 그가 윤찬우를 직접 잡아가려는 줄로 여길 때 뜻밖에도 그는 일 초의 망설임도 없이 윤찬우에게 무릎을 꿇으려 했다.
  • 하지만 무릎을 꿇으려던 찰나, 윤찬우가 재빨리 그에게 곁눈질하며 그의 행동을 제재했다.
  • 남궁연우는 황급히 동작을 멈추고 허리를 곧게 편 채 오른손을 들어 윤찬우에게 군대식 경례를 올렸다.
  • “수장님, 적들을 전부 처리했습니다. 분부 내리십시오!”
  • 수장이란 두 글자에 장내가 큰 충격에 휩싸였다. 다들 못 믿겠다는 표정으로 윤찬우를 쳐다봤다.
  • ‘수장이라니? 남궁연우는 용진 캠프 강화구역 사단장이 아닌가? 윤찬우가 지금 그의 수장이란 말이야? 말도 안 돼. 남궁연우의 수장은 용진 캠프 전왕 인창현 한 명뿐이잖아.’
  • 인창현은 홀로 강북을 장악하고 있어 강북의 일인자가 와도 그의 앞에선 공손해지기 마련이다.
  • 그는 또한 수라 군신 아래 4대 전왕 중 한 명이다.
  • “그래.”
  • 윤찬우가 담담하게 손을 흔들었다.
  • “다들 물러가.”
  • “네, 수장님.”
  • 남궁연우는 추호의 망설임 없이 고개 돌려 병사들에게 손짓했다.
  • “전부 데려간다!”
  • 그의 명령이 떨어지자 수백 명 병사가 다시 한번 살벌한 기세를 내뿜으며 형사팀 사람들을 제압하며 룸 밖을 나섰다.
  • 처음부터 끝까지 전혀 흐트러짐 없이 가지런하게 철수했다.
  • 한편 병사들이 떠난 후 장내에 있던 사람들은 불안한 눈빛으로 윤찬우를 쳐다봤다. 다들 못 믿겠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 ‘지금 잘못 본 거 아니지? 강화구역 사단장 남궁연우가 저 폐인 같은 인간의 명령에 절대복종한단 말인가? 심지어 한마디 대꾸도 없었어. 설마 윤찬우가 정말 이 3년 동안 밖에서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된 걸까?’
  • 사람들은 하나둘씩 윤찬우의 정체를 추측하기 시작했다.
  • “유지민, 또 무슨 수단이 더 남아있어? 얼른 다 꺼내 봐.”
  • 모두가 윤찬우의 정체를 추측하고 있을 때 정작 그는 담담한 눈빛으로 유지민을 쳐다봤다.
  • “내가 말했지. 너 고작 이따위 수법뿐이라면 엄청 실망스러울 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