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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여우 같은 여자

  • 강화시는 규모가 아주 작은 도시라 많은 사람들이 돈만 생기면 이곳을 떠나 더욱 번화한 큰 도시로 떠나곤 한다. 그곳이 수도일지라도...
  • 하지만 윤찬우에게 있어 이곳은 그가 3년 가까이 오매불망 그리던 곳이다. 왜냐하면 이곳에 그가 평생 잊지 못할 사람이 있으니까. 그녀가 바로 그의 아내 반예린이다!
  • 더 정확히 말하자면 그를 데릴사위로 받아준 여인이다.
  • 4년 전, 윤찬우는 막다른 골목에 몰리고 누군가의 함정에 빠져 회사가 망하고 쫓기는 신세에 처했다. 그가 몸에 중상을 입고 누군가의 칼에 십여 차례 찔려 하마터면 길바닥에서 죽을 뻔했을 때 반예린이 그를 구해주고 심지어 그의 모든 빚을 청산해 주었다!
  • 조건은 단 하나, 데릴사위로 그녀의 집안에 들어오는 것, 그녀와 결혼해주는 것이었다!
  • 반씨 가문은 원래부터 강화시의 명문가인데 회사가 망하고 무일푼의 처지에 다다른 윤찬우가 대체 무슨 자격으로 반예린과의 결혼을 꿈꾼다는 말인가?
  • 데릴사위로 들어온 후 그를 맞이한 건 끝없는 비웃음과 차가운 시선뿐이었다.
  • 그의 아내 반예린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녀는 단 한 번도 윤찬우에게 웃는 얼굴로 대한 적 없고 심지어 결혼 후 털끝 하나 건드리지 못하게 했다.
  • 윤찬우는 뒤늦게 알아챘다. 반예린이 그를 데릴사위로 맞이한 건 오롯이 재벌가와의 결혼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 그리고 그는 단지 반예린이 재벌가와의 결혼을 거절할 때 쓰이는 도구일 뿐이었다.
  • 다만 그는 이 모든 걸 알았음에도 사람들의 비웃음과 삿대질을 묵묵히 견뎌냈다. 이유는 바로 애초에 반예린이 그를 위해 모든 빚을 청산해준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서였다.
  • 그러던 3년 전의 어느 날!
  • 윤찬우는 갑자기 암살을 당했고 무심결에 병영에 침입하여 강제로 입대하게 되었다.
  • 그렇게 그는 총도 제대로 들지 못하는 어설픈 병사가 되었고 그 후로 수많은 전쟁에 나서 사람들에게 괴롭힘만 당하던 병사로부터 한 걸음씩 나아가 세상을 휩쓸고 모두를 놀라게 한 수라 군신이 되었다!
  • 이 모든 건 전에 그가 우연히 찾은 신비로운 스킬 한 권 때문인데 이름하여 원 드래곤 스킬이다!
  • 다만 그가 후에 알게 된 바로 이 원 드래곤 스킬은 반 권 뿐이었고 나머지 반 권은 도무지 찾아낼 수 없었다.
  • “3년 만에 드디어 돌아왔네!”
  • 윤찬우는 눈앞에 즐비한 차들을 바라보며 저도 몰래 탄식이 흘러나왔다.
  • “예린아, 3년 전에 데릴사위로 너희 집안에 들어와 모진 비난을 받고 너까지 덩달아 체면을 깎이게 했지. 너마저도 반씨 집안의 웃음거리가 되었었지... 3년이 지났어. 나 드디어 돌아왔다! 이 3년 동안 너에게 빚진 거 백배로 보상해줄게. 오늘부로 난 이 세상에 아무도 감히 널 비웃지 못하게 할 거야. 모든 이가 너에게 복종 받게 해줄게!”
  • 윤찬우는 걸음을 내디디며 기억 속의 반씨 일가를 향해 걸어갔다.
  • 하지만 가는 길 도중에 그는 우연찮케 핑크 뷰티 샵에서 걸어 나오는 한 중년 여성과 마주치게 되었다.
  • 그녀는 파운데이션을 두껍게 펴 발랐지만 얼굴 가득한 주름을 여전히 가릴 수 없었다.
  • “어이 젊은이, 들어와서 놀다 가시지? 2만 원이면 돼. 원하는 건 마음껏 할 수 있다고. 어때? 한번 놀아볼래?”
  • 중년 여성은 앞으로 다가가 윤찬우를 잡아당기려 했다. 하지만 그는 당연히 이런 여자가 자신의 옷깃을 스치게 할 리 없었다.
  • 이런 여자 따위는 2만 원이 아니라 공짜로 준다 해도 역겹기 그지없으니까!
  • “꺼져 당장!”
  • 윤찬우는 미간을 확 찌푸리곤 성큼성큼 자리를 떠나려 했다.
  • 하지만 바로 이때 중년 여성이 다시 한번 들이댔다.
  • “에이 쪼잔하게 그러지 말고 한번 와보라니까. 잘생긴 청년이 고작 2만 원도 없어?”
  • “당장 꺼지라고!”
  • 윤찬우는 차갑게 말을 내뱉었다. 하지만 그의 말이 떨어지기 바쁘게 섹시한 여인 한 명이 앞에 불쑥 나타나더니 그를 알아본 듯싶었다.
  • “윤찬우 씨? 나 잘못 본 거 아니죠? 아직 살아있었어요? 3년이나 실종됐기에 난 또 진작 죽은 줄 알았죠. 아직 살아있었네요.”
  • “유정아?”
  • 윤찬우도 그녀를 알아봤다. 그녀는 바로 반예린의 단짝이었다.
  • 애초에 그가 데릴사위로 반씨 일가에 발을 들일 때 유정아는 종일 반예린 앞에서 갖은 수법으로 그를 비난했고 심지어 헛소문까지 지어내며 두 사람을 이혼시키려고 애썼다.
  • “어머, 진짜 찬우 씨네요!”
  • 유정아는 두 눈을 커다랗게 뜨고 못 믿겠다는 듯 그를 빤히 쳐다봤다.
  • “혹시나 사람 잘못 본 줄 알았는데. 그러게, 찬우 씨 같은 멍청이랑 똑같게 생긴 사람이 또 어디 있겠어요?”
  • 윤찬우가 반예린과 결혼한 그 날부터 유정아는 단 한 번도 그를 존중한 적이 없다.
  • 그도 그럴 것이 반예린은 반씨 집안의 귀한 딸이라 그녀를 따르는 잘 생기고 돈 많은 젊은 남자들이 줄을 섰는데 하필이면 무일푼에 빚까지 산더미처럼 진 윤찬우 바보 멍청이를 골랐으니 화가 안 날 수 없었다.
  • “예린이는 어디 있어?”
  • 윤찬우는 그녀와 불필요한 말을 섞고 싶지 않았다. 그에게 있어 유정아는 한낱 개미에 불과했으니 불필요한 말은 단 한 글자도 내뱉고 싶지 않았다.
  • “네? 아직도 뻔뻔스럽게 예린이를 찾는 거예요?”
  • 유정아는 쓴웃음을 지으며 하찮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 “3년이나 훌쩍 떠나버리고 문자 한 통 없더니 돌아오자마자 이런 데나 드나들어요? 놀려면 제대로 놀 것이지, 고작 이런 년을 찾아요? 이 년은 2만 원도 안 되죠? 찬우 씨 정말 역겹네요! 경고하는데 당장 꺼지세요. 예린이 기분 더럽히지 말라고요!”
  • 보아하니 그녀는 윤찬우가 외로움을 못 견디고 길바닥에서 아무 업소나 찾아 그렇고 그럴싸한 짓거리나 하는 줄로 여긴 게 틀림없었다.
  • ‘찾아도 하필이면 이런 년을 찾다니, 역겨워 죽겠어 정말!’
  • “나 같은 년이 뭐 어때서?”
  • 유정아의 비아냥거림에 중년 여성이 버럭 화를 냈다.
  • “나 이래 봬도 하루에 손님 수십 명은 홀가분히 받아. 나랑 함께 자려는 사람이 어디까지 줄 섰는지 알기나 해? 내가 또 한 솜씨 하거든. 나랑 자면 얼마나 호강하는지 몰라! 너 따위 계집년이 뭘 안다고 까불어?”
  • “난 그저 이 길을 지나간 것뿐이야. 이곳 손님이 아니라고!”
  • 유정아의 한심한 얘기에 윤찬우가 참지 못하고 미간을 확 찌푸렸다. 그녀 따위 오해하든 말든 상관없지만 제발 반예린만큼은 오해하지 말아줬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 “놀면 놀았지 뭘 또 부정해요? 윤찬우 씨, 3년 만에 봤는데 여전히 찌질하시네요.”
  • 유정아는 아예 그의 말을 새겨듣지 않았다.
  • “애초에 예린이가 눈이 멀었지. 어떻게 당신 같은 사람을 선택했어?! 이번 일은 반드시 예린이한테 알릴 거예요. 두 사람 반드시 이혼하게 할 거야!”
  • 말이 떨어지기 바쁘게 유정아는 섹시한 하이힐을 또각거리며 고개를 홱 돌린 채 자리를 떠나버렸다. 하지만 윤찬우가 그녀를 덥석 잡으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 “예린이 지금 어디 있어? 나랑 함께 예린이한테 가!”
  • “왜요? 예린이 만나려고요? 당신이 가당키나 해요?”
  • 유정아가 쓴웃음을 지으며 말을 이어갔다.
  • “예린이 어디 있는지 궁금하죠? 좋아요, 지금 바로 알려드릴게요. 예린이는 피닉스 호텔에서 유지민 씨랑 데이트하고 있어요. 유지민 씨 아시죠? LS 그룹 회장님의 외아들, 자산이 무려 수백억 원이에요. 그런 지민 씨가 예린이를 3년이나 쫓아다녔어요. 예린이는 지금 찬우 씨랑 이혼하고 지민 씨한테 시집갈 준비를 하고 있어요.”
  • “뭐라고? 시집을 가?”
  • 그녀의 말을 들은 윤찬우는 표정이 확 일그러졌다.
  • 3년이나 떨어져 있었고 이제 막 돌아왔는데 반예린은 다른 사람과 결혼을 준비하고 있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