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시는 규모가 아주 작은 도시라 많은 사람들이 돈만 생기면 이곳을 떠나 더욱 번화한 큰 도시로 떠나곤 한다. 그곳이 수도일지라도...
하지만 윤찬우에게 있어 이곳은 그가 3년 가까이 오매불망 그리던 곳이다. 왜냐하면 이곳에 그가 평생 잊지 못할 사람이 있으니까. 그녀가 바로 그의 아내 반예린이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그를 데릴사위로 받아준 여인이다.
4년 전, 윤찬우는 막다른 골목에 몰리고 누군가의 함정에 빠져 회사가 망하고 쫓기는 신세에 처했다. 그가 몸에 중상을 입고 누군가의 칼에 십여 차례 찔려 하마터면 길바닥에서 죽을 뻔했을 때 반예린이 그를 구해주고 심지어 그의 모든 빚을 청산해 주었다!
조건은 단 하나, 데릴사위로 그녀의 집안에 들어오는 것, 그녀와 결혼해주는 것이었다!
반씨 가문은 원래부터 강화시의 명문가인데 회사가 망하고 무일푼의 처지에 다다른 윤찬우가 대체 무슨 자격으로 반예린과의 결혼을 꿈꾼다는 말인가?
데릴사위로 들어온 후 그를 맞이한 건 끝없는 비웃음과 차가운 시선뿐이었다.
그의 아내 반예린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녀는 단 한 번도 윤찬우에게 웃는 얼굴로 대한 적 없고 심지어 결혼 후 털끝 하나 건드리지 못하게 했다.
윤찬우는 뒤늦게 알아챘다. 반예린이 그를 데릴사위로 맞이한 건 오롯이 재벌가와의 결혼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그는 단지 반예린이 재벌가와의 결혼을 거절할 때 쓰이는 도구일 뿐이었다.
다만 그는 이 모든 걸 알았음에도 사람들의 비웃음과 삿대질을 묵묵히 견뎌냈다. 이유는 바로 애초에 반예린이 그를 위해 모든 빚을 청산해준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던 3년 전의 어느 날!
윤찬우는 갑자기 암살을 당했고 무심결에 병영에 침입하여 강제로 입대하게 되었다.
그렇게 그는 총도 제대로 들지 못하는 어설픈 병사가 되었고 그 후로 수많은 전쟁에 나서 사람들에게 괴롭힘만 당하던 병사로부터 한 걸음씩 나아가 세상을 휩쓸고 모두를 놀라게 한 수라 군신이 되었다!
이 모든 건 전에 그가 우연히 찾은 신비로운 스킬 한 권 때문인데 이름하여 원 드래곤 스킬이다!
다만 그가 후에 알게 된 바로 이 원 드래곤 스킬은 반 권 뿐이었고 나머지 반 권은 도무지 찾아낼 수 없었다.
“3년 만에 드디어 돌아왔네!”
윤찬우는 눈앞에 즐비한 차들을 바라보며 저도 몰래 탄식이 흘러나왔다.
“예린아, 3년 전에 데릴사위로 너희 집안에 들어와 모진 비난을 받고 너까지 덩달아 체면을 깎이게 했지. 너마저도 반씨 집안의 웃음거리가 되었었지... 3년이 지났어. 나 드디어 돌아왔다! 이 3년 동안 너에게 빚진 거 백배로 보상해줄게. 오늘부로 난 이 세상에 아무도 감히 널 비웃지 못하게 할 거야. 모든 이가 너에게 복종 받게 해줄게!”
윤찬우는 걸음을 내디디며 기억 속의 반씨 일가를 향해 걸어갔다.
하지만 가는 길 도중에 그는 우연찮케 핑크 뷰티 샵에서 걸어 나오는 한 중년 여성과 마주치게 되었다.
그녀는 파운데이션을 두껍게 펴 발랐지만 얼굴 가득한 주름을 여전히 가릴 수 없었다.
“어이 젊은이, 들어와서 놀다 가시지? 2만 원이면 돼. 원하는 건 마음껏 할 수 있다고. 어때? 한번 놀아볼래?”
중년 여성은 앞으로 다가가 윤찬우를 잡아당기려 했다. 하지만 그는 당연히 이런 여자가 자신의 옷깃을 스치게 할 리 없었다.
이런 여자 따위는 2만 원이 아니라 공짜로 준다 해도 역겹기 그지없으니까!
“꺼져 당장!”
윤찬우는 미간을 확 찌푸리곤 성큼성큼 자리를 떠나려 했다.
하지만 바로 이때 중년 여성이 다시 한번 들이댔다.
“에이 쪼잔하게 그러지 말고 한번 와보라니까. 잘생긴 청년이 고작 2만 원도 없어?”
“당장 꺼지라고!”
윤찬우는 차갑게 말을 내뱉었다. 하지만 그의 말이 떨어지기 바쁘게 섹시한 여인 한 명이 앞에 불쑥 나타나더니 그를 알아본 듯싶었다.
“윤찬우 씨? 나 잘못 본 거 아니죠? 아직 살아있었어요? 3년이나 실종됐기에 난 또 진작 죽은 줄 알았죠. 아직 살아있었네요.”
“유정아?”
윤찬우도 그녀를 알아봤다. 그녀는 바로 반예린의 단짝이었다.
애초에 그가 데릴사위로 반씨 일가에 발을 들일 때 유정아는 종일 반예린 앞에서 갖은 수법으로 그를 비난했고 심지어 헛소문까지 지어내며 두 사람을 이혼시키려고 애썼다.
“어머, 진짜 찬우 씨네요!”
유정아는 두 눈을 커다랗게 뜨고 못 믿겠다는 듯 그를 빤히 쳐다봤다.
“혹시나 사람 잘못 본 줄 알았는데. 그러게, 찬우 씨 같은 멍청이랑 똑같게 생긴 사람이 또 어디 있겠어요?”
윤찬우가 반예린과 결혼한 그 날부터 유정아는 단 한 번도 그를 존중한 적이 없다.
그도 그럴 것이 반예린은 반씨 집안의 귀한 딸이라 그녀를 따르는 잘 생기고 돈 많은 젊은 남자들이 줄을 섰는데 하필이면 무일푼에 빚까지 산더미처럼 진 윤찬우 바보 멍청이를 골랐으니 화가 안 날 수 없었다.
“예린이는 어디 있어?”
윤찬우는 그녀와 불필요한 말을 섞고 싶지 않았다. 그에게 있어 유정아는 한낱 개미에 불과했으니 불필요한 말은 단 한 글자도 내뱉고 싶지 않았다.
“네? 아직도 뻔뻔스럽게 예린이를 찾는 거예요?”
유정아는 쓴웃음을 지으며 하찮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3년이나 훌쩍 떠나버리고 문자 한 통 없더니 돌아오자마자 이런 데나 드나들어요? 놀려면 제대로 놀 것이지, 고작 이런 년을 찾아요? 이 년은 2만 원도 안 되죠? 찬우 씨 정말 역겹네요! 경고하는데 당장 꺼지세요. 예린이 기분 더럽히지 말라고요!”
보아하니 그녀는 윤찬우가 외로움을 못 견디고 길바닥에서 아무 업소나 찾아 그렇고 그럴싸한 짓거리나 하는 줄로 여긴 게 틀림없었다.
‘찾아도 하필이면 이런 년을 찾다니, 역겨워 죽겠어 정말!’
“나 같은 년이 뭐 어때서?”
유정아의 비아냥거림에 중년 여성이 버럭 화를 냈다.
“나 이래 봬도 하루에 손님 수십 명은 홀가분히 받아. 나랑 함께 자려는 사람이 어디까지 줄 섰는지 알기나 해? 내가 또 한 솜씨 하거든. 나랑 자면 얼마나 호강하는지 몰라! 너 따위 계집년이 뭘 안다고 까불어?”
“난 그저 이 길을 지나간 것뿐이야. 이곳 손님이 아니라고!”
유정아의 한심한 얘기에 윤찬우가 참지 못하고 미간을 확 찌푸렸다. 그녀 따위 오해하든 말든 상관없지만 제발 반예린만큼은 오해하지 말아줬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놀면 놀았지 뭘 또 부정해요? 윤찬우 씨, 3년 만에 봤는데 여전히 찌질하시네요.”
유정아는 아예 그의 말을 새겨듣지 않았다.
“애초에 예린이가 눈이 멀었지. 어떻게 당신 같은 사람을 선택했어?! 이번 일은 반드시 예린이한테 알릴 거예요. 두 사람 반드시 이혼하게 할 거야!”
말이 떨어지기 바쁘게 유정아는 섹시한 하이힐을 또각거리며 고개를 홱 돌린 채 자리를 떠나버렸다. 하지만 윤찬우가 그녀를 덥석 잡으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예린이 지금 어디 있어? 나랑 함께 예린이한테 가!”
“왜요? 예린이 만나려고요? 당신이 가당키나 해요?”
유정아가 쓴웃음을 지으며 말을 이어갔다.
“예린이 어디 있는지 궁금하죠? 좋아요, 지금 바로 알려드릴게요. 예린이는 피닉스 호텔에서 유지민 씨랑 데이트하고 있어요. 유지민 씨 아시죠? LS 그룹 회장님의 외아들, 자산이 무려 수백억 원이에요. 그런 지민 씨가 예린이를 3년이나 쫓아다녔어요. 예린이는 지금 찬우 씨랑 이혼하고 지민 씨한테 시집갈 준비를 하고 있어요.”
“뭐라고? 시집을 가?”
그녀의 말을 들은 윤찬우는 표정이 확 일그러졌다.
3년이나 떨어져 있었고 이제 막 돌아왔는데 반예린은 다른 사람과 결혼을 준비하고 있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