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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처제

  • 그녀는 바로 반씨 집안의 둘째 딸이자 반예린의 친여동생, 윤찬우의 처제 반예원이었다!
  • ‘쟤가 왜 여기 있지?’
  • 윤찬우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3년 전 반씨 가문에 계속 지낼 때 반예원은 고3 학생이었는데 어떻게 3년 만에 술집에 드나드는 걸까? 게다가 보아하니 술도 적잖게 마신 것 같은데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과 몽롱한 눈빛, 버건디색으로 염색한 머리와 흰색 미니스커트까지 만화 속에서 튀어나온 풋풋한 여자애 같았다.
  • 그녀 옆엔 날라리 네댓 명 앉아있었는데 팔뚝에 새긴 문신과 알록달록한 머리 색상이 한눈에 봐도 점잖은 사람이 아님을 알아챌 수 있었다.
  • “예원아, 이리 와서 한잔 더 해야지.”
  • “이 잔만 마시면 내가 집까지 바래다줄게.”
  • 그중 한 건달이 술잔을 들고 신속하게 손에서 분말을 툭툭 털어 잔에 떨어트렸다. 다른 한 건달은 반예원을 꽉 잡고 강제로 그녀 입에 술을 부어 넣을 기세였다.
  • “나 더이상 못 마셔요.”
  • 반예원은 어렴풋한 눈길로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녀는 이미 술에 취해 혼미해질 지경이었다!
  • “그럼 안 되지. 지금 오빠들 체면 안 봐주는 거야?”
  • 건달들은 서로 마주 보더니 술잔을 들고 반예원의 입가에 쏟아부으려 했다.
  • 그녀는 몇몇 건달에게 짓눌려 도통 반항할 수 없었다. 그렇게 맥주 한 잔 다 마신 후 녀석들은 또다시 그녀를 부축해 문밖을 나서려 했다.
  • “가자, 예원아. 오늘 밤 우리랑 즐겁게 보내야지.”
  • “이 년이 전에도 놀아났는지 모르겠네. 만약 그런 경험이 없다면 우리 오늘 땡잡은 거 아니야?”
  • “그게 뭐가 대수야? 어차피 이 년이랑 결혼할 것도 아닌데 누구한테 몹쓸 짓을 당했는지 알 필요 없어.”
  • “맞아. 우리가 알 바 아니지.”
  • 몇몇 건달들은 반예원을 이끌고 인파를 비집으며 문밖을 향해 걸어갔다. 한편 그녀는 만취 상태로 눈도 제대로 뜨지 못했다.
  • 그들이 문 앞에 다다랐을 때 누군가 불쑥 앞에 나타났다.
  • “그 손 당장 놔.”
  • “X발 너 뭐야?”
  • 자신들의 좋은 일을 망치려 하는 사람을 보자 건달들은 기분이 확 잡쳐 버럭 화를 냈다.
  • “당장 꺼져! 네 머리통을 박살 내기 전에!”
  • “젠장, 감히 우리 일에 간섭해? 우리가 어떤 사람인 줄 알기나 해?”
  • 건달들은 술의 힘을 빌려 눈에 뵈는 게 없었다.
  • “다시 한번 말할게. 그 여자 당장 내려놓고 꺼져 다들!”
  • 그들 앞을 가로막은 사람은 바로 아까부터 줄곧 그들을 지켜보던 윤찬우였다.
  • 처제인 반예원이 비록 평소에 그에게 수없이 모질게 굴었고 그를 헐뜯지 못해 안달이었지만 어쨌거나 그녀는 반예린의 친여동생이었다. 반예린만 아니면 그도 반예원 따위 신경 쓸 리가 없다.
  • “이 자식이 사람 말귀를 못 알아들어?”
  • 윤찬우가 끝까지 버티고 서 있자 건달 중 한 명이 홧김에 맥주병을 들고 그의 머리를 내리치려 했다.
  • 만약 이대로 내리친다면 윤찬우의 머리에서 틀림없이 피가 철철 흘러내릴 테지만 고작 이 건달들 따윈 그에게 상대가 되지 않았다.
  • 맥주병을 미처 내리치지도 못했는데 윤찬우가 손을 번쩍 들어 건달의 얼굴에 뺨 한 대 후려쳤다. 순간 건달의 얼굴에 시퍼런 멍이 들었고 치아까지 몇 대 빠져나갔다.
  • 그의 뺨 한 대에 건달은 두 다리가 벌벌 떨렸고 털썩하는 소리와 함께 윤찬우 앞에 무릎을 꿇고 말았다.
  • “뭐야 X발! 이 자식 감히 우리 애한테 손을 대? 다들 덮쳐! 저 자식 당장 패버려!”
  • 건달들은 곧바로 윤찬우에게 달려들었다. 하지만 나른한 그들의 손바닥 따위 어찌 무수히 많은 살인을 저지른 윤찬우에게 상대가 될까?
  • 다들 손도 미처 들지 못한 채 윤찬우의 오른발에 걷어차여 콰당 소리와 함께 뼈가 부러졌다. 몇몇 건달들은 바닥에 주저앉아 목이 빠지게 비명을 질렀다.
  • “두당 다리 한 대씩 처벌이야!”
  • 윤찬우는 더이상 말을 섞고 싶지 않아 그들의 다리를 한 대씩 걷어찼다. 건달들은 뼈가 으스러지는 고통에 비명을 질렀고 윤찬우는 만취 상태의 반예원을 부축하며 문밖을 나섰다.
  • 하지만 이제 막 걸음을 떼려는데 그가 불쑥 미간을 확 찌푸렸다. 반예원이 취기가 올라서인지 아니면 다른 영문인지 갑자기 손으로 윤찬우의 몸을 더듬었다. 게다가 얼굴은 빨갛게 달아올랐고 그의 어깨에 기대 숨을 헐떡이며 심지어 그의 귓가에 입김을 불기까지 했다.
  • “정신 차려!”
  • 윤찬우는 그녀를 부축한 채 빈 곳을 찾아가 자리에 앉았다. 그가 아무리 높게 불러봐도 반예원은 찰떡처럼 그의 몸에 달라붙어 한사코 떨어지질 않았다. 윤찬우가 어떻게 밀쳐내든 그녀는 꿈쩍없이 그에게 달라붙었다.
  • “하, 나.. 나 하고 싶어... 얼른 날 가져. 빨리, 빨리 하란 말이야. 나 안 될 것 같아...”
  • 반예원은 그의 귓가에 입김을 불어 넣으며 심지어 가끔 입술까지 그의 목에 스쳤다.
  • 촉촉한 느낌에 윤찬우는 미간을 확 찌푸렸다.
  • “반예원, 제발 정신 좀 차려!”
  • 윤찬우는 손을 들어 그녀의 등에 갖다 대더니 한줄기 고순도 에너지가 순식간에 그의 손가락 사이로 뿜어져 나와 그녀 몸에 침투되었다. 보아하니 좀 전에 몇몇 건달이 그녀 술에 약을 탄 게 분명했다.
  • 약 성분이 무엇인지는 말하지 않아도 알 듯싶었다.
  • “으음...”
  • 에너지가 퍼지자 반예원은 그제야 편안해졌는지 야릇한 신음을 냈는데 그 소리는 윤찬우의 귓가에 울려 퍼져 그의 가슴까지 확 조였다.
  • 다만 윤찬우는 전혀 동요되지 않았다. 3년 동안 그는 수많은 유혹을 마주하게 됐는데 집안이며 몸매며 미모까지 반예원보다 수백 배는 뛰어난 미인들이었기에 고작 이런 유혹 따위 그에겐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 “윤, 찬우?”
  • 잠시 후 반예원이 정신을 차리고 두 눈을 비비며 눈앞의 남자를 빤히 쳐다봤다. 그녀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고개를 마구 내저었다.
  • “아닐 거야. 나 많이 취했네. 윤찬우 그 폐인은 진작 실종됐어. 이미 죽었을지도 몰라. 어떻게 내 눈앞에 있을 리가 있겠냐고? 술은? 술 어디 있어? 나 더 마실래!”
  • 반예원은 자신이 취한 줄 알고 손을 내밀며 또다시 술을 찾아 헤맸다. 하지만 그녀의 작은 손이 윤찬우를 스친 순간, 진실된 촉감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 반예원은 두 눈을 부릅뜨고 윤찬우를 빤히 쳐다보더니 이내 섬뜩할 만큼 소름 끼치는 비명을 질렀다.
  • “윤찬우, 이 폐인 바보 멍청이. 네가 왜 여기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