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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화 굴욕

  • “뭐? 내가 지금 잘못 들은 거 아니지?”
  • 윤찬우의 말에 소현주는 마치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우스갯소리라도 들은 것처럼 웃음을 터뜨리며 그를 빤히 쳐다보았다.
  • “너같이 못난 놈이 용씨 가문의 회장님을 직접 와서 무릎 꿇고 사과하게 만든다고? 회장님 얼굴도 못 볼 것 같은데?”
  • 그녀는 윤찬우의 허세가 하늘을 찌른다고 생각했다. 용씨 가문의 회장이 어떤 분인가? 강화시 최고 대가문의 회장이다. 강화시의 시장마저 회장을 만나려면 예약해야 하는 정도인데 윤찬우는 오죽하겠는가!
  • 아무런 재주도 없는 못난 놈이 허세는 많아가지고!
  • “저한테 하루만 시간 주세요. 만약 그렇게 하지 못하면 예린이랑 법원 가서 이혼할게요!”
  • 윤찬우는 소현주를 차갑게 쳐다보며 말을 이었다.
  • “만약 제가 해낸다면 다시는 이혼 얘기 꺼내지 말아요!”
  • “하하, 진짜 해낸다면 예린이가 다시 너한테 시집가겠다고 해도 말리지 않아!”
  • 소현주는 코웃음을 쳤다. 그녀는 그가 절대 하지 못할 것이라 확신했다.
  • 몸값이 2천억의 LS 그룹 회장도 이리 잘난 체하지 못하는데 고작 윤찬우가 해낸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 “약속했어요!”
  • 더는 얘기하기 귀찮았던 윤찬우는 반예린에게 이렇게 말했다.
  • “하루 뒤에 용씨 가문 회장이 너한테 직접 와서 무릎 꿇고 사과할 거니까 기다려!”
  • “찬우 씨, 제발 그만 해요. 대체 언제까지 허세를 부릴 셈이에요?”
  • 반예린이 참다못해 윤찬우에게 소리를 질렀다. 그녀의 눈에 윤찬우의 모든 말은 그냥 다 허세에 불과했다.
  • “허세가 아니라 난 내뱉은 말은 무조건 약속 지켜!”
  • 윤찬우가 그녀를 보며 말했다.
  • “그리고 넌 한 번 더 내 신부 할 준비만 하면 돼!”
  • “하하, 윤찬우, 그 정도 확신이 있으면 내일 용씨 어르신의 생신이신데 생신 축하 자리에서 이 일 해결하는 건 어때?”
  • 소현주는 윤찬우를 보며 비웃었다. 내일이 바로 용씨 어르신의 칠순 생신이었다. 그때가 되면 강화시의 잘 나가는 거물들이 전부 한자리에 모일 것이다.
  • 그녀는 윤찬우가 용씨 저택의 문이라도 들어갈 수 있을지 확인하고 싶었다.
  • “내일이라고 했죠? 알겠어요!”
  • 윤찬우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 사실 그는 전화 한 통이면 용씨 가문의 일을 해결할 수 있었다. 하여 내일이든 오늘 밤이든 별반 다를 게 없었다.
  • “아 참, 깜빡할 뻔했네. 초대장이 없으면 용씨 저택의 대문도 들어갈 수 없어!”
  • 소현주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 “전 초대장 필요 없어요!”
  • 윤찬우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고작 용씨 가문을 상대하는데 초대장까지 있어야 하는가? 누가 감히 그를 막아서겠는가?
  • “계속 그렇게 잘난 척해봐!”
  • 소현주가 쌀쌀맞게 말했다.
  • “그때 가서 안으로 들어오지 못해 망신이나 당하지 말고!”
  • “이 세상에 제가 갈 수 없는 곳은 없어요!”
  • 더는 얘기하기 귀찮았던 윤찬우는 반예린을 힐끗 쳐다보고는 자리를 떠났다. 윤찬우가 떠난 후 반예린은 원망 섞인 얼굴로 소현주를 쳐다보았다.
  • “엄마, 찬우 씨가 내일 용씨 저택 대문도 못 들어갈 걸 뻔히 알면서 왜 어르신 생신에 오라고 했어요?”
  • 용씨 어르신의 생신 연회에 가려면 충분한 자격이 있어야 했다. 반씨 가문도 초대장이 몇 장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 또한 용씨 가문에서 일부러 그들에게 모욕을 주려는 방식이었다. 안 그랬으면 그녀도 용씨 저택의 대문에 발을 디딜 자격이 없었을 것이다.
  • “흥, 쟤가 지금 굴욕을 자초하고 있잖아. 그러니 내가 기회를 줘야지!”
  • 소현주는 조롱 섞인 얼굴로 웃었다.
  • “왜? 반예린, 너 설마 쟤가 가여워? 아까 걔가 한 얘기 못 들었어? 하루면 용씨 가문 회장님을 네 앞에 무릎 꿇고 사과하게 하겠다잖아. 이게 정상적인 사람이 할 소리야? 내 말 잘 들어, 예린아. 쟤 같이 못난 놈은 가여워할 가치도 없어. 굳이 굴욕을 자초하겠다면 우리가 도와줘야지!”
  • “내일이 지나면 당장 법원 가서 이혼해. 그러면 넌 유지민한테 시집갈 수 있어! 유씨 가문의 세력이 용씨 가문보다는 많이 못 하지만 적어도 우리 반씨 가문의 부담은 덜어줄 수 있어. 너도 알잖아, 네 할아버지 요즘 얼마나 화를 내시는지.”
  • “그런데...”
  • 소현주의 말에 반예린이 뭔가 얘기하려 했지만 소현주가 그녀의 말을 가로챘다.
  • “그런데는 무슨 그런데야. 너 이미 3년이나 생과부로 지냈어. 계속 저런 못난 놈이랑 살면서 너의 청춘을 낭비할 셈이야?”
  • “그러니까 말이야. 언니, 저 못난 놈이 뭐가 좋다고 그래? 대체 어디가 좋아? 아까 나한테 그런 짓까지 하려 했다고...”
  • 반예원이 옆에서 계속 불난 집에 부채질했다. 그녀는 형부에 대해 호감이 눈곱만큼도 없었다.
  • “예원아, 다시 한번 말해봐. 아까 네가 한 얘기 정말 다 사실이야?”
  • 반예린은 반예원을 날카롭게 째려보았다. 화들짝 놀란 반예원은 고개를 푹 숙이고 입술을 깨문 채 반예린을 쳐다보지 못했다. 이 집안에서 가장 무서운 사람이 언니였다!
  • “뭐 하는 거야? 너 지금 예원이 거짓말했다고 의심하는 거야?”
  • 반예린의 말에 소현주가 참지 못하고 나섰다.
  • “너 동생이 어떤 사람인지 몰라서 그래? 동생을 믿지 않고 윤찬우 그 짐승만도 못한 놈을 믿어?”
  • “그러니까 말이야, 언니는 왜 날 안 믿어?”
  • 소현주가 자신의 편에 서니 반예원은 더할 나위 없이 기고만장했다.
  • “그래, 널 믿으라는 거지?”
  • 반예린이 차갑게 말했다.
  • “그럼 내일 경찰더러 그 술집 CCTV 확인해달라고 할게. 만약 네 말이 사실이면 바로 신고해서 찬우 씨를 잡아넣을 거야. 하지만 네가 일부러 거짓말하고 찬우 씨를 모함하는 거라면...”
  • “안 돼, 신고하면 안 돼. CCTV 확인은 더욱 안 되고...”
  • 술집 CCTV를 확인하겠다는 그녀의 말에 반예원은 당황해서 어쩔 줄을 몰라 했다.
  • “예린아, 너 어떻게 윤찬우랑 같이 동생을 괴롭힐 수 있어?”
  • 거칠게 몰아붙이는 반예린의 모습에 소현주도 가만히 있질 않았다.
  • “괜히 일을 크게 벌였다가 얘가 나중에 얼굴을 어떻게 들고 다녀!”
  • “쟤 체면만 중요하고 찬우 씨의 체면은 중요하지 않나요?”
  • 반예린도 날카롭게 쏘아붙였다. 비록 윤찬우를 미워했지만 반예원의 수작을 진작 눈치챘다.
  • “걔처럼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놈이 체면이 뭐가 중요해!”
  • 소현주는 그의 체면 따위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 “3년 동안 무슨 파렴치한 짓을 했을지 누가 알아! 어쩌면 밖에서 엄청난 일을 저질러 놓고 우리 반씨 가문에 도망 왔을지도 모르지! 그리고 예원이가 걔를 모함하면 뭐? 못난 놈 주제에 어딜 감히 우리 예원이의 체면이랑 비교해!”
  • “엄마...”
  • 반예린이 뭔가 얘기하려 했지만 소현주가 가로챘다.
  • “됐어, 그만 얘기해. 내일 지나면 당장 그놈이랑 이혼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