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찬우의 말에 소현주는 마치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우스갯소리라도 들은 것처럼 웃음을 터뜨리며 그를 빤히 쳐다보았다.
“너같이 못난 놈이 용씨 가문의 회장님을 직접 와서 무릎 꿇고 사과하게 만든다고? 회장님 얼굴도 못 볼 것 같은데?”
그녀는 윤찬우의 허세가 하늘을 찌른다고 생각했다. 용씨 가문의 회장이 어떤 분인가? 강화시 최고 대가문의 회장이다. 강화시의 시장마저 회장을 만나려면 예약해야 하는 정도인데 윤찬우는 오죽하겠는가!
아무런 재주도 없는 못난 놈이 허세는 많아가지고!
“저한테 하루만 시간 주세요. 만약 그렇게 하지 못하면 예린이랑 법원 가서 이혼할게요!”
윤찬우는 소현주를 차갑게 쳐다보며 말을 이었다.
“만약 제가 해낸다면 다시는 이혼 얘기 꺼내지 말아요!”
“하하, 진짜 해낸다면 예린이가 다시 너한테 시집가겠다고 해도 말리지 않아!”
소현주는 코웃음을 쳤다. 그녀는 그가 절대 하지 못할 것이라 확신했다.
몸값이 2천억의 LS 그룹 회장도 이리 잘난 체하지 못하는데 고작 윤찬우가 해낸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약속했어요!”
더는 얘기하기 귀찮았던 윤찬우는 반예린에게 이렇게 말했다.
“하루 뒤에 용씨 가문 회장이 너한테 직접 와서 무릎 꿇고 사과할 거니까 기다려!”
“찬우 씨, 제발 그만 해요. 대체 언제까지 허세를 부릴 셈이에요?”
반예린이 참다못해 윤찬우에게 소리를 질렀다. 그녀의 눈에 윤찬우의 모든 말은 그냥 다 허세에 불과했다.
“허세가 아니라 난 내뱉은 말은 무조건 약속 지켜!”
윤찬우가 그녀를 보며 말했다.
“그리고 넌 한 번 더 내 신부 할 준비만 하면 돼!”
“하하, 윤찬우, 그 정도 확신이 있으면 내일 용씨 어르신의 생신이신데 생신 축하 자리에서 이 일 해결하는 건 어때?”
소현주는 윤찬우를 보며 비웃었다. 내일이 바로 용씨 어르신의 칠순 생신이었다. 그때가 되면 강화시의 잘 나가는 거물들이 전부 한자리에 모일 것이다.
그녀는 윤찬우가 용씨 저택의 문이라도 들어갈 수 있을지 확인하고 싶었다.
“내일이라고 했죠? 알겠어요!”
윤찬우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 사실 그는 전화 한 통이면 용씨 가문의 일을 해결할 수 있었다. 하여 내일이든 오늘 밤이든 별반 다를 게 없었다.
“아 참, 깜빡할 뻔했네. 초대장이 없으면 용씨 저택의 대문도 들어갈 수 없어!”
소현주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전 초대장 필요 없어요!”
윤찬우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고작 용씨 가문을 상대하는데 초대장까지 있어야 하는가? 누가 감히 그를 막아서겠는가?
“계속 그렇게 잘난 척해봐!”
소현주가 쌀쌀맞게 말했다.
“그때 가서 안으로 들어오지 못해 망신이나 당하지 말고!”
“이 세상에 제가 갈 수 없는 곳은 없어요!”
더는 얘기하기 귀찮았던 윤찬우는 반예린을 힐끗 쳐다보고는 자리를 떠났다. 윤찬우가 떠난 후 반예린은 원망 섞인 얼굴로 소현주를 쳐다보았다.
“엄마, 찬우 씨가 내일 용씨 저택 대문도 못 들어갈 걸 뻔히 알면서 왜 어르신 생신에 오라고 했어요?”
용씨 어르신의 생신 연회에 가려면 충분한 자격이 있어야 했다. 반씨 가문도 초대장이 몇 장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 또한 용씨 가문에서 일부러 그들에게 모욕을 주려는 방식이었다. 안 그랬으면 그녀도 용씨 저택의 대문에 발을 디딜 자격이 없었을 것이다.
“흥, 쟤가 지금 굴욕을 자초하고 있잖아. 그러니 내가 기회를 줘야지!”
소현주는 조롱 섞인 얼굴로 웃었다.
“왜? 반예린, 너 설마 쟤가 가여워? 아까 걔가 한 얘기 못 들었어? 하루면 용씨 가문 회장님을 네 앞에 무릎 꿇고 사과하게 하겠다잖아. 이게 정상적인 사람이 할 소리야? 내 말 잘 들어, 예린아. 쟤 같이 못난 놈은 가여워할 가치도 없어. 굳이 굴욕을 자초하겠다면 우리가 도와줘야지!”
“내일이 지나면 당장 법원 가서 이혼해. 그러면 넌 유지민한테 시집갈 수 있어! 유씨 가문의 세력이 용씨 가문보다는 많이 못 하지만 적어도 우리 반씨 가문의 부담은 덜어줄 수 있어. 너도 알잖아, 네 할아버지 요즘 얼마나 화를 내시는지.”
“그런데...”
소현주의 말에 반예린이 뭔가 얘기하려 했지만 소현주가 그녀의 말을 가로챘다.
“그런데는 무슨 그런데야. 너 이미 3년이나 생과부로 지냈어. 계속 저런 못난 놈이랑 살면서 너의 청춘을 낭비할 셈이야?”
“그러니까 말이야. 언니, 저 못난 놈이 뭐가 좋다고 그래? 대체 어디가 좋아? 아까 나한테 그런 짓까지 하려 했다고...”
반예원이 옆에서 계속 불난 집에 부채질했다. 그녀는 형부에 대해 호감이 눈곱만큼도 없었다.
“예원아, 다시 한번 말해봐. 아까 네가 한 얘기 정말 다 사실이야?”
반예린은 반예원을 날카롭게 째려보았다. 화들짝 놀란 반예원은 고개를 푹 숙이고 입술을 깨문 채 반예린을 쳐다보지 못했다. 이 집안에서 가장 무서운 사람이 언니였다!
“뭐 하는 거야? 너 지금 예원이 거짓말했다고 의심하는 거야?”
반예린의 말에 소현주가 참지 못하고 나섰다.
“너 동생이 어떤 사람인지 몰라서 그래? 동생을 믿지 않고 윤찬우 그 짐승만도 못한 놈을 믿어?”
“그러니까 말이야, 언니는 왜 날 안 믿어?”
소현주가 자신의 편에 서니 반예원은 더할 나위 없이 기고만장했다.
“그래, 널 믿으라는 거지?”
반예린이 차갑게 말했다.
“그럼 내일 경찰더러 그 술집 CCTV 확인해달라고 할게. 만약 네 말이 사실이면 바로 신고해서 찬우 씨를 잡아넣을 거야. 하지만 네가 일부러 거짓말하고 찬우 씨를 모함하는 거라면...”
“안 돼, 신고하면 안 돼. CCTV 확인은 더욱 안 되고...”
술집 CCTV를 확인하겠다는 그녀의 말에 반예원은 당황해서 어쩔 줄을 몰라 했다.
“예린아, 너 어떻게 윤찬우랑 같이 동생을 괴롭힐 수 있어?”
거칠게 몰아붙이는 반예린의 모습에 소현주도 가만히 있질 않았다.
“괜히 일을 크게 벌였다가 얘가 나중에 얼굴을 어떻게 들고 다녀!”
“쟤 체면만 중요하고 찬우 씨의 체면은 중요하지 않나요?”
반예린도 날카롭게 쏘아붙였다. 비록 윤찬우를 미워했지만 반예원의 수작을 진작 눈치챘다.
“걔처럼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놈이 체면이 뭐가 중요해!”
소현주는 그의 체면 따위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3년 동안 무슨 파렴치한 짓을 했을지 누가 알아! 어쩌면 밖에서 엄청난 일을 저질러 놓고 우리 반씨 가문에 도망 왔을지도 모르지! 그리고 예원이가 걔를 모함하면 뭐? 못난 놈 주제에 어딜 감히 우리 예원이의 체면이랑 비교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