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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화 강화시 최고의 대가문

  • “몰라요 저도. 아무튼 신고는 절대 안 돼요...”
  • 애처롭고 가련한 척하는 반예원의 모습은 그야말로 여우짓이 따로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딸의 눈물을 본 소현주는 순식간에 마음이 약해졌다.
  • “알았어, 딸, 울지 마. 엄마 신고 안 할게...”
  • 하지만 고개를 돌리자마자 마치 다른 사람으로 변한 것처럼 윤찬우를 잡아먹을 기세로 사나워졌다.
  • “윤찬우, 내 말 잘 들어! 예원이의 체면만 아니었더라면 널 평생 감옥에서 썩게 했을 거야!”
  • “그러든지 말든지요.”
  • 윤찬우는 더는 대꾸하기도 귀찮았다.
  • “신고할 건가요? 안 하면 이만 가보겠어요!”
  • “거기 서!”
  • 소현주가 날카롭게 말했다.
  • “내일 아침 당장 법원 가서 예린이랑 이혼해!”
  • 그녀의 명령하는 말투는 3년 전과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다. 3년 전에도 그녀는 이런 말투로 윤찬우에게 갖은 잡일을 시켰다.
  • 반씨 집안에서 그는 공짜로 일 부려 먹는 도우미와 청소부 같았다.
  • “전 절대 이혼하지 않아요!”
  • 윤찬우는 단칼에 거절했다.
  • “하기 싫어도 해야 해!”
  • 소현주가 성난 목소리로 말했다.
  • “우리가 너같이 못난 놈을 1년이나 먹여 살렸는데 앞으로도 계속 먹여 살리라고?”
  • “그럴 필요 없어요!”
  • 윤찬우가 덤덤하게 말했다.
  • “이번에 돌아온 건 예린이한테 빚진 3년을 갚으러 왔어요. 지금부터 백 배로 갚아줄 거예요!”
  • “백 배로 갚는다고?”
  • 윤찬우의 말에 소현주는 마치 우스갯소리라도 들은 것처럼 크게 웃었다.
  • “뭐로 갚을 건데? 윤찬우, 내가 널 무시하는 게 아니라 너 같은 놈은 3년이 아니라 평생을 노력해도 여전히 못난 놈이야! 유씨 가문 아들의 발가락만도 못해! 신발 들어줄 자격도 없다고!”
  • 소현주는 하고 싶은 얘기를 마음껏 내뱉었다.
  • ‘윤찬우, 네가 뭔데? 뭐로 LS 그룹 회장의 외동아들과 비교할 건데? 넌 평생을 벌어도 저들이 밥 한 끼에 쓰는 돈도 못 벌면서!’
  • “유지민이 뭐가 그리 대단하다고 그래요? 걔뿐만 아니라 걔 아버지도 제 눈엔 별 거 아니에요!”
  • 윤찬우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유씨 가문의 부자를 아예 안중에도 두질 않았다.
  • 고작 LS 그룹이 뭐가 그리 대단하다고. 강북의 총독이 와도 그에게 머리를 조아려야 할 판인데.
  • “유지민의 아버지가 별 거 아니라고?”
  • 윤찬우의 말에 소현주는 저도 모르게 코웃음을 치고는 마치 멍청이를 쳐다보듯 윤찬우를 쳐다보았다.
  • “너 오늘 집 나오다가 머리라도 다쳤니? 네까짓 게 뭐라고. 뭐? 강북의 총독? 강화시 시장? 유지민의 아버지가 누군지 알아? 그분 몸값이 2천억이 넘어. 그렇게 많은 돈을 보기나 봤어? 꿈에서도 그 돈이 얼마나 많은지 모를 거야 넌.”
  • “고작 2천억 갖고 그래요? 만약 예린이가 원한다면 2조라도 줄 수 있어요.”
  • 윤찬우는 정말로 2천억 따위를 안중에도 두질 않았다.
  • “고작 2천억? 예린아, 저게 정상적인 사람이 할 소리야?”
  • 소현주는 뒤에 있는 반예린을 보며 말했다.
  • “예린아, 내가 진작에 윤찬우가 정상이 아니라고 했지? 그렇게 기다리지 말라고 했는데 내 말 듣지 않더니! 이젠 내 말 믿겠어? 저놈은 허세 말고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놈인데 이런 놈이랑 평생 살아서 뭐 해! 유씨 가문 아들이랑 비교해봐 봐. 저놈은 평생 발밑도 따라가지 못해!”
  • “그만 해요!”
  • 소현주가 윤찬우를 모욕하는 걸 더는 들을 수 없었던 반예린이 드디어 폭발했다.
  • “찬우 씨, 그만 가봐요! 더는 찬우 씨 만나고 싶지 않아요!”
  • 3년 전의 윤찬우는 비록 가진 게 아무것도 없었지만 적어도 지금처럼 꼴 보기 싫지는 않았다. 지금 그의 모습은 세상에서 자기가 제일 잘난 것처럼 콧대를 높이 세우고 있었다.
  • 하지만 사실은 어떠한가?
  • 아가씨를 찾고 싶어도 돈이 아까워 고작 2만 원에 길거리 싸구려나 찾는 신세였다. 그 생각에 반예린은 너무도 역겨워 헛구역질할 뻔했다.
  • “못 들었어? 당장 꺼지지 못해? 예린이가 꺼지라잖아!”
  • 소현주는 불난 집에 부채질했다.
  • “당장 꺼져! 이 못난 놈아!”
  • 반예원도 짜증 섞인 얼굴로 호통쳤다. 온 가족이 나서서 윤찬우를 내쫓으려고 안달이었다.
  • “예린아, 내가 너한테 이런 얘기를 했었지? 만약 반씨 가문에 해결하지 못할 문제가 생겨 너랑 날 이혼하게 한다면 나한테 얘기하라고. 내가 해결해 준다고!”
  • 윤찬우는 이 말을 오후에도 반예린에게 했었지만 그녀는 믿지 않았다. 하여 가기 전에 한 번 더 말한 것이었다.
  • “해결? 찬우 씨가 무슨 수로 해결해요?”
  • 반예린은 결국 참다못해 윤찬우에게 소리를 질렀다.
  • “우리 반씨 가문이 누굴 건드렸는지 알아요? 용씨 가문이에요. 강화시 최고의 대가문 용씨 가문이라고요! 그런 용씨 가문을 찬우 씨가 상대할 수나 있겠어요?”
  • “할 수 있어!”
  • 반예린의 말을 들으며 윤찬우는 덤덤하게 대답했다.
  • “이 세상에 내가 상대할 수 없는 사람은 없어! 있다면 죽이면 그만이야!”
  • 수라 군신이 전쟁터에 나간 3년 동안 수많은 대가문이 그의 발아래에 짓밟혔다. 용씨 가문이 아니라 화성의 최고 대가문도 그의 발아래에서 꼼짝도 못 하고 짓밟혔는데 강화시 최고 대가문을 두려워할 리가 없었다.
  • “찬우 씨, 제발 꿈 깨요. 거물 몇 분을 좀 안다고 잘 난 체하지 말아요!”
  • 반예린은 윤찬우의 말을 전혀 믿지 않았고 심지어 코웃음까지 쳤다.
  • “찬우 씨만 그 거물들을 안다고 생각해요? 강화시 최고의 대가문은 모를 것 같아요? 그분들이 알고 있는 거물은 당신보다 훨씬 더 많다고요! 그분들에 비하면 당신은 한낱 개미에 불과해요. 그분들이 발만 들어도 당신은 쥐도 새도 모르게 밟힌다고요!”
  • 용씨 가문은 강화시 최고의 대가문으로서 강화시에 수십 년 동안 자리 잡고 있었다. 그들의 넓은 인맥을 한낱 윤찬우가 감히 상상이나 할 수 있겠는가?
  • 3년 동안 윤찬우가 거물을 알게 됐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러한들 무슨 소용이 있는가? 거물들이 그를 위해 용씨 가문을 건드릴 리가 없다! 용씨 가문과 비교해볼 때 윤찬우가 뭐라고!
  • “윤찬우, 빨리 꺼져! 우리 반씨 가문의 일은 너같이 못난 놈이 해결할 필요도 없고 해결하지도 못해!”
  • 소현주는 마치 파리를 쫓듯 윤찬우를 내쫓았다. 하지만 그는 그녀를 쳐다보지도 않고 반예린에게 말했다.
  • “용씨 가문이라고 했지? 나한테 하루만 시간을 줘. 용씨 가문 회장더러 직접 너한테 와서 무릎 꿇고 사과하게 할 테니까!”